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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 / 눈물과 칼

박영택

그는 물질, 재료를 혼신의 힘을 다해 연마하고 새로운 성질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편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상당히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절제와 감각의 극한을 다루려는 의지 아래 강력히 통어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정교하게 가공하고 디자인(작도)하거나 물질의 속성을 자기 식으로 제련해서 화면에 밀착시킨다. 황토색감이 파고들어 은은한 색채감과 부드럽고 강인한 재질감이 살아있는 장지를 7번 배접한 화면이 그렇고 진하고 깊은 맛을 내며 단호한 어둠, 검정에 가깝게 아크릴물감을 밀어올린 것 등이 그렇다. 그 위에 올라가는 형상 또한 그렸다기보다는 도안, 작도, 그래픽과 유사하다. 그래서 반이정은 그의 그림에 대해 '미학적 청교도주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로서는 강박적 완성주의자 혹은 내용과 형식, 이미지와 물질을 모두 자기 감각에 맞게 혹독하게 끌고 가려는 모종의 고집과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고집스럽게 매여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이정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그의 그림은 '작가 내면의 분노와 자기완결성에 대한 강박이 착종된 결과물'로 보인다. 그래서 작업이 꽤나 인상적으로 어필하면서도 어딘지 갑갑한 느낌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작도에 가까운 구성, 함축적으로 올려놓은 도상들의 너무나 선명한 윤곽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정도의 공력과 완성도, 감각의 날카로움을 지닌 회화를 보기는 어렵다.




양대원에게 미술이란 자신의 삶에서 연유하는 모든 문제를 시각적으로 해명하는 차원에 놓여있는 듯하다. 그 반경은 대단히 넓은 편인데 지극히 실존적인가 하면 정치와 권력, 분단 상황과 한미 간의 역학적 관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비정한 한국 사회, 자살과 정체성의 문제(페르소나, 가면) 등을 종횡으로 다룬다. 내용에서 이 주체적 관점은 기법의 새로움과 더불어 그의 작업이 지향하는 현대성을 유추하게 하는 단서다. 그의 모든 그림은 결국 자신의 삶에서 파생한 문제를 여하히 조형적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의 근작은 더 날카롭고 단호해졌다. 여전히 양식화된 세련된 화면 구성 속에서 그는 자객이 되어 칼을 후비고 다닌다. 그 칼날이 헛된 사랑과 꿈과 눈물, 문자의 체계를 마구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 박영택


출전 : 월간미술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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