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문화 이데올로기 생산의 실험실, 카사 델 아구아

김영호

중문 관광단지의 앵커호텔 모델하우스로 지어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보존을 위한 범도민적 운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가설건축물이라는 법률적 근거를 내세우며 철거를 강경하게 선언했던 제주도 당국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제주도는 자신에게 던져진 비난의 공을 ‘카사 델 아구아’의 토지주인 (주)부영으로 넘겨 놓았다. 대지의 소유권자인 (주)부영이 동의하면 보존을 검토하겠다며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합의서를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극적 중재라는 비난도 있지만 법치주의에 근거해 행정을 맡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정당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다. 공을 넘겨받은 (주)부영 역시 앵커호텔의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과 일부 객실의 조망권 침해 등 기업이윤을 내세워 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니 무작정 비난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주)부영의 입장에서 ‘카사 델 아구아’의 존치가 기업의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냐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이 건설사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문화 이데올로기의 힘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기업을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하는 문화 이데올로기의 힘 말이다. 언론계 주변을 돌아보면 기업들의 문화이미지는 곧바로 소비자들의 생산물 소비활동과 연계됨으로써 기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보도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서열이 기업 메세나 활동의 순위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1994년에 발족된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주)부영과 앵커호텔은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보존운동으로 이미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그 홍보효과는 SNS 미디어와 외교 체널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도내외의 문화단체, 예술계, 대학, 학술계, 언론계, 주한멕시코대사관, 급기야 도의회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의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전에 없는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긍정적 홍보효과는 (주)부영이 ‘카사 델 아구아’의 보존방안에 동의하고 제주도 당국과 적극적인 개발전략에 동참할 경우를 말한다. 만일 (주)부영이 도민과 문화단체 그리고 동맹국 멕시코 정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법리를 내세우며 건축물을 강제 철거할 경우 기업이 감수해야할 될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카사 델 아구아’ 보존운동은 단순히 명품건축의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 제주도민들의 건강한 정신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문화 이데올로기 생산을 위한 제주도민들의 역량을 가늠하는 실험실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제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이처럼 집중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제주의 목소리가 국내외의 문화계 전문가들의 관심을 흡수하여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시킨 적이 과연 있는가. ‘카사 델 아구아’ 보존운동은 제주도의 문화예술계와 행정계를 포함한 도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좋은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수호하고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한단계 높이는 시민들의 보존운동에 (주)부영이 현명한 결단으로 동참하기 바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기업의 하나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와 협력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멋진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한라일보, 월요논단, 2012.10.22일자)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