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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동경하다/ 최한규, 정의지, 김영목

고충환

예술을 동경하다/ 최한규, 정의지, 김영목  


최한규는 종이에 수채로 그린다. 수채화치곤 사물대상이 손에 집힐 듯 사실적이고 정치한 묘사가 돋보인다. 밀도감이 높은 편이다. 소재로 치자면 달과 연꽃, 달과 부처, 달과 풍경(대개는 계림과 오릉 그리고 첨성대 같은 경주의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듯 단연 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주제도 달빛환상이다. 주지하다시피 달빛은 예로부터 사람들 특히 표현을 주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의 마음을 훔쳐왔다. 특히 어둠과 어우러진 어스름 달빛이 불러일으키는 시상은 허다한 시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 만큼 달빛환상이란 주제는 다르게는 달빛서정으로 바꿔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달과 밤, 달과 어둠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그림으로 시상을 불러일으키고, 그 시상으로 감동을 준다. 

정의지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조각가다.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소위 리사이클링 조각 그러므로 재생조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버려진 양은냄비가 꼭 자기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어디 작가뿐이겠는가. 어쩜 우리 모두가 버려진 양은냄비처럼 언제든 용도 폐기될 수도 있는(잉여인간?) 잠재적인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작가의 조각이 보편적 가치(아님 입장?)를 대변하면서 공감을 얻는 지점이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작가는 폐기된 양은냄비를 자르고 두드리고 구부리고 붙여서 오랑우탄과 같은, 무소와 같은, 산양과 같은, 호랑이와 같은 각종 동물 형상을 빗어냈다. 여기서 소재 자체에 크게 의미부여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동물형상을 좋아하는 것이 굳이 의미라면 의미랄 수도 있겠다. 차후에 다른 소재로도 언제든 옮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폐기된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며, 그렇게 재생된 조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쩜 자신마저도 잊고 있었을 저마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되돌아보도록 유도하고 격려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엔 또 다른 버전이 있는데, 이번엔 버려진 양은냄비 대신 캔이 동원된다. 찌그러진 채 버려진 각종 캔을 집적시켜 덩어리를 만든 후 그 단면을 잘라냈다. 그리고 그 표면에 기름을 발라 거칠고 어둔 색감과 질감의 단면이 노출되게 했다. 이번에는 치매노인 전문 양로원을 방문하면서 받은 인상이 이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치매의 특징은 기억이 망실된다는 점이다. 덩어리로 집적된 조형작업에서 어떤 캔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캔이라는 최소한의 사실을 알 수가 있을 뿐. 마찬가지로 기억이라는 최소한의 사실이 있을 뿐, 그 기억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억인지 알아 낼 수가 없다. 그렇게 어둔 색감과 질감의 단면이 마치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망실된 기억을 유비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그렇게 작가는 상실과 재생을 주제로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열어놓고 있다. 

김영목의 작업을 처음 봤을 때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조합인가 했다. 때로 추상적인 그리고 더러는 구상적인(대개는 하늘 아님 하늘을 포함하는 단조로운 풍경) 회화적 평면 위에 구부러진 철사가 오버랩 돼 있었다. 평면 위에 그림자마저 드리워진 것이 영락없는 철사 그대로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철사도 그림자도 다 그림이었다. 회화적으로 그린 평면회화와 사실적으로 그린 철사그림을 대비시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초현실주의의 눈속임회화기법을 재해석하면서 자기화하고 있었다. 구부러진 철사의 형태로 치자면 부처 같은, 원호를 그리는 철사의 단면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 않지만, 대개는 옆모습의 사람얼굴을 최소한의 실루엣 형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두 사람의 얼굴이 하나로 포개져 있다. 아마도 고독한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을 그린 것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그린 것일 터이다. 그렇게 작가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자신만의 회화적 방법을 매개로 인간에 대한 자신의 관념을 그리고 감정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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