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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확산, 과잉인가 필연인가

김영호

비엔날레 확산, 과잉인가 필연인가         

김영호(미술평론가, 중앙대교수)

 폭염이 가시고 청명한 바람이 새삼스런 가을,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가 전국의 도시마다 봉홧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광주, 서울, 부산, 공주, 대구, 대전, 창원, 목포 등 8개 도시가 그 진원들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금년 상반기에 열렸던 강원지역의 비엔날레와 지난해에 열렸던 청주, 경기, 광주(디자인), 서울(건축), 제주 등 6개 지역의 비엔날레를 더하면 우리나라는 14개의 대표 비엔날레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현장 답사는 물론이고 비엔날레의 이름을 열거하는 것 자체가 숨이 가쁠 정도다. 그 이름들을 한번 열거해 보자. <제12회 광주비엔날레(9.7-11.11)>, <제10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9.6-11.18)>, <제9회 부산비엔날레(9.8-11.11)>, <제8회 금강자연비엔날레(8.28-11.30)>,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9.7-10.16)>, <제4회 대전비엔날레(7.17-10.24)>, <제4회 창원조각비엔날레(9.4-10.14)>, <제1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9.1-10.31)>. 금년 상반기에 열렸던 비엔날레는 <제1회 강원국제비엔날레>와 지난해에 열렸던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제9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제7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1회 제주비엔날레>이다.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하다. 우리나라 비엔날레의 탄생에는 정치적 배경이 존재한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출범은 본격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추진과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자치제가 만든 문화적 결실이자 예술과 정치 사이의 생산적 역학관계를 실험하는 쟁의장치로서 성장해 온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이후 신생비엔날레를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는데 사례가 되었다. 서울, 부산, 대구, 청주, 경기 지역의 비엔날레가 탄생된 배경은 그러하다. 오늘날 비엔날레는 예술의 순수한 미적경험의 장을 확장시키고 미술사의 얼개를 정리하는 기능을 넘어서 있다. 세계화와 지정학적 경계, 지역의 정체성과 보편성, 인종과 종교의 분리와 대립, 유목주의와 디아스포라 따위의 주제를 포함해 전쟁, 기아, 폭력, 인권, 평화, 냉전, 이주, 난민  따위의 과제에 대해 실험하고 성찰하는 장소로 작동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의 비엔날레는 지역발전과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이르는 과업을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르나 매체를 내세우는 비엔날레가 다수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각, 공예, 도자, 디자인, 건축, 수묵, 사진, 미디어, 과학기술 등을 내세워 비엔날레를 지역의 특산물로 성장시키려 한다. 
   우리나라 비엔날레의 확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것이 주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와 파급력이 봉화대처럼 명확하고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비엔날레의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제2회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일이 있다. 작지만 강한 조직의 비엔날레, 환태평양 지역의 해양문화를 선도하는 비엔날레, 주민들 모두가 함께 가꾸는 비엔날레라는 기본을 다지는 일이다. 비엔날레의 확산은 시대적 필연임을 인식하고 제주비엔날레의 미래에 대처할 조직과 비전과 합의를 세우는 일에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한라일보 「김영호의 월요논단」  201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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