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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어머니의 생애, 여자의 삶

박영택

연분홍빛 혹은 우리네 피부색에 유사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형태(조각)들과 그림(부조)들은 몽상적인풍경을 보여준다. 특정한 대상이 간략화 되거나 그 일부를 추출해 확장시키거나 변형시킨 자취들이 만든이 기이한 사물들은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 안에 걸려들어 있다는 인상이다.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짙게풍기는 몇 가지 사물들 간의 만남, 접목으로 만들어진 기이한 변형태의 형상들과 개별적인 사물들은 그렇게 '네트'화되어 상호간 연관성의 자락을 길게 드리운다. 그리고 이는 작가의 주제와 맞물려있는데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순환구조를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삶 역시 대를 이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어머니의 생애를 자식인 내가 또 다시 반복해서 살아내고 있음을 새삼 인식시킨다.

 

작가는 에폭시를 이용해 뭇생명체들과 어머니, 여성의 삶과 관련된 물건들을만들어냈다. 그 사물들은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에서연유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한복, 버선, 비녀, 골무 등이고 또 다른 것들은 낙타 등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들의형상을 빚거나 그려놓았다. 유기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이 사물들은 부풀어오르거나 부드러운 곡선과 봉곳한볼륨을 머금고 있다. 생명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의 환경에서 접한 무수한 생명이미지들이다. 작가는 그러한 이미지들을 부조화시켜 놓거나 이질적인 것들끼리 상호접목 시켜놓았다.

 

버선과 가슴, 비녀와 낙타, 골무와눈물, 한복 상의와 문고리, 치마와 낙타 등이 한데 맞물려어우러진 형상은 어머니와 여자의 생애를 서사적으로 기술하는 이미지 전략에서 오는 병치와 혼합, 하이브리드적인연출 감각을 보여준다.


아울러 그 사물들의 피부, 표면은끌로 가늘게 파낸 흔적들과 선으로 새겨진 자취들이 어우러져 지난 생애의 여러 상황, 사연, 감정 등등을 가시화 하는 표현수단으로 쓰여진다. 조각/회화가 한 자리에 서식하는 풍경이다. 여기서 선은 또한 시간의 온축이다. 형상에 표정과 사연을 얹혀놓기도 하고 오랜 시간(기억)의 누적과 흐름을 파문처럼 그려놓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근작에서엿보이는 것은 좀더 회화적인 충동이랄까, 영상적이고 서사적인 흐름으로 연루되는 각각의 장면들이 한 공간에놓여져있다는 느낌이다.



여자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작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는자신의 삶의 풍경 위로 자기 어머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내려앉음을 체감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네 삶이란그런면에서 보면 그 간의 인류 전체의 생애를 다시 한번 자기 육체로 반복해서 살아내는 것이다.


작가는 새삼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반추해본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기르고 살아왔을 삶이 현재 자기의 삶에서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가 무엇이었는지를 조용히 물어본다. 어머니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을까? 유목민을 이끌고 그 습지를 찾아가는낙타였을까? 현재의 나 역시 그런 어머니의 여정을 따라 낙타의 행렬을 이루며 가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바느질로 헤진 골무는 어머니의 눈물 그 자체였으며 어머니의 옷은 가족들의 성채이자 유일한 보금자리였던것이다. 자신의 현실을 꿋꿋하게 지켜나가셨던 이의 삶을 새삼 반추해보면서 현재의 나를 물어보는 작가의근작은 그런 의미에서 여성적 주제의식과 자의식과 연관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확장되어모든 생명체와 보편적인 인간 삶의 생애를 질문해보는 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이는 초현실적인연출과 사물들의 병치, 한 사물에서 또 다른 사물로의 비약, 풍경적인설치, 회화와 조각의 공존 등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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