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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는 러시아

김영호




김영호(미술평론가, 중앙대교수)


세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사회주의의 짐을 벗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약진에 이어 유라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은 지구촌의 지형도를 변화시킬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의 변화는 비단 정치사회적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예술 분야에도 일고 있다. 19세기 이후 ‘볼쇼이발레단’으로 대변되는 공연예술의 중심지로서 구 러시아의 영광을 부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변화의 물결은 2005년 창설한 모스크바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미술전시회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모스크바의 동쪽이며 러시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신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늦가을 날씨에도 눈발이 날리는 이곳 국립미술관에서는 지난 11월 3일부터 ‘2014 국제현대사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색다른 차원(Different Dimension)’이라는 제하에 개최된 이 페스티벌은 동양과 서양을 망라한 다국적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풀어낸 작업을 선보이는 행사다. 2006년에 출범해 비엔날레처럼 2년을 주기로 행사를 치룬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 사진축제의 특징은 러시아에서 보기가 드물었던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의 사진작가들을 대거 초대하는 전시회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2005년 창설한 모스크바 비엔날레의 지방 확산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 페스티벌은 모스크바의 동쪽 러시아에서 가장 큰 사진 이벤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4 국제현대사진페스티벌’에는 한국작가 5명이 출품했다. 따지고 보면 사진축제가 주는 효용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 설치나 회화 그리고 뉴미디어 작품에 비해 운송이나 설치 그리고 관리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를 활용해 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안드레이 마티노브는 노보시비르스크의 인근도시 옴스크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지역의 문화시설과 연계한 순회전을 개최하며 세계각국과 문화적 차원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국제현대사진페스티벌이 시베리아 지역의 중요한 교육 행사임은 축제에 대한 기사가 로컬 미디어뿐만 아니라 러시아과 해외의 전문 잡지와 웹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현대사진페스티벌의 효용성에 대한 이점은 사진예술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도 연관이 있다. 오늘날 사진은 대중적 미디어가 되었다. 사진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이나 전문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며 일상의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다. 마치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우리는 사진을 찍고 소비하며 사진기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고 잠자리에 든다. 스마트폰으로 명명된 이동 전화기에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융합된 이래 사진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로 필름에 상을 맺어 현상하는 전통적 사진기술이 사라지고 변형과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색다른 차원의 사진기법과 시각의 변화를 드러내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다섯명의 한국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독자적인 주제와 문제의식 속에 활동하며 대부분 나름의 명성을 구축한 작가들이다. 이명호, 유현미, 김수강, 조인증, 김중만 등 5명이 그들이다. 이들 작가는 모스크바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던 김수자와, 특별전에 참여했던 문경원, 전준호, 이용백 등의 뒤를 이어 러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문화사절로서 나름의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지구촌의 또 다른 대국 러시아. 향후 유라시아의 문화지형도를 바꾸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러시아의 중부지역 신도시를 돌아보며, 우리도 이들과 문화예술 교류의 체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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