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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오늘날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가 11월 26일을 시한으로 5개월째 순항중이다. 5년마다 열리는 <카셀도큐멘타>는 지난 9월 17일에 종료되었고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도 10월 1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여름을 예술의 이름으로 달구었던 유럽의 3대 현대미술 축제에는 일련의 공통점이 보인다. 예술의 본래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획자들의 회복 의지가 그것이다. 

  <베니스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은 본전시의 주제를 ‘비바 아르테 비바’로 정했다. 그리고 “갈등과 충격으로 가득한 오늘날 예술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이며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대항하는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예술 만세를 외쳤다. 세 차례의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카셀도큐멘터>의 총감독으로 추대된 아담 심칙(Adam Szymczyk)도 지금이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시간”이라며 이번 도큐멘타가 예술을 둘러싸고 있는 수동적 문화에 대항하고 절박한 현재를 비판적으로 기록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기 위해 아테네와 동시 개최를 제안했고 차별과 경계를 붕괴시키는 문화적 촉진제로서 미술제를 추진했다. 한편,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전설로 불리우는 이 지역 출신의 토박이 예술감독 카스퍼 쾨니히(Kasper Konig)도 “뮌스터에 설치되는 작업은 뮌스터만의 맥락과 역사, 이야기, 사람, 상황 등을 담아야 한다고”고 선언함으로써 지역 공공미술의 기능과 역할을 부각시켰다. 화이트큐브 안에서만 유효했던 모더니즘 미술의 한계에서 벗어나 예술을 일상과 장소의 맥락과 연결시키는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주목받았다. 좀 더 따지고 보면 이같은 예술의 본래적 기능의 회복에 대한 주장은 작년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던 마리아 린드(Maria Lind)에서도 발견된다. 그녀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로 정해 예술이 도구화·상업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항하여 “예술자체를 무대의 중앙에 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의 현대미술 축제들이 내거는 제목과 선언은 진지하면서도 신선하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오늘날 방향을 잃어가는 예술에 대한 개혁적 요구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본성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질문은 중요한 것임에도 오랫동안 암묵 속에 방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예술이 제도와 형식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한 ‘블랙 리스트 사건’ 처럼 예술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어 온 탓도 크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고 있다. 오늘날 예술의 기능과 역할이란 동시대의 사회적·역사적·현재적 현상을 포착하고 표현해 내는 경험의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다. 마리아 린드의 말대로 ‘현대의 예술은 존재를 감지하는 지진계이자 삶을 탐색하는 탐지견’의 역할을 담당한다. 문명의 기원에서 부터 예술은 당대의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 작용해 왔다.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각하는 심연의 파수꾼 역할도 예술가에게 부여된 몫이었다. 예술은 지역성과 국제성을 연결하는 공동체적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함께 나누는 기회로 인식되어 왔다. 현대미술 축제들은 이러한 예술의 본래적 기능과 역할을 다시 회복하려 한다. 

  올 여름을 불태웠던 유럽의 현대미술 축제들은 현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다시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겨 주었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이제 이 말은 신생 비엔날레의 출범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고 있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7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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