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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미지 시대의 예술 어디로 가나

김영호

미디어 이미지 시대의 예술 어디로 가나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현대는 미디어 이미지의 시대다. 두 팔 안의 공간은 컴퓨터와 모바일 폰이 토해내는 다양한 영상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거리마다 벽걸이용 모니터가 정보 이미지를 쏟아내고, 빌딩 옥상에 부착된 대형 전광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광고 이미지를 발산한다. 과연 현대는 미디어 이미지 과잉의 시대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지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현대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미지는 대개가 광고를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며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뒤섞인 정보로 가공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 광고 이미지는 실용적 기능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러한 사정은 관능적 눈빛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화장품 광고속의 여인 이미지에서도 다르지 않다. 심지어 텔레비전 뉴스마저도 실재와 허구가 뒤섞인 모호한 정보 이미지를 방출해 낸다. 장 보드리야르는 미디어 이미지가 우리를 ‘초과 실재’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고 고발한다.  


미디어 이미지의 시대는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를 예술로 시각화하는 미디어 작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예술이 시대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작가들은 실재와 가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역설적 풍경’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보인다. 디지털프린트, 비디오, 영상설치, 영화 등의 미디어로 표상된 이미지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매체들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카메라의 눈(혹은 디지털 기술)으로 만들어낸 공간은 실제 공간이면서도 명백한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사진속의 공간은 ‘존재하는 동시에 부재하는 공간, 실재하면서도 환영인 공간’인 것이다. 미디어 이미지 시대의 작가들은 이미지 자체의 허구성을 인정하고 허구적 진실을 예술표현의 새로운 어법으로 사용하려 한다.


경주시 보문단지에 자리잡은 우양미술관이 기획한 <실재와 가상의 틈>은 미디어 이미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회다. 한국과 러시아 국적의 출품작가 12명이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이원론적 경계를 허무는 작품 50여점을 내놓았다. 이 전시회에서 말하는 틈이란 어떤 것들이 만나는 접점을 의미한다. 성질이 다른 공기의 흐름이 서로 만나 비를 만들고, 음극과 양극이 만나 전기를 만들듯이 틈은 생산의 공간이자 창조의 공간이다. 이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출품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법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늦추어 윤곽이 모호한 이미지를 얻어내고, 어떤 이는 피사체의 배경에 캔버스를 설치해 사진의 독특한 프레임 효과를 강조하며, 어떤 이는 공사중인 건물의 정면에 가림막을 설치해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혼란시킨다. 어떤 이는 그림과 조각의 틈에서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며, 어떤 이는 영상 이미지에 다시 인위적 행위를 가해 이중환상을 시도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탑처럼 쌓아 올린 라이트 박스를 통해 빛과 그림자가 중첩된 다차원적 공간을 연출한다. 이렇듯 출품작가들의 작품은 고유한 자신의 어법을 통해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새로운 의미를 드러낸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복제기술로 표상된 실재와 비실재의 틈은 새로운 삶을 위한 인식의 공간이 되고 있다. 실재와 가상의 이원적 구조를 해체하는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지 자못 흥미롭다. (201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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