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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한국현대미술전-니르바나

김영호

모스크바 한국현대미술전-니르바나 

김영호(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국현대미술전(6.29-8.28)이 열리고 있다. 모스크바의 대표적  공원인 베데엔하(VDNH)에 자리한 국립동양박물관 전시관에서 개막된 이 행사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규모 한국현대미술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여작가는 백남준을 비롯해 강형구, 박선기, 천경우, 이명호, 한성필, 뮌, 김기철 등 8인(팀)이며 비디오 영상에서 회화, 사진, 설치, 음향에 이르는 실험적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를 주최한 모스크바비엔날레 재단은 2005년 창립된 신생 모스크바비엔날레를 운영하는 조직으로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다. 재정 후원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맡았고 현지 모스크바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회를 열어 오늘의 한국미술 동향을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시장이 자리잡은 베데엔하는 소련(소비에트연방) 50년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다. ‘전-러시아전시센터’로 소개되기도 하는 이곳은 소련에 속해 있던 다양한 민족과 지역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조성되었다. 최근 모스크바 시정부는 이곳에 대한 대대적 보수 계획을 수립해 미래의 문화재로 활용하기로 결정 했다. 현재 이 거대한 공원에는 항공박물관, 핵에너지박물관 등의 문화 기반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주말에는 약 25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다이나믹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곳은 제6회 모스크바엔날레의 주전시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동유럽에서 극동아시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전시기획자(안드레이 마티노브와 김영호 교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니르바나(Nirvana)로 정했다. 해탈, 열반 혹은 적멸 등으로 번역되는 니르바나는 ‘불어서 끈다’는 뜻을 지닌 범어다. 번뇌의 불꽃을 제거하여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진리를 체득한 경지로서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존재의 실체를 깨달은 상태가 니르바나라면 예술이 지향하는 목표와 근본에서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 전시주제로 채택된 것이다.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의 예술세계는 저마다 고유한 형식과 논리를 취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제도와 윤리 그리고 관습과 이데올로기의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연의 상태에 두기위한 노력이다. 이른바 작가들이 갈망하는 것은 대자연을 향한 자유의지라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작품은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백남준의 <TV 부처>와 <글로벌 그루브>를 비롯해 25점이다. 박선기는 숯 조각을 재료로 삼아 지름 6미터의 거대한 구체를 천정에 매달아 놓았으며 그 아래에 물방울 소리를 내는 음향설치작업인 김기철의 <One Drop>과 더불어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천경우의 <Unseen 1989>와 이명호의 <Tree> 시리즈 그리고 한성필의 <가림막> 시리즈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대는 모스크바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강형구의 대형초상은 전시개막식에서  특별한 인기를 끌었는데 그는 보리스 옐친, 위스턴 처칠, 앤디 워홀, 소피아 로렌,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을 내놓았다. 부부작가 뮌의 <기억극장>은 빛과 그림자 그리고 움직이는 작은 오브제들이 함께 어우러진 설치작업으로 이번 전시회의 진폭을 넓혀 놓았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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