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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원 평론

박영택

우리는 매력적인 사물들 속에서 산다. 이 소비사회는 매력적인 상품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말한다. 상품 없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상품을 욕망하지 않고는 생을 도모할 수 없다. 



꼭 파리에서 사고 싶었어요., 드라이포인트, 53.5×39.5cm, 2015


나의 하루는 수많은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애무하면서 이루어진다. 나는 그 상품들을 기꺼이 편애하고 소모한다. 정대원 또한 그렇게 소모되는 물건, 매혹적이고 아름답고 너무도 절실히 필요할 것 같은 귀여운 물건들을 소재로 이를 판화로 새겼다. 차가운 금속판의 표면을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가면서 이미지를 새기고 이를 판에 올렸다. 생수병과 차 통, 일련의 문구와 종이 백 등이 적조하지만 기품 있게 놓여 있다. 그것은 사물들로 이루어진 서계의 풍경이다. 동시에 작가만의 감성으로 매만져놓은 친밀하고 정겨운 사물의 초상이다.


절제된 단색 톤으로 마무리된 화면은 감각적인 선들에 의해 형상을 떠올려준다. 금속판 위의 피부를 절개해 들어간 선의 깊이, 내부에 채워진 잉크가 압력에 의해 종이의 표면으로 밀착된 흔적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그러한 방법으로만 가능한 매혹적인 이미지를 안긴다. 그것은 물질과 손, 상처와 압력, 간절한 공력 속에서 몸을 내미는 이미지다. 이 동판화이미지는 손으로 그려나간 회화와는 또 다른 맛을 안긴다. 


정대원은 늘상 일상의 소소하고 비근한 물건들을 소재로 해서 이를 정겹게 그려낸다. 작가란 존재는 우리에게 세계와 사물을 다시 보여주는 이들이다. 단지 그것을 그대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심성, 감각에 의해 번안해서 보여준다. 불가피하게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나와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건져 올려진 세계와 사물을 만나고 그로 인해 나는 타자의 삶을 누린다. 그것이 세상을 풍요롭게 사는 일이다. 나는 수 년 전부터 이 작가의 심성에 의해 투명하고 깨끗하고 맑게 밀고 올라오는 판화, 일상에 자리한 사물들이 새로운 맑은 얼굴로 다시 환생하는 그런 그림을 좋아하고 있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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