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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의 정치학

김영호

비엔날레의 정치학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바야흐로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바캉스철을 맞아 지구촌 각지에서 격년제 현대미술제인 비엔날레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랜드 투어’를 설계해 유럽으로 향한다. 그 중심은 단연 <베니스비엔날레>다. 때마침 독일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제들이 같은 기간에 겹쳐 있기 때문에 열기는 예년과 달리 고조되어 있다. 5년마다 열리는 <카셀도큐멘터>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동시에 개최되고 있어 국내 언론들의 취재경쟁도 만만치가 않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비엔날레가 왜 이렇게 열광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비엔날레의 주체들이 이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전시회’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는 비엔날레가 현대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 행사로 기능한다는 말이다. 비엔날레를 찾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다. “나는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비엔날레를 찾지 않는다” 전시장은 대중 일반이 상상하는 미적 경험의 대상으로서 예술품의 차원을 넘어선 것들로 채워져 있다. 폭력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 현란한 빛과 소음을 내는 기계들의 장치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이데올로기의 인쇄물들을 대하면서 관객들은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은 비엔날레가 동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쇼셜 미디어’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의 주체들이 원하는 기본적 속성은 정치적인 것에 있다. 세계 최초의 비엔날레로 알려진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를 보더라도 탄생에서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엔날레는 태생에서부터 ‘정치적 연대와 문화 헤게모니의 각축장’이었다. 국가 간의 연대를 다지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높이는데 비엔날레는 더없이 좋은 도구였다. 금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한 국가관이 자그마치 86개였고 이와는 별도로 동반전시 23개가 베니스 시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베니스비엔날레는 국제연합(UN)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비엔날레는 정치적 연대와 문화 헤게모니를 실험하는 쇼셜 미디어가 되었다. 
비엔날레 천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엔날레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서두로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이 3대비엔날레로 자리잡았고 단일장르의 비엔날레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이 그것이다. 비엔날레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체들이 앞서 말한 정치적 연대와 문화 헤게모니의 속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정치의 실험실로서 비엔날레는 거대 예산과 전문적 조직을 요구하는 행사다. 비엔날레가 다국간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제주비엔날레가 준비되고 있다. 제주비엔날레는 기회요인과 실패요인을 동시에 품고 있다. 기회요인은 후발 비엔날레로서 특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패요인은 그 대안을 추진할 조직과 예산 그리고 도내외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 모두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연대와 문화 헤게모니 실험실’로서 제주비엔날레의 당당한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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