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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미술의 약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영호

중국현대미술의 약진,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 열풍이 제주도의 관광계와 부동산계에 이어 미술계에도 부는 것일까. 중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의 한사람인 펑쩡지에(俸正杰, 1968년생)의 개인전이 한경면 저지리에 자리한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지난 10월 19일 개막했다. 작가는 이곳 예술인마을에 땅을 구입해 해외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작업실도 지었고 앞으로 이곳에 머물며 작품구상도 할 것이라 한다. 


사실 저지리에서 중국현대작가전을 연 것은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인 2008년 사천 출신의 청년화가 인준(尹俊, 1974년생)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아이를 그린 '크라잉' 연작을 제주현대미술관이 소개한 바 있다. 국제자유도시로서 위상과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문화적 환경을 개척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제주현대미술관의 해외작가 초대전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제주도가 아시아의 현대미술, 나아가 환태평양의 현대미술 작품을 유입해 질 높은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기반시설의 조직과 정책 그리고 인력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현대미술은 1980년을 전후로 형성됐다. 1966년부터 10년간 벌어졌던 문화대혁명과 1989년 천안문사태를 겪은 세대로서 왕광이(王廣義, 1957년생), 장샤오강(張曉剛, 1958년생), 웨민쥔(岳敏君, 1962년생), 팡리준(方力鈞, 1963년생), 쩡판츠(曾梵志, 1964년생), 펑쩡지에(俸正杰, 1968년생) 등이 이 시기에 배출된 작가들이다. 이들은 격변하는 중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메시지를 미술로 표현했고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힘입어 2005년 이후부터는 작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컬랙터들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2008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한동안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10년부터는 경제위기가 회복되면서 아직까지 작품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구미지역 경매회사로부터 벗어나 중국화교 및 중국대륙인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본토의 미술경매 규모는 런던과 뉴욕을 추월했고 2011년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거래 규모 1위로 뛰어올랐다. 쩡판츠의 유화 '최후의 만찬'이 지난 10월 5일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330만 달러(약 250억)에 낙찰돼 아시아 현대미술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현대미술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열거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듯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경제 이데올로기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겪고 있는 삶의 부조리와 제도적 모순에 대한 비판의식이 스며있다는 것이다. 가령 코카콜라나 나이키 광고이미지를 문화대혁명 시대의 강렬한 포스터와 결합시킨 왕광이, 빛바랜 무채색의 배경에 무표정한 가족의 얼굴을 담아낸 장샤오강,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인물을 통해 냉소적 사실주의를 드러내는 웨민쥔, 개인과 사회의 내적갈등을 부유하는 대머리 인물상으로 그려낸 팡리준, 표현적 필치로 무표정하거나 인공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가면의 얼굴을 그리는 쩡판츠, 중국 전통화의 색채로 사팔뜨기 여인을 묘사하는 펑쩡지에의 작업에서 알레고리 기법으로 표현된 거대한 중국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현대미술은 서구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춰진 '레스토랑 식탁위의 만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현대미술의 열풍을 분석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민간재산과 더불어 중국정부의 문화산업 육성정책과 기업의 투자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환태평양 지역으로부터 밀려드는 거대한 문화적 열풍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자유도시 제주도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다각적으로 따져 볼 때가 됐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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