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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예술가들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터닝포인트 2023]
 
전환기의 예술가들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 중앙대 명예교수, 미술사가


《터닝포인트 2023》은 한라미술인협회 소속 37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특별기획전으로 서울 인사동에 자리잡은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한라미술인협회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작가들이 설립한 단체로 1996년에 창립한 이래 해를 거듭하면서 회원수가 늘어 현재 69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작가들의 작업 공간도 확장되어 현재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제주로 귀향한 회원들이 함께하는 전국구의 협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강승희 회장이 취임한 최근 몇 년 사이에 협회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새로 출범한 협회 집행부가 청년작가 발굴과 영입을 위해 특별기획전과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술세미나 등을 개최해 협회의 위상과 결속을 다지는 노력을 지속해 온 성과일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터닝포인트 2022》전과는 별도로 《터닝포인트 2022: 제주청년작가》전을 열어 비회원을 포함한 M세대 작가 10인을 소개한 일이나, 금년의 《연리목을 보다: 제주청년작가 3인전》전 후원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의 활동에 기여한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개최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서울 인사동에 둥지를 튼 제주갤러리의 효과가 크다. 지난해에 개관한 이후 서울과 제주를 잇는 문화 플렛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갤러리는 공모사업과 자체 기획전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품 판매나 전시장 대관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반 상업화랑의 기능과는 달리 제주갤러리는 제주작가들의 창조적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현대 미술의 흐름에 동참하는 문화 실험실로서 초석을 다져가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로 설정한 터닝 포인트는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지점’으로, 예술의 영역에서 보면 가치관과 세계관이 바뀌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문명사적 전환기로 불리우는 오늘의 현실에서 예술가들의 사회적 소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하다. 자고로 예술가들에게 부여된 소명이란 문화 생산의 맥락에서 시대상을 드러내는 일이라 규정되어 왔다. 이른바 시대의 아들과 딸로서 예술가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예측케 해 주는 역사적 산파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예술가들은 지극히 자신의 존재에 시선을 두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사회적 소명에 동참하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예술가들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면서도 그 저변에 흐르는 시대성을 동시에 기록하는 역사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예술가에게 주어진 소명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국가들이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작품이 지닌 역사성 때문이며 나아가 후대에 전해질 문화유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미술사를 장식하는 대가들의 명작 한점이 지닌 문화적 파급력은 이를 대변하며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명작들의 천문학적 가격은 이러한 사실을 증거해 준다.

《터닝포인트 2023》전에 출품된 작가들의 작품 경향은 회화, 조각, 사진, 오브제 설치 등의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단체전이 지닌 하나의 일반적 형태일 것이다.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깊이가 다르고, 삶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이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작가별 작품 경향의 다채로움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전시 기획의 측면에서 볼 때 상황은 달라진다. 출품 작가 저마다의 개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전시회를 기획하는 일은 언제나 특수한 숙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이란 또 다른 창작의 활동이다. 출품작의 다채로움과 다양성의 집합에서 도출해야 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들을 하나의 공간에 펼쳐 보이는 행위로서 전시는 제3의 창조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작가들의 작품에 흐르는 개념과 가치를 동시대의 시대상과 연계시켜 해석하는 일이다. 전시는 작가와 작품을 시대의 맥락에서 분석할 때 비로서 역사성을 지니고 문화적 유산으로서 전시회가 완성되는 것이다. 《터닝포인트 2023》전은 지난해의 협회 기획전 제명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특정 작가의 작품과 지난해의 전시도록에 실린 같은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작품에 스민 숨결의 연속성과 그 변화의 가치를 읽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번 《터닝포인트 2023》전에 출품된 작가들과 작품의 면모는 한라미술인협회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비엔날레처럼 특별한 주제를 내건 전시회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번 전시회는 협회의 정체를 민낯으로 보여주는 증거물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은 출품 작가 개인의 향후 예술 노정뿐만 아니라 협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야 한다. 오늘의 미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차 게재 한라미술인협회 기획전 <터닝포인트 2023> 서문, 2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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