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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예술가들에게

김영호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대학 학업을 마친 청년들이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는 계절. 이때가 되면 예술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생각이 깊어진다. 그 고민 중의 하나가 돈벌이에 대한 것이다.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일부 청년들은 예술과 돈을 연관시켜 말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상업주의와 결탁하지 않고 예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금력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한편 ‘예술도 직업이다’라 말하는 일부 청년 예술가들은 돈을 창의적 작업을 위한 필수적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스폰서를 얻기 위해 기업이나 재단의 후원에 관심을 기울인다. 작품의 판매에 관심을 갖고 관객과 시장에 대해 분석하는 일도 당연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술의 길을 선택한 청년들은 예술과 돈의 경계에 대해 갈등한다. 

 따지고 보면 예술을 돈으로 환산하는 업무는 예술가들의 전문영역이 아니다. 정작 예술과 돈의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화상들이다. 어느 미술평론가의 말처럼 화상은 예술과 돈 사이의 경계인으로서 이 둘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에 대해 창조적 모색을 시도해 온 사람이다. 예술과 돈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학자들로 있다. 조이 메디슨 대학교의 경제학교수 타일러 코웬은 “가장 예술적인 것이야말로 상업화되고 대중화되어야 하며, 예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예술작품의 값을 말하는 차원을 넘어 예술을 통해 발생하는 예술문화사업의 창구효과에 주목하고 예술을 산업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예술이 가진 고유한 아우라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과 산업이 혼용되는 현실 앞에서 청년예술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예술과 돈의 중계자들인 화랑주나 경매시장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작품을 팔아 줄 능력 있는 중계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중계자들의 입장에서 작품의 판매나 예술 산업의 진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미술시장을 기웃거리는 작가들이 아니라 자신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열정적 예술가들이다. 예술의 질은 성공적인 예술 산업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며 좋은 예술가들의 주변에는 중계자들이 경쟁하며 모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청년 예술가에게 주어진 소명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 길을 가는 데는 적어도 10년이 필요할 것이다. 예술가의 노정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며 세상과 만나는 시선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을까!

 엉뚱한 비유 같지만 병법에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즉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라 했다. 이 말을 예술 판에 빗대어 보면 예술가가 돈을 따르려 하면 예술과 돈 모두를 얻을 수 없을 것이요, 예술가가 돈에 무심하면 예술적 성취와 돈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역설로 보이는 이 말에는 빠지기 쉬운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은 사업가의 길과 다르다. 사업가들이 기업경영을 위해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해야 하는 것과 달리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소명의 하나는 무목적적 목적이며 무가치의 가치로 대변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예술의 길은 역설의 길이자 모험의 길이 된다. 졸업시즌이 되면 예술의 길로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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