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심사평 / 수상자 - 강요배

김영호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심사평 / 수상자 - 강요배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심사는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10명의 수상자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심사는 두 차례의 회의를 거쳤는데 1차 심사에서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날짜를 달리해 진행된 2차 심사에서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추천된 작가들 대부분의 작품세계는 화단에 이미 잘 알려진 터라 선정방식은 일단 영상자료와 제출된 출판물을 검토한 후 무기명 투표의 방식을 택했다.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을 고르게 반영하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언급 외에 특정작가에 대한 지지토론을 억제하는 선정방식이다. 수차례의 투표를 통해 수상자로 강요배가 최종 선정되었을 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선정이유가 명확히 드러났다.     
     

강요배는 2000년 고향인 제주에 화사를 짓고 정주해 전업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 졸업 후 20여년의 서울생활을 접고 제주로 귀향한 작가의 치열한 행보는 지역 미술인들에게 예술가의 소명의식과 그 실천에 하나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강요배는 화산섬 제주의 자연과 그 자연을 살았던 선조들의 고난한 삶의 역사를 독자적인 화법으로 번안한 작업을 선보이면서 미술계에 주목을 받아 왔다. 1980년대의 격변하는 사회정황 속에서 방황과 사색의 담금질을 거친 그에게 캔버스는 역사와 장소의 기억을 되새기고 발언하는 삶의 현장 자체였다. 이어 1993년 ‘제주민중항쟁’에 기반한 역사인식을 담은 첫 개인전은 화가로서 그의 노정에 뚜렷한 지표를 설정해 주었다.  


한라산 서쪽 평원에 자리한 귀덕리(歸德里)에 정주한 2000년 이래 작가의 세계관과 조형형식은 이전과 다르게 나타난다. 변화는 주제에서 발견되는데 제주의 풍천월해(風天月海)와 거친 대지에 인고하며 살아가는 화초목(花草木)으로 시선이 바뀐것이다. 이전의 저항적이며 폭력적인 창작 충동은 이제 생명현상을 촉진하는 창조 에너지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작은 뜰에 자라는 생명 있는 것들과, 큰 하늘을 운행하는 월성들과, 바람과 빛에 의해 숙성되고 변화하는 산해의 풍경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의 화폭에 표상된 자연은 땅의 기억과 더불어 어느덧 작가 특유의 신비스럽고 주술적이며 상징적인 어법들로 번안되어 새로운 차원의 감흥을 보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그의 근작들은 시각적 인상을 넘어 우주적 영감과 장후한 시간에 대한 상념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이중섭미술상 수상은 화가 강요배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올해가 이중섭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인데다 화백의 정신적 안식처였던 제주의 작가에게 처음 주어진 상이라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정작 의미를 더하는 것은 심사위원회가 원했던 미술상의 취지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어느덧 27회를 맞고 있는 이중섭미술상의 특성과 차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심사과정에 심사위원들이 제안한 이중섭미술상의 선정기준은 화가로서 ‘치열한 작가정신’과 ‘작품세계의 독창성’이라 할 수 있다. 수차례의 투표를 거치며 심사위원의 절대표가 강요배로 쏠리게 된 것은 그가 이중섭 화백의 정신을 기리는 작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음을 대변해 준다. 


2015년 2월 16일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
이상갑(위원장), 김영순, 김영호, 김성원, 민정기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