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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를 위한 '아트뱅크 제도'

김영호

최근 문화관광부는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와 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올해부터 미술은행(Art Bank)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술은행이란 정부나 지방자치제 등의 공공기관이 기금을 마련해 미술품을 구입하고 대사관, 해외공관, 병원, 철도역사, 그리고 지방의 공사립미술관 등에 전시하거나 임대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특히 국가주도의 문화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현대미술국가기금(FNAC)>, <현대미술지역기금(FRAC)> 등의 제도를 도입해 현대미술의 확산과 대중화에 기여하는 한편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미술인들에게 경제적 지원효과를 거두고 있다.

어쨌든 정부는 올해 예산 25억을 들여 200-300점의 미술품을 구입하고 내년부터 6년간 연간예산을 30억까지 늘릴 계획이라 한다. 운영방식도 미술은행운영위원회와 작품추천위원회 그리고 작품구입심사위원회를 따로 두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도록 가닥을 잡고 있고 그 일은 당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트뱅크가 미술계의 침체상황을 극복하고 불황의 미술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촉매가 될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중앙정부의 미술정책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쾌거라 할 수 있다.

< 하지만 화단 일각에서 보는 염려도 만만치 않다. 운영주체와 방법에 대한 것인데 우선 운영의 주체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정한 대목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인적구성과 운영체제로서는 과부화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 미술관은 최근 직제 개편에 따라 학예실과 정책과의 업무가 증폭되었으나 실질 업무를 담당할 학예직 정원(현 15명)의 증원과 4급으로 못박힌 학예실 직급 격상들의 현안은 거부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은 공사립미술관의 진흥정책 뿐만 아니라 미술관 육성, 지원, 예산, 감사, 사정업무 까지 떠맡게 되었다. 또한 전시과를 통폐합한 학예실은 아트뱅크 작품구입업무까지 맡게 됨으로서 화랑, 작가들의 이해관계에 더욱 휘말릴 것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시작단계에서 체계가 갖추어지는 단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독립된 재단법인을 만들고 독립된 수장고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신경써야할 부분은 구입경로이다. 화랑들과 작가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 필요하며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안정된 음계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술품은 화랑을 통해 거래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작가가 작품 판매활동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뿐더러 예술창작 방향과 작품세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화랑은 미술품 중계자로서 작가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에 이르는 의무와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며 시장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결국 작품 생산자로서 작가들에게 돌아가게 되니 나쁠 것이 없다. 최근의 미술거래를 고사시키는 것은 작품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작품가격의 이중성 때문이다. 고객이 화실에서 살수 있다면 화랑에서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는 장기적으로 피해가 작가에게 되돌아간다. 따라서 미술은행제와 관련한 구입방법은 공모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작품구입의 원칙은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한라일보 2005.2.5 한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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