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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도시의 질감과 색감

고충환



김소라, 도시의 질감과 색감 


고충환 | 미술평론가


그가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면, 현대인은 모두 도시인이다. 전원생활을 할 때도 자연과 더불어 살 때도 그의 의식이 여전히 도시에 매여있다면, 그리고 그의 생활방식이 도시 의존적이라면 그 역시도 그렇다. 그렇게 현대인은 도시인이다. 이런 도시인의 삶의 질과 생활감정을 주제화한 그림이 도시 회화다. 다르게는 어반아트, 시티스케이프라고도 한다. 작가 김소라의 그림이 그렇다. 작가의 그림은 도시 회화의 경향성을 예시해준다. 도시에 대한, 자신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감정을 그린 것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 현대인의 생활감정을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얻고 공감을 얻는다. 

작가는 도시의 변방에 관심이 많다. 변방은 도시와 도시의 경계 위에도 있고, 도심에도 변방은 있다. 그러므로 변방 풍경 혹은 경계 위의 풍경이라고 불러도 좋을 변방은 실재하는 장소를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심리적인 반응을 포함하기도 한다. 도시에는 표면과 이면의 두 얼굴이 있는데, 그중 변방은 도시의 숨은 얼굴을 보여준다. 짓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재개발 현장이 그렇고, 멈춰선 공사 현장이 그렇고, 짓다 만 건축물이 그렇고, 공실로 남겨진 상가가 그렇고, 파헤쳐진 채 벌건 속살을 드러낸 산자락이 그렇고, 깨진 유리창과 함께 멈춰선 폐공장이 그렇고, 간이 막으로 둘러쳐져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터가 그렇고, 공원과 호수를 끼고 있는 휴양시설(그리고 휴양지)이 그렇다. 도시면서 도시 같지 않은 탈 혹은 비도시라고 해야 할까. 미셸 푸코라면 도시 속 비도시, 그러므로 헤테로토피아라고 했을 것이다. 

도시 회화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처음에 변방 풍경에 머물고, 점차 변방에 속한 사물들의 표면으로 옮아갔다가, 그리고 종래에는 그 표면 질감이 불러일으키는 회화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시작해 점차 미시적 관점으로 파고 들어가는 시선의 변화를 예시해준다. 의식이 곧 시선이고 시선이 동시에 의식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시선의 정치학과 관련해 주목해볼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작가는 폐장한 호텔을 그리고,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간 허물어진 타일 벽을 그리고, 마구 웃자란 덤불과 함께 기능을 멈춘 철탑 위 물탱크를 그린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광고 보드를 그리고, 글자가 지워져 알아볼 수 없는 안내 표지판을 그리고, 광고 전단을 붙였다 떼어낸 흔적이 여실한 전봇대의 표면을 그린다. 

앞서 말했듯 작가의 시선은 변방의 사물에서 사물의 표면으로 옮아가면서 주변과 단절된 사물의 표면과 회화의 평면이 일치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물의 표면 질감이 갖는 회화적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맞닥트린 결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도시도 그렇지만 실제로 변방을 보면 곧잘 저대로 그림이지 싶은 풍경에 맞닥트리게 된다. 콘크리트 벽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이 그렇고, 깨지고 터진 페인트칠의 균열이 그렇고, 덕지덕지한 광고전단을 위해 몸을 내어준 벽면의 질감이 그렇다. 그렇게 작가는 도시의 변방을 떠도는 이미지를 캡처하고, 각색하고, 편집하면서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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