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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 관객의 참여에 의해 완성되는 상상력

고충환


독일북부의 작은 마을 뮌스터는 1977년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처음 열리면서 이후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매 10년 주기로 열리는 행사 철이 되면 세계 도처에서 온 유명 조각가들이 도시를 배경 삼아 저마다의 설치작업을 선보이는데, 이를 계기로 예술가와 관광객 그리고 도시주민들이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경제적인 이익도 이익이지만, 이보다는 도시주민의 자긍심과 문화적 인프라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 국내의 경우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뮌스터조각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2005년 첫 전시를 치른 이후 올해로 5회에 이른다. 그동안 비교적 성공적인 전시로 평가받아 현재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는 이외에도 지역적인 특수성을 견지하면서 전국적인 규모로 알려진 유사행사들이 많다. 대개는 자연미술과 환경미술, 생태미술과 공공미술과 같은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것에서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고 실천하는 경우들이다. 대략 중요한 경우만 꼽아보자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금강국제자연미술비엔날레(야투), 매해 한 겨울에 열리는 겨울대성리전(바깥미술회), 원래 부산비엔날레의 원조이면서 현재 행사의 중요한 한 축으로까지 성장한 바다미술제, 지역적으로 경기북부지역과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한 DMZ 프로젝트, 그리고 과거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 강정대구현대미술제 정도를 들 수가 있겠다. 그 내용을 보자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자연적이고 환경적인 이슈를, 그리고 제도적이고 존재론적인 이슈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미술이 시대에 반응하는 감각레이더임을 생각하면, 일단 그 레이더에 붙잡힌 동시대적 문화정치현상 전체가 그 범주 안에 든다고 보면 되겠다. 


햇수로만 치자면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올해로 10회에 이르는 것인 만큼 결코 그 연륜이 짧다고 할 수가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숫자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0년이란 세월은 각별할 수밖에 없고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지나온 10년을 반성하면서 도래할 10년을 예비해야 하는,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그런 전환점에 온 것이다. 그런 만큼 관련 학술세미나를 통해 자연미술과 생태미술, 공공미술과 도시재생프로젝트와 같은 미술의 공공성과 관련한 사안을 두고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의를 교환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 


그리고 전시주제도 여기에 맞췄다. 사이의 형식. 원래 사이란 미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개념이다. 틈새, 구석, 변방, 잉여, 경계, 바깥, 그리고 비가시와 불가지와 같은 없으면서 있는 모순개념이다. 원래 사이란 없다. 있음과 있음 사이의 허방이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이는 있다. 우리는 사이가 있음을 관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와 관련해서는 지나온 10년과 도래할 10년 사이에, 그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결의와 자의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보다 일반적으로 사이는 관계로 고쳐 읽어도 무방하다. 말하자면 사이의 형식은 관계의 형식이기도 하다. 친구사이를 절친 관계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렇게 사이는 관계를 의미한다. 관계가 가능하기 위해선 이것과 저것이 있어야 하고, 나와 네가 전제되어져야 한다. 그렇게 전시는 자연과 인간, 자연과 예술, 도시와 예술, 공원과 예술, 정치적 현실과 예술, 예술가와 관람객의 관계를 묻는다. 여기서 관계를 묻는다는 것은 소통을 꾀한다는 말과도 같다. 나와 너는 어떻게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는가. 소통한다는 것은 나와 너를 가로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문다는 것이다. 상상력 특히 예술적 상상력이 그 장벽을 허물게 해준다. 예술 자체가 바로 이미 상상력인 것이며, 그 상상력을 매개로 막혔던 사이, 관계, 소통이 터진다. 


그렇게 이번 전시(6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태화강 대공원에서 열리는)에 참여하는 국내외 30여명의 작가들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고립된 섬에서의 예술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잠재적인 예술일지는 모르나, 그걸 확인하고 증명해줄 관객의 눈이 없다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렇게 예술이 비로소 예술로서 꽃피우기 위해선 관객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와 관객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축제의 한마당이 될 수 있고, 울산 시민 모두가 동참해 즐기는 리그가 될 수 있고, 울산을 넘어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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