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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전환기, 예술가는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문명의 전환기, 예술가는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 중앙대교수, 미술사가

<터닝포인트 2022-제주 청년작가>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제주작가들 중 30대에서 40대에 속한 작가들의 제작한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이다. 전시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서울 인사동에 마련한 제주갤러리의 개관에 따른 것이지만 이 전시는 단순히 특정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집단으로 선보이는것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우리는 이번 전시가 우리 미술계에 제시될 수 있는 몇 개의 질문들, 예를 들어 제주작가, 청년세대, 동시대성 따위의 주제에 대해 성찰을 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선 제주작가란 무엇인가. 좁은 땅 한반도에서 우리 정부는 3단계 행정체계인 도, 특별시, 광역시 / 시, 군, 구 / 읍, 면, 동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허무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제와 지역분권 그리고 균형발전 따위의 논의가 그 어느때 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가 제주다워야 함은 제주도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의 자연과 생태와 환경 그리고 신화와 방언과 무속과 같은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원천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작가는 제주의 자연과 환경의 영향으로 특화된 세계관과 문화적 개성을 지닌 작가로 이해될 수 있다. 부언하자면 ‘제주문화의 형성과 전개에 기여하는 도내외 출신의 모든 작가들’이 제주작가의 대열에 있으며 대표적인 이가 추사 김정희 같은 분이라 생각한다. 제주를 떠나 물리적 거리를 두고 기억과 추억속에 제주를 바라보는 이들은 행복하다. 

두 번째로 청년세대란 누구인가? 이번 <터닝포인트 2022-제주 청년작가>전에는 40대까지를 청년으로 설정했다. 국내외에서 실행되고 있는 미술상에서 정한 청년의 범위가 40대까지로 정하고 있는 작금의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예술가로서 40대는 자신의 세계관이나 조형방식이 농익게 형성되어있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예술가에 있어서 완성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말이 있듯 예술의 영역에 완성이란 없다. 청년세대란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 실험과 모색의 과정을 거치며 그 정점에 자신을 지속적으로 위치시키는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청년이란 농원의 파수꾼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을 관망하고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고 그 세상을 작품으로 변주해 내는 시기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번 제주 청년작가전은 제주작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전시회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초대된 작가를 10인으로 제한한 것은 전시장의 규모를 고려한 면도 있지만 개성의 범주를 효과적으로 축약해 보이기 위한 주최측 내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들이 제주미술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와 인연을 맺은 채 제주를 떠나 제주를 바라보고 그리워하며, 제주의 자연과 생태와 환경 그리고 신화와 방언과 무속의 세계를 거리를 두고 조망하고 현대미술의 언어로 표현해 내는 실험과 모색의 파수꾼들이다.

마지막으로 동시대성에 대한 성찰이다. 지식사회에서는 오늘의 상황을 4차산업혁명 혹은 문명사적 전환기 따위로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보테크놀로지 그리고 디지털 기반의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대로 본다.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미학』은 이러한 시대를 잘 담아낸 책이다.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그는 미술이란 ‘작가가 만드는 임의의 공간에 관객을 끌어들여 참여시키며 우발적이고 우연적으로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규정한다. 최근 예술의 영역에서도 디지털 영상 이미지가 등장하고 쇼셜 네크워크를 이용한 NFT 그리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기반한 실험적 미술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하는 전통적 회화와 조각의 가치와 특성에 대해 성찰하도록 한다. 공간과 평면 그리고 시간성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면서 부리오가 말하는 상호관계의 미디어로 예술이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동시대성이란 상대적이고 불확정적인 것이라는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근거해 이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동시대성에 대한 논의들이 동양의 도가나 불교 철학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터닝포인트 2022-제주 청년작가>전에 출품한 10명의 작가들은 10인 10색의 세계를 보여준다. 김도훈(81), 김민호(81), 강주현(81), 양화선(83), 좌혜선(84), 김유림(86), 문은주(87), 강지형(90), 정승용(91), 강혜지(97)이다. 세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청년세대로서 이른바 M(밀레니얼)세대로 불리우기도 한다.  

김도훈은 작은 미러스텐 조각으로 동물이나 하트의 형상을 만들어 반사된 빛으로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게 만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김민호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건물과 그 사이를 번식하는 초목 이미지를 대비시켜 인간과 자연이 펼치는 생태의 파노라마에 주목한다. 강주현은 펜을 쥔 손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포토샵을 이용해 반복적 스틸컷으로 움직임의 상황을 연출한 후 디지털 프린트로 찍어낸 작품 시리즈를 내놓았다. 양화선은 난개발로 사라져가는 자연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건축물 사이에 시선을 던져 푸른 빛의 기하학적 풍경을 연출해 낸 작업들이 선보인다. 좌혜선은 변형된 신체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표현해 실존적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 낸 몬스터 시리즈 목탄화를 내놓았다. 김유림은 제주 자연에서 얻은 작가의 초월적 심상을 코발트 블루의 붓터치로 표현해 낸 대형 숲 풍경 작업들을 내놓았다. 문은주는 인터넷 미디어에서 채집한 일상 이미지를 화면에 조합해 이질적인 풍경을 연출함으로써 헤테로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혼종된 공간> 연작들이 소개된다. 강지형은 목재를 이용해 기하학적 구조의 틀을 만들고 특정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이색적인 시공간성을 연출해 내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정승용은 두 개의 막대 사이에 비틀어 놓은 천을 공간 구석이나 모서리에 배치해 공간과 사물의 관계성에 주목케 하는 설치작업과 천으로 감싸놓은 오브제들을 내놓았다. 강혜지는 철망과 철사를 이용해 삼차원 공간에 인체를 조형한 일종의 공간 드로잉 작업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상의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의미들을 파생 시킨다. 그 중 환경과 생태와 생명 그리고 자연은 이들의 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성찰의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세먼지가 만들어 내는 재앙과 격변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문명사적 전환기에 예술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1차 게재 2022.6





강주현
   

 
  
김도훈



강혜지
    



정승용 
 


양화선 
 


문은주 




강지형
  


김민호 
 


김유림
 


좌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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