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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원, 흔들리는 피사체

고충환

황성원, 흔들리는 피사체 


보통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고 증명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다. 현실을 기록한 것인 만큼 육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피사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황성원 작가의 사진에서 피사체를 알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알만한 형상 대신 오직 흔들리는, 모호한, 희뿌연, 애매한, 무분별한 분위기와 흔적이 있을 뿐이다. 흡사 특정 대상을 기록하고 증명하는 대신, 다만 분위기와 흔적이 주제인 것도 같다. 작가는 주로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때로 누워서도 찍었다. 피사체를 조준하지 않고 조리개를 열어 놓은 채 찍었다. 사진을 찍었다기보다는 열린 시간을 사진에다 담았다. 그렇게 내가 움직일 때 사진도 움직이고 내가 흔들릴 때 사진도 흔들렸다. 그렇게 움직이는, 흔들리는 분위기와 흔적이 사진에 오롯이 담겼다. 그 분위기와 흔적을 작가는 물아일체라고 불렀다. 그렇게 다시, 내가 움직일 때 사진도 움직이고, 내가 흔들릴 때 사진도 흔들렸고, 내가 떨릴 때 사진도 떨었다. 여기에 수사적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번민할 때 사진도 번민했고, 내가 아플 때 사진도 아팠다. 그렇게 작가는 사진에다 자기를 투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했다. 마샬 맥루한은 매체를 감각의 연장이라고도 했지만, 그렇게 사진을 매개로 자기 몸을 그러므로 감각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렇게 분위기와 흔적이 피사체도 주제도 될 수가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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