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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리석 화백의 제주도 작품기증

김영호


장리석 화백의 제주도 작품기증



지난 6월초 한국화단의 거장 장리석 화백(90)이 자신이 소장해온 작품 110점을 제주도에 무상 기증하여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도내 언론에서는 한라일보가 1면 톱기사를 내보내는 등 환영의 뜻을 밝혔고, 도외의 주요일간지에서도 ‘제주도 미술계 사상 최대경사(연합뉴스)’ 등의 제하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제주도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큰 경사이며 빛나는 선행”이라며 앞으로 작품기증에 따른 후속조치에 신경을 쓸 것을 권고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장리석 화백은 해방과 전쟁 이후 한국의 격변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서민들의 애환과 질곡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로서 박수근, 이중섭, 최영림과 더불어 한국화단에 독자적인 민중적 예술관을 세우는데 영향력을 끼쳤다. 화백의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그가 살았던 동시대 민초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치와 해학 그리고 삶의 터에 대한 강한 애착이 깃들여 있으며 나아가 존재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는데 있다.
이러한 예술관의 산물인 장리석 화백의 작품은 따라서 한국 현대사의 시대상과 미 의식을 동시에 드러내며 무엇보다 엄격한 장인적 조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오늘날 후배작가들 뿐만 아니라 미술을 사랑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장리석 화백은 1916년 평양에서 출생하였고 일본으로 건너가 다마천제국미술학교를 1938년에 졸업하고 귀국해 활동하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1950년 12월 월남하여 제주도에서 5년간 체류하면서 제주도와 인연을 맺게 된다. 화백의 제주생활은 장차 전개될 자신의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고향을 등지고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내려온 화백에게 제주도의 해변풍경과 시정생태 그리고 해녀와 조랑말 등은 화백의 그리움과 도전의 삶을 드러내는 귀한 소재들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에 정착한 뒤 국전에 연속 4회 특선과 드디어는 대통령상을 받고 난 이후에도 장리석 화백의 예술적 영감은 제주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그의 해녀연작과 제주풍경 연작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다.
장리석 화백에게 제주섬은 제2의 고향이었고 그를 한국의 대표적 화가의 한사람으로 일으킨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러한 화백이 제주도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고 제주도의 품으로 귀소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입장에서 장리석 화백 기념관 건립은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장리석 화백의 예술은 신비의 섬 제주도가 지닌 이국적 서정과 제주도 여인들의 강인하고 건강한 삶을 드러내며 제주도의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으로 아시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주도에 또 하나의 문화적 인프라와 관광자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화백의 기념관 건립은 제주도정의 쾌거가 될 가능성을 지닌다.
이제 장리석 화백 기념관이 제주도 화단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추사적거지나 이중섭기념관을 능가하는 제주도의 명소로 꾸미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이 사업에 제주미술인들과 제주도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한라일보 2005.6.25 한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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