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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샛별, 결여와 결핍의 풍경

고충환

구샛별, 결여와 결핍의 풍경 


하루 일과가 끝나 인부들이 빠져나간, 정적과 적막감이 감도는 공사장을 그렸다. 혹 휴일일지도 모르겠다. 말 못할 속사정으로 공사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현장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정적과 적막감이 감도는 공사장 위로 노을이 내린다. 노을과 음영이 내려 덮이면서 원래 어수선했을 현장이 차분하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정적에 감싸인 정경이 멜랑콜릭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각적 쾌감마저 자아낸다. 공사장을 그린 이 일련의 그림들(중화된 풍경, 2011)에서 작가는 결여와 결핍의 풍경을 보여준다. 결여? 결핍? 원래 공사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작가가 그린 공사장에는 사람이 없다. 북적거리지도 어수선하지도 않다. 작가는 공사장답지 않은 공사장을 그렸다. 도시답지 않은 도시를 그렸다. 역설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어수선한 도시의 잉여를 그렸고 음영을 그렸다. 도시라는 거대한 기계가 멈춰선 현장을 그렸다. 도시가 숨기고 싶은 말 못할 속사정을 그렸다. 재개발현장과 경제제일주의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난 부재하는 사람들 위로 무슨 마술처럼 노을과 음영의 베일이 드리워져 감미롭기까지 한 도시의 알레고리를 그렸다. 그렇게 도시회화의, 변방풍경의 한 전형을 예시해준다. 
그리고 결여와 결핍의 풍경은 동물원을 소재로 한 그림(blue/gray Scenery, 2014-2017)으로 변주되고 확대 재생산된다. 공사장 그림에 사람이 없듯 동물원 그림에 동물이 없다. 그래서 결여고 결핍이다. 사람들을 위해 재주를 부리고 재롱을 피울 동물들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역설이고, 동물원답지 않은 동물원을 그린 것이 역설이다. 공사장이 인부를 위한 것이 아니듯(공사장은 물신을 위한 것), 도시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듯(도시는 제도의 관성 위에 축조된 것),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렇게 정적과 적막감이 감도는 동물원이 부재하는 동물들의 말 못할 속사정을 침묵으로서 증언해준다. 인공자연과 인공정원, 인공폭포와 인공호수가 인간의 건축물과 동물과의 부자연스런 관계를 증언해준다. 혹 인공 환경과 더불어서 그 속에 사는 동물들 역시 점차 인공동물로 변해갈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인데, 사람이 제도에 길들여진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작가의 동물원 그림은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동물, 사람에 의해 변질된 자연, 제도에 의해 양육되는 사람, 제도에 의해 틀 화된 삶의 알레고리처럼 읽힌다. 동물원에 설치된 환풍기가 생뚱맞은 것이듯 사람에게 제도는 부자연스럽다. 
그렇게 작가는 결여와 결핍의 풍경을 매개로 도시의 그리고 자연의 말 못할 속사정을 그렸다. 이로써 아마도 결여와 결핍의 풍경이야말로 작가의 인문학적 관심사를 지배하는 대전제로 볼 만하다. 그런 만큼 추후의 작업에서 또 다른 결여와 결핍의 풍경을 찾아 그 전제를 부연하거나 첨언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작가는 잘려진 손가락과 눈깔 혹은 유방이 있는 신체풍경(오브제, 2012), 개를 매개로 호기심과 낯설음을 탐색하는 그로테스크한 풍경(개, 2012-2014)을 그려 보인다(호기심과 낯설음은 야누스의 두 얼굴과도 같은 짝패다). 보기에 따라선 그 자체 결여와 결핍의 풍경이 또 다른 형태로 변주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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