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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박물관의 이상한 관계

김영호

미술관과 박물관의 이상한 관계

김영호(미술사가, 중앙대교수)


살다보면 생각과 행동이 따로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에 따라 계속 피워대는 것이 하나의 예다. 이러한 지행불일치의 일상은 개인사에서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그 중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박물관 정책이다. 박물관 정책의 근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속 차리기 관행에 따라 모른척 넘어가는 것이다. 


박물관이란 용어는 서양의 ‘뮤지엄’에서 온 말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무엇인가? 영어로 ‘아트뮤지엄’, 즉 미술박물관의 줄임말이다. 이렇듯 미술관은 박물관의 범주에 속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박물관 정책은 1990년에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84년 제정 공포된 ‘박물관법’을 대체하면서 등장한 법령인데 놀랍게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독립적 실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규는 박물관계 뿐만 아니라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와 학계에 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이 혼란은 정부차원에서 시멘트처럼 굳어지고 있다. 2012년 9월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국 내에 박물관정책 전담부서인 ‘박물관정책과’를 신설하면서 미술관정책 업무는 같은 문화예술국의 ‘예술정책과’에서 담당하도록 분리시켜 놓은 것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가 전시기획, 소장품수집, 박물관교육, 보존과학 따위의 사업을 전개하는 문화기반시설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문인력도 학예사라는 동일 자격증소지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미술관의 약진과 더불어 박물관계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관행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정부차원의 박물관 정책은 애초 미술관을 별도로 취급했다. 그 기원은 문화부가 신설되고 박물관 전담부서인 ‘박물관과’가 세워진 199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94년에는 ‘도서관박물관과’로 전환했고 2004년에 이르면 국립중앙박물관에 ‘박물관정책과’를 설치해 정책 기능을 산하기관으로 이관했다. 2008년 다시 정부조직이 문화체육관광부로 개편되면서 ‘문화여가정책과’로 귀환했으며 최근 박물관 전담부서인 ‘박물관정책과’가 다시 자리를 틀게된 것이다. 한편, 미술관 정책은 문화부가 신설된 이래 ‘예술진흥과’에서 담당해 왔고,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관정책과’를 신설해 독자적인 정책기능이 강화되는 듯 했으나 2008년 이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정책과’로 다시 이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상과 같이 박물관과 미술관의 제도적 분리는 박물관 진흥을 위한 정책수립과 지원체계에 혼선을 일으키며 종합적 진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등록박물관이 840개소로 증가했다. 박물관 694개소와 미술관 146개소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다 미등록박물관 107개소를 합하면 박물관 1000개의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이러한 환경의 비약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관련 법제나 행정체계는 30년 이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새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개념적 모순을 안고 있는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 신설된 ‘박물관정책과’는 미술관 정책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박물관 정책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부서로 개편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박물관 중에서 미술관이 현대 예술문화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외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상황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과내 부서를 재편하고 박물관 정책의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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