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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일 / 화가의 훈련된 손

박영택

이강일의 연구실 벽면에 죽 늘어선 작은 드로잉은 정직하고 견고하다. 손끝의 제주로 넘실대지 않고 익숙한 관성에 입각해 마구 풀려나오는 것도 아니다. 매순간 유연하게 풀어 둔 손에 의해 나온 그림들이다. 오랜 드로잉 훈련은 작가의 몸을 다른 몸으로 만든다. 그러니까 드로잉을 한다는 것은 대상과 세계를 파악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고도의 몸을 만드는 일이다. 그 몸이 되어야 비로소 그림이 가능하다. 여기서 두 가지가 요구된다. 하나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히 읽고 감지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파악한 것을 고스란히 그려낼 수 있는 손이다. 이 훈련된 손은 그러나 순간 타성화 되기 쉽게 작가들은 매번 그 손을 업그래이드 해야 한다. 버전이 떨어진 손은 이내 도태된다. 그래서 마치 가수나 성우가 매번 목을 풀듯이 화가들 또한 손을 푼다. 고도의 훈련을 거쳐 매번 새로운 손으로 거듭나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곧 죽은 손이 된다. 그때 그림도 함께 죽는다. 



실존, 50×42cm, 2013


이강일에게 그림이란 법칙이다. 그는 손 발 그리고 몸통과 같은 인체의 토막난 부분에도 삶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부분 인체의 표정을 읽어내는 연습을 한다. 그것을 통해서 깊이 있는 내면의 법칙을 이해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살면서 자주 접하는 사람들과 자연(소나무)을 반복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시대의 보편성을 읽고, 그 각각이 지닌 시간과 기억의 지층을 읽으려한다. 인물과 자연이 저마다 끌어 안고있는 실존적 상황과 역사의 흔적을 진실되고 밀도 있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것은 조형의 본질에 대한 모색이자 회화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은연중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셈이다. 보이는 것 너머에 무언가를 감추고있는 비밀스런 그림이다.



화가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를 다시보게 해준다. 이강일은 주어진 대상을 관찰하고 그 대상의 생명법칙을 헤아린다. 그의 작업실은 그만의 독자한 조형법칙을 구현하는 그야말로 연구실이다. 붓과 물감, 종이를 통해 조형의 법칙을 연구하는산실이다. 대불대학교(현 세한대학교)연구실 8210호는 그 어느 미술대학연구실보다 치열한 곳이다. (『예술가의 작업실』박영택 저, 휴먼아트, 2012, p102-p104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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