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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 / 일상 속의 라벨, 그림 속의 라벨

박영택



미술/그림은 표면에 눈속임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그것은 물질과 사물의 피부를 다른 피부로 환생시키는 일이다. 종이나 천위에 물감과 붓질이 얹혀지면서 그 본래의 바탕을 낯선 존재로, 또 다른 존재로 만들어보여 주는 일을 우리는 미술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현대산업사회는 무수한 사물, 상품들이 매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이전의 미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 미술은 전시장만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살고 있다. 모든 상품, 물건의 피부에 기생하면서 보는 이를 유혹한다. 다채로운 색감과 문자꼴, 질감이 어울려 다가온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물 자체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피부에 붙은 인쇄물(라벨)로 인해 가능하다. 모든상품에는 거의 종이나 필름 등으로 이루어진 라벨이 존재한다. 그 라벨안에는 상품에 관한 모든 정보가 기재되어 있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각이미지로 자존한다. 국내에서 최초의 점착라벨을 생산해온 (주)세림에서 '레이블갤러리'를 만들었다. 40여년의 세월동안 뛰어난 국내기술로 점착라벨을 만들어 온 세림은 이 갤러리를 통해 자사의 원자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샘플을 전시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미술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세림의 기술력으로 이루어진 점착라벨을 선보이는 전시장이자 세계적인 라벨의 트랜드를 한 눈에 조망하게 해주는 한편 지속적으로 샘플을 업데이트하는 공간이다. 또한 이곳에 와서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의 최근 경향을 압축해서 감상할 수도 있다.


 

오늘날 한국현대미술에서 상당수 작가들은 삶의 공간에서 접하는 사물과 그에 덧붙여진 라벨의 이미지에 주목해 이를 그림으로 차용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번 개관기념전에 초대된 김신혜의 동양화 채색작업 또한 음료수병에 부착된 라벨과 전통산수화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생각할수록 기획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시다. 이처럼 특정 회사와 이와 연관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사례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기술력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뛰어난 점착라벨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자신들의 성과물과 함께 이를 미술과 연관지어 문화행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 바로 레이블갤러리인 셈이다. 앞으로이 갤러리는 세림이 만든 점착라벨의 수준을 알리는 공간이자 동시에 라벨을 차용한 팝 적 작품의 여러 풍경을 보여주는 특색 있는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풍성하게 일구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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