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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상의 힘은 작가로부터 온다

김영호

미술상의 힘은 작가로부터 온다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미술상의 힘은 작가로부터 생겨난다. 올해 첫 수상자를 낸 금보성아트센터의 ‘한국작가상’에 드리고 싶은 충언이다. 미술상의 권위가 수상자의 면면으로 가늠된다는 이치는 해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레 증명될 것이다. 그리고 미술상이 좋은 작가들의 집합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일국 예술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용광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미술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술상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튼실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작가상’의 첫 수상자로서 유휴열 화백이 선정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신생 미술상에 힘과 권위를 실어주기에 손색없는 작가라는 생각에서다. 좋은 작가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주최측이 정한 미술상의 취지와 작가 선정의 방법이 정합하다는 점을 인정케 한다. 또한 심사위원들이 진행한 작가 추천과 심사의 방식에도 건강성이 있다는 점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국 시도 산하에 수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옥석을 가려 발굴해 내는 일 또한 쉬운 노릇이 아니었을 터이다.
 

  필자는 유휴열 화백의 예술세계에 대해 연구한 바가 없다, 하지만 금보성아트센터에 전시된 그의 작품을 일관하고 난 소감은 전에 없이 색다른 것이었다. 작품의 양과 규모도 그렇지만 은빛 날개처럼 눈부신 표면과 화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색채의 조합은 작가의 예술세계가 특수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미술관 벽에 도열된 작품들은 말이 없으나 궁궐을 지키는 호위병사들처럼 숙련된 내공의 든든함이 있다. 거기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날카롭고 차거운 물성을 선택해 두드리고 펴고 찢고 칠하며 체화해 온 실험과 모색의 시간이 온전히 숨쉬고 있었다.       


  유휴열 화백의 작업은 남도의 민화 전통과 연계되어 설명되는 경향이 있다. 작가의 작업실이 자리한 모악산 자락의 무기(巫氣)가 그의 작업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모두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주의할 것이 있다. 지리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 근거한 비평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국적 혹은 지방적 취향을 만족시키는데 국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는 스스로가 이러한 비평의 굴레, 즉 환경결정론의 굴레에 자신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예술가에게 주어진 소명은 환경의 순응이 아니라 환경에 대응하는 예술가의 태도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속성은 기존의 관습이나 윤리, 규범, 풍속, 습관 그리고 제도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먹고 자란다. 나는 유휴열 화백의 예술세계에서 이러한 실험과 모색의 시도를 본다. 유휴열 화백의 작품에서 건강성을 엿볼 수 있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그가 해체해야 할 규범과 전통이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도 정신의 뿌리가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가치로 전환되는 지점에 유휴열 화백의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작가가 지향하는 실험과 모색은 보편적 예술가치로서 전지구적인 것이 될 것이다. 유휴열의 작품에 나타나는 흥과 멋은 창조적 보편성을 띤 예술창조의 열정이며 비평의 문제는 작가적 태도를 넘어선 영역에 존재한다.      


  ‘한국작가상’을 제정한 금보성아트센터에게도 권할 말이 있다.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아트센터 개관 이후의 활동 상황을 헤아려 보면 앞으로도 잘하리라 생각되지만 특화 차원에서 두 가지만 말하겠다. 우선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화단으로 외연을 넓히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5천만에 국립미술관이 하나인 곳이 우리나라다. 웬만한 지역마다 도립과 시립미술관이 있으나 컬랙션의 예산을 보면 미술문화 기반시설로서 기능을 다하는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화기반시설이 운영하는 미술상은 하나의 대안이다. 수상작가들을 국제화단으로 진출시킬 구체적인 궁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의 권장할 사항은 작가 연구와 출판물에 관한 것이다. ‘한국작가상’은 수상기념 전시와 함께 도록제작과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한다. 박수를 받을 일이다. 기왕지사 이렇게 할 바에야 작가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좋은 도록과 출판물은 뒤에 따라오는 성과물이다. 작가의 연구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을 것이다. 크게는 작가론과 작품론으로 대별되지만 세부적으로 형식론, 의미론, 기호론 따위의 연구방법론을 작가에 맞게 운용하고 이에 대한 연구 성과물이 나와야 한다. 감상 비평만 가지고 좋은 작가연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술상의 힘은 작가로부터 생겨난다. 좋은 작가를 선발하는 것이 미술상의 임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술상이 일국의 미술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국가적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작가를 선발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작가를 국제적인 작가로 마케팅하기 위한 전략적인 장치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대를 금보성아트센터의 ‘한국미술상’에 걸고 있다. 




2016.7 한국미술상 수상작가 유휴열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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