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이정록 / 신비한 빛 : 빛과 현시

박영택

자연은 복합적인 장소다. 친근하다가도 생소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두렵고,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적 장소이면서도 지극히개인적인 장소이다. 자연은 특정한 시. 공간 속에서 매번다르게 이해되어왔으며, 역사적, 문화적 해석에 의해 새롭게환생해 왔다. 자연은 거대한 텍스트며, 실존의 장이자 심미적공간이다. 동일 문화권 내의 구성원들에게 유토피아 像을 심어준다. 무엇보다도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는 원초적으로 신화의 배경 무대이다. 우리는 그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이곳까지 왔을 것이다. 그래서 새삼 자연 앞에 서면 자신의 근원에 대해 불현듯 생각에 잠기는지도 모르겠다. 아득한 시간의 지층과 결을 간직하면서 지금의 나를 부풀어 올려낸 존재에 대해 말이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한 유년시절의 추억과 경험, 이정록 사진의 근원이다. 그동안 정신적 토양으로 자리 한 자연/땅의 힘과 경이, 그에 대해 집단 무의식적으로 내려온 한국인들이 지닌 하나의 '아키타입화된 풍경'을 찍어온 그는 특히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남녘땅을 소재로 삼아왔다. 그 사진들은 우리민족의 고유한 풍경에 대한 질문이자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한국적인 미의식의 일단을 재현하는 작업이고, 전통적인 풍수에 기인한 가장 한국적인 풍경을 표상화 하는 작업인 셈이다. 그의작업들은 그 얼마의 시간이 흐르며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전 사진에서는 흔하게 보았던 한국의 자연을단순하고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납작하게엎드려 누운 땅(밭), 갯벌, 고인돌이 놓인 대지, 대나무 숲,그리고 커다란 나무 한 그루 놓인 강가 등이 적막하고 다소 숭고하게 자리했는데 그 안에 원구들이 배치되었거나 불빛 등이 반짝인다.

 


좋은 사진, 의미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편안한놀이로 사진을 대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만난 자연풍경에서 날것으로 만나는 감흥과 직관적인 느낌을 건져올리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이 사진에 '신화적 풍경' 이란 제목을 달아주었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자신이 본 특정한 모습을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풍경을 매개로 특정 장소나 사물에 대한 정신적이고 영적인 느낌이나 상상들을 가시적인 실재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특정 장소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을 시각적 대상으로 다시 재현한다. 그것은이미 있는 것을 토대로 그 위에, 그 안에, 다시 자신이보고 싶고 보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풍경작업을 하면서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자연의힘을 더욱 느꼈다며, 보이지 않는 실재에 의해 움직이는 자연 세계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고말한다. 특정 풍경과 마주치게 되면 마치 자신이 현실세계를 넘어선 피안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받는 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응을 전하는 도구가 되고, 사람들이 받는 감동 역시 자신이 느낀 감정과 일치하기를 원한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정록이 보여주는 이 '신화적 풍경'은 단지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하거나 감성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풍경이고자 하는 것같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