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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비엔날레인가?

김영호

누구를, 무엇을 위한 비엔날레인가?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 2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원도심, 서귀포시원도심, 알뜨르비행장 일대에서 열린다. 주제는 ‘투어리즘(Tourism)’이며 국내외 작가 60여명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기관으로 되어 있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특별전문위원회(TFT)를 꾸렸다 하니 제주비엔날레는 단순한 미술관 기획전이 아닌 명실공히 제주도를 대표하는 비엔날레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예산과 조직 그리고 홍보 등의 기본 측면에서 이것을 비엔날레라 부를 수 있는가 의구심이 든다. 환태평양지역의 국제미술제로서 경쟁력 있는 신생 비엔날레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 도민들에게 저간의 추진과정은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숙원사업인 제주비엔날레의 탄생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비엔날레의 추진과정을 바라보는 도내외 언론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미술인들은 침묵하고 있으며 도의원들의 시선은 비판적이고 도민 대부분은 아예 무관심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미술관 주도로 행사가 급조됐고, 지역 문화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행사가 안착되려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한겨례: 4.9)는 중앙 언론의 기사는 작금의 상황을 대변해 준다. 충분한 공감대 없이 진행할 경우 ‘정치적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을 건립할 당시에 보여주었던 제주도내 미술인들과 도민들의 의욕과 열정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사빈 보겔((Sabine B. Vogel)이 2010년에 발간한 비엔날레 연구서에 따르면 1989년까지 30여개였던 비엔날레의 숫자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60개 이상으로 급증했고 오늘날 대표적 비엔날레만 해도 90여개가 부각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점으로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비엔날레가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혁을 거듭해 온 지구촌의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비엔날레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이 국제미술제가 ‘정치적 연대와 문화적 헤게모니의 각축장’으로 기능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 정치적 연대란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속에 기초하며 문화적 헤게모니란 다양한 의견들의 수렴을 통해 세워진 힘에 기반 하고 있다.   

  국제미술제로서 비엔날레는 유기적 생명체와 같고 지역공동체의 지지와 관심을 먹고 자란다. 이는 비엔날레의 힘은 지역의 다양한 전문집단과 지역민들의 유기적 결속에서 나온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제주비엔날레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쟁력 있는 신생비엔날레로서 문화생산과 소통의 실험실이 되려면 제주도민 전체가 이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도 도민 모두에는 할 일이 주어져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도지사는 신생 제주비엔날레의 추진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원들도 애정으로 감독과 후원을 해야 한다. 도내외 기업들이 참여도 비엔날레의 성공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제주의 미술인과 전문가들 역시 침묵에서 벗어나 애정으로 신생 비엔날레의 탄생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 책임과 부담을 느끼고 있을 터인 제주도립미술관장에게도 권고한다. 지역 예술인과 인문학자 그리고 도민들의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201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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