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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사태를 바라보며

김영호

국립현대미술관 사태를 바라보며


지난 11월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과거 기무사 자리에 새로 문을 열면서 미술계의 시선이 온통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이 개관식장을 찾아 지속적인 문화지원을 약속하면서 미술관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나, 개관을 기념하는 전시회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의 편파성과 시대착오적 관권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며 미술관 운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이른바 3관+1수장고 시대 즉,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을 각각 특화시켜 연구중심, 현대미술 중심, 근대미술 중심으로 운영하고 청주지역에 수장고를 마련해 명실상부한 근현대미술문화 생산의 총체적 발전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행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축사에서 보여준 지원 발언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관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언론에 보도된 관련기사를 종합해 보면 비난의 내용은 '특정대학 출신이 개관전의 전체 인원의 80% 이상을 차지해 마치 동문전을 방불케 한다'는 것과 '청와대 외압에 따른 전시작품의 취소와 교체로 전시기획자의 자율성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며 그 결과 개관전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전시가 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급기야 이러한 비난은 행동으로 나타나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한 미술단체들이 연합해 규탄대회를 열고 관장 및 학예팀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립현대미술관 사태를 바라보는 필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과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미술협회의 규탄대회는 정확한 현실분석과 대안제시가 부족해 아쉬웠다'는 일부 미술사가들의 지적에 동의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의 문제는 인력과 예산 그리고 정책의 기초 위에 세워진다. 현재 서울관의 건립에 따른 신규인력 34명이 선발되어 임용대기중이라 한다. 서울관의 정원이 몇 명인지를 따져 보는 일도 필요하지만 계약직으로 뽑은 인력을 어떻게 전문적 사업에 투입할 지 미술계는 주시해야 한다. 예산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의지에 비추어 기대되는 부분이며 과거와 비교할 때 낙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장품에서 전시기획에 이르는 전문적 활동을 위한 예산을 현실화시키는 일은 전적으로 미술관의 몫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정책의 문제는 '책임운영기관' 혹은 '법인화'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민감한 주제다. 이 대목은 상급 행정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야 될 사안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미술관정책을 담당하는 전문부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새 정부가 신설한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 소속 박물관정책과에 미술관정책 업무를 통합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술협회의 규탄대회와 관련해 미술관의 문제를 대학간의 파벌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미술계가 몇몇 대학의 파벌로 분열되면서 정치화 돼버린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학회나 협회의 차원에서 특정대학 동문들이 헤게모니를 차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이 문제는 이번 사태를 넘어 미술인들 모두가 자성하고 성토돼야 할 사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준 미술계와의 소통부족이나 작품전시의 균형성 미흡 등에 대해 미술단체들이 지적한 사항은 정당하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국립현대미술관에 120억 지원 계획을 취소할 것'과 같은 촉구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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