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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원/ 유년의 기억, 집이 있는 풍경

고충환

한경원/ 유년의 기억, 집이 있는 풍경 


한경원은 원래 자연을 그렸다. 그리고 근작에서 집을 그린다. 그린다기보다는 마치 실제로 집을 짓기라도 하듯 그리고 만든다. 유년의 집에 대한 기억이 집을 그리고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는 큰방과 작은방, 꽃밭과 정원을 화면 위에다 부려놓았다. 처음에 방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점차 사람도 사라지고 꽃밭도 없어졌다. 다만 집의 골격만이 오롯하게 남았다. 집의 세목이 생략되면서 최소한의 구조적 형태만 남았다. 

작가는 집을 그리고 만든다고 했다. 한지를 붙여 띠를 만든 다음, 그 띠를 화면에 세워 칸을 만든다. 그렇게 칸과 칸이 어우러지면서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집들의 풍경이 되었다. 그 풍경 속에 자연을 그려 넣기도 하고 이러저런 색깔을 덧입힌다. 그렇게 화면 위로 돌출돼 보이는 띠와 칸으로 인해 구조적 측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구조적 성질이 뚜렷한 화면이 서로 어슷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버전으로 구분된다. 집과 집이 군집을 이룬 집들의 풍경, 집과 자연이 어우러진, 자연 위에 집이 포개진 풍경, 그리고 부감법으로 본,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이 있는 풍경이다. 

띠를 붙이고 칸을 나누는 여하에 따라서 이러저런 형태의 변주가 가능한 풍경이고, 추상마저 싸안는 가변적인 풍경이다. 그 집들의 풍경이 저마다 유년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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