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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언론이 운영하는 미술상(美術賞)

김영호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미술상이 미술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언론이 운영하는 미술상은 미술계의 지형도를 전과 다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과거의 작가 지망생은 국전(國展)이나 민전(民展) 같은 대규모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고 그 입상경력이 화단이나 미술시장 그리고 대학으로의 진출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기업이나 언론이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미술상이 특정 작가들을 국제적인 스타로 부각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전이 1981년 마지막 전시를 치루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후, 미술계의 중심추는 신문사들이 주최하는 민전으로 이동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미술제로 옮겨가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과 언론이 내세운 미술상이 거대자금과 조직력으로 미술계의 생태를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 미술상으로는 에르메스미술상(에르메스코리아, 2000), 송은미술대상(삼탄, 2001), 양현미술상(한진해운, 2008), 일우사진상(한진, 2009),  연강예술상(두산, 2010), 삼성미술관 리움이 신설한 아트스펙트럼작가상(삼성, 2014)을 들 수 있다. 이들 미술상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문화재단이나 전시시설 그리고 국내외에 마련한 레지던스와 창작스튜디오 등을 통해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고액의 상금과 전시회 그리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작가들을 국제무대로 단숨에 진출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공공미술관과 협업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확대하기도 하는데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작가 전시사업을 위해 10년간 120억을 후원하는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시리즈’나 한진해운의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따위가 그것이다.  


한편 언론사가 운영하는 대표적 미술상으로는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과, 조선일보사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이중섭 미술상’을 들 수 있다. 언론사가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과 맞물려 지속적인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미술상들이라 할 수 있다. 1995년에 설립해 운영해오던 체제를 새롭게 개편한 후 올해로 3회를 맞은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4-5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전시를 개최하고 최종심의를 거쳐 한명의 수상자가 결정된다. 영국의 터너미술상의 운영방식을 도입한 사례다. 이중섭미술상은 1988년 창설된 이래 매년 한명의 작가를 선발해 지금까지 모두 27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미술상으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의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로는 제주작가 강요배가 선정되어 오는 11월에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다.


이상의 기업과 언론이 주최하는 미술상들은 지역의 미술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치단체나 언론이 지역 출신 미술가를 기리며 제정한 미술상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구의 이인성미술상(2001), 창원의 문신미술상(2002), 대전의 이동훈미술상(2003), 부산의 송혜수미술상(2005), 포항의 초헌미술상(2005) 등이 잘 알려진 미술상이다. 지역작가의 발굴과 지원을 명분으로 생겨난 미술상들은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다. 미술상들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미술상은 지역문화의 산실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권력의 기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제주도에 뿌리 내리고 있는 기업이나 언론이 미술상 제정에 관심을 가져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20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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