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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선 / 차이의 공존

박영택

차이의 공존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 재료를 같은 화면에 동시에 구사하고 전통 민화, 사군자와 현대적 기물이 공존하는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물건은 유화물감을 사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반면, 민화나 사군자는 동양화 물감으로 구사했다. 결과적으로 두 화법의 이질적인 성질이 부딪쳐 어딘지 불안정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자아내고 있다. 그 차이는 우선 표면의 질감으로부터 벌어진다. 껍질의 차이는 위장무늬처럼 교묘하게 뒤섞였는데 이는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전통 민화, 사군자 본래의 맥락은 비틀리고 그 안에 낯선 장치들이 잠복해 자연스럽게 놓이면서 묘한 동거를 보여주는 것은 동·서양 두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현재 우리네 삶을 반영하는 표현이다.



이 시대의 슬픈 군자들 - 술로 사는 군자, 한지에 수묵·채색·아크릴채색·유채, 130.6×69.6cm, 2015


즉 이 낯선 그림들은 결국 이질적인 두 문화의 기이한 공존을 보여주면서 동시대 한국의 문화 상황 또한 발설한다. 급속한 속도전으로 치러낸 한국의 근대화, 서구화, 그리고 그와 연관된 현대미술은 전통의 와해, 서구미술에 대한 오해와 오독, 그리고 자의적으로 접합된 전통과 현대 등으로 점철되어 온 그간의 상황을 고스란히 노정하고 있다.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 이 기이하고 이상한, 불편한 동거는 어쩌면 현재 한국 사회, 미술의 초상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그것은 어느 하나로 통합되고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이의 존중이고 공존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것이 그 길이 될 것인가는 무척 곤혹스러운 문제다. 정환선은 무엇보다도 타자들 간의 소통과 만남, 대화를 얘기하고 싶은 것 같다. 각자의 고유한 모습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인정하고 발현시키는 것이 작금의 다문화시대에 요청된다는 메시지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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