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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가치의 고공행진

김영호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영국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지난 2013년 5월 12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240만 달러(1,528억)에 낙찰됐다. 이 낙찰가는 지난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0만 달러(1,200억원)에 팔린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의 가격을 갱신한 것이라 한다. CNN 방송은 뉴욕 크리스티가 12일 하루 동안 진행한 ‘전후 현대미술품 이브닝 세일’에서 기록한 총경매가는 6억 9,100만 달러(7,4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미술시장의 뉴스는 보통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일까? 영국의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매튜 키이란은 그의 저서 <예술과 가치>에서 이러한 질문에 하나의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실현할 수 있는 가치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치들이 미묘하고 복잡한 상호관계를 이루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원본성, 일품성, 상상력, 독창성, 진실성, 도덕성 따위의 요인들이 예술의 가치를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며 결과적으로 인문학 이론에 정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가치가 인문학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런던이나 뉴욕에서 전해오는 작품가격의 고공행진 소식을 제대로 납득하기는 힘들다. 오늘날 예술의 가치는 인문학적 혹은 미학적 가치만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된 것처럼 오늘날 현대미술의 현장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과 경제의 메커니즘이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장에 올라온 작품이 비싼것은 상업적 메커니즘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경매회사라는 거대자본업체의 시스템은 작품에 아우라를 만들어 내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미술작품에 작용하는 자본과 경제의 메커니즘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 사례를 빈센트 반 고흐의 유화작품 <가셰박사의 초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 고흐가 사망하던 해인 1890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199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 다이쇼와 제지회사의 명예회장에게 당시 금액으로 8,250만 달러에 팔려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품이 탄생한 이후 백년 동안 무려 12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략 8년마다 작품의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예술작품의 가치 상승은 교환의 시스템 속에서 발생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기업의 예술분야에 대한 투자는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연구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작품구입에 따른 기업의 홍보효과란 기업이 지출하는 미디어 홍보비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타당성 조사를 거쳐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을 공신력 있는 경매회사를 통해 구입한다. 물론 이 과정과 결과는 언론에 보도되면서 자국민들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고 그 결과로 대기업의 매출이 상승된다. 직원들 역시 자신이 소속한 기업이나 보험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7-8년이 지나 그림에 대한 효용가치가 투자대비 하향점으로 꺾였을 때 유명 경매사에 내놓으면 입찰가격은 기업이 치루었던 구입가에 은행이자를 포함한 금액 이상으로 책정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또 다른 업체로 주인이 바뀌어 새로운 투자와 교환의 과정은 계속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구촌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되어 거대 기업들이 위세를 떨치는 작금에 이러한 시나리오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정보미디어를 통해 전해오는 미술작품 가격에 대한 고공행진 소식들은 현대미술의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신화는 예술을 둘러싼 성취와 도전의 이율배반적 구조에 대해 새롭게 성찰 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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