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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델 아구아>를 위한 변명

김영호

<카사 델 아구아>를 위한 변명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지난 3월 6일,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리고레타의 유작 <카사 델 아구아>가 강제 철거되었다. 유리창과 벽을 부수는 포크레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제주문화사의 결정적 순간을 나타낸다. 피부가 찢기고 철골을 드러낸 채 지르는 해체의 울음과 함께 결국 아시아 유일의 환경건축을 꿈꾸었던 ‘물의 집’이 이 땅에서 사라졌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의미를 품은 기호로 기록되었다. 건축물을 보호하려 동분서주했던 이들의 통렬한 상실감과, 다른 한편으로 철거를 지지하고 손들었던 이들의 준엄한 권위감도 서려있다. 그리고 자본과 투자 논리로 얽혀진 기업주들의 냉정한 이기심도 보인다.  


제주도민들은 ‘물의 집’ 강제 철거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광주고법 제주지법원장의 판시 내용처럼 불법건축물을 단속하는 서귀포시의 행정 권능이 수호된 것일까? 법리를 존중하는 법치국가의 정신이 우뚝 선 것인가. 그렇다면 ‘물의 집’을 존속하는데 입장을 같이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민권익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주한멕시코 대사관 소속의 공인들, 그리고 사설과 컬럼을 통해 존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도내외 주요언론의 필자들은 총체적으로 불법의 상황을 지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또한 건축물의 존속을 염원했던 도내외의 학생과 일반 대중들도 한 통속이었는가.


<카사 델 아구아>는 모델하우스로 정당하게 지어졌으나 존치기간이 지남으로서 불법건축물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 말은 레고레타의 건축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지어졌으나 존치기간 이후에 불법건축으로 분류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에게 죄가 있다면 모델하우스를 명품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죄다. 하지만 건축가의 예술의욕을 탓할 일은 아니다. 자연의 빛과 물을 건축 개념으로 수용해 온 그에게 중문 해안선 언덕은 일생일대를 걸만한 매혹의 공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창조적 본능에 따라 그에게 주어진 최선의 작업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친환경적 건축구조와 시공방식에서 증거된다. 


<카사 델 아구아>의 존속을 바라는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공인들 그리고 언론인과 대중들의 지지선언은 정당했다.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지어진 건축이 존속기간이 지나면서 불법 건축이 되었지만, 제주자연을 예술적 언어로 형상화한 건축물의 상징성과 제주도민과 급증하는 관광객들의 문화 향유권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질서 유지를 위해 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법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수 사안에 대해 건강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보호를 지지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얼마든지 발견되는 것이었다. 세계만국박람회 당시에 한시적 건물로 지어졌으나 여론에 의해 존속하게 된 파리의 에펠탑이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는 뒤늦게 대응방안으로 이전 복원을 제시했다. 기존 설계도를 관련 시공사로부터 기증받아 이를 바탕으로 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난도의 작업이 될 것이다. 카사 델 아구아는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란 뜻이다. 햇빛과 바람, 물 등 자연을 건축에 끌어들이는 것이 레고레타 건축의 백미였다. <카사 델 아구아>는 단순한 디자인과 제주도 특유의 강렬한 벽채 색감, 건물 곳곳에 뚫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따라 변하는 내부 분위기가 방문객들을 매료시켰다. 건축계에서 <카사 델 아구아>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라고 칭하는 것은 한라산과 대양의 접경에 위치한 건물의 ‘장소성’ 때문이었다. 이 장소성이 이전 복원으로 얼마나 회복될지 관심으로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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