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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개혁 어디로 가는가

김영호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5.3.16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한국의 대학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실업률 증가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겨난 진통이다. 변화의 물결 앞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은 구조개혁의 칼을 들었고 대학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구조개혁의 기본 틀을 취업에 맞추어 산업중심 학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과, 학문의 자유와 사상의 전당으로서 대학의 자치권을 보호하고 인문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 상호 대립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분쟁의 차원으로 치닫고 있다. 


대학 구성원 사이의 갈등은 교육부의 정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지난해 1월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해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입학 정원감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 년 뒤인 올해 1월에는 이른바 ‘산업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정책을 통해 권역별로 1~2개 대학을 선정하고 해당 대학에 150~200억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채찍과 당근 앞에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대학은 취업 중심 기관으로 재편하기 위한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구조개혁의 방향은 산업수요가 많은 분야의 학과 정원은 늘리고 적은 분야는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의 개혁안에 당장 위기감을 느끼는 대학단위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그리고 예술분야다. 대학은 구조개혁을 위해 취업률 중심의 평가지표를 잣대로 학과를 평가하고 성적에 따라 통합, 축소, 폐쇄의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문학이나 민속학 같은 인문계열의 학과들은 통합 혹은 폐과되었고, 예술 관련 학과의 통합과 폐과도 전국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중앙대학교는 ‘학과제 폐지’와 ‘입시광역화’라는 극약 처방안을 내놓아 교수사회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지식인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헌법에 의하여 보호받고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대학자치권이 침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직업양성소와는 다르다. 대학의 존재가치는 기업과 시장의 수요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진리탐구와 인격도야 그리고 자유로운 인간형성을 본분으로 삼는 곳이다. ‘돈 안되는 학과를 폐지’하고 비인기 학과를 통합하는 교육부의 정책은 고등교육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의 서열화와 경쟁심을 부추기며 모든 학문을 취업률에 빗대어 줄 세우고, 인문학과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고사시키는 구조개혁에는 미래가 없다. 대학의 시장화를 비판하는 시카고대학 교수들의 말처럼 ‘그 자체가 인간정신에 대한 범죄행위’다. ‘사이코 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증가되는 현실에서 최근 대학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는 특정대학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 대학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렇다면 대학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의 방법은 대학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학공동체의 구성원인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모두가 토론의 장으로 나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의 교무위원과 교수협의회 그리고 학생회가 원탁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을 통해 발전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행동하는 지성과 실천하는 양심, 오늘의 교육계가 요구하는 실천 강령은 저기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모두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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