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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 음악의 바다, 또는 우주

이선영

음악의 바다, 또는 우주

 

이선영(미술평론가)



대구예술발전소의 박지수 작업실에는 컴퓨터 몇 대가 전부다. 1인 오케스트라를 가능하게 했던 전자기기를 통한 작곡이 가능한 시대의 작업실 풍경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 음악과 함께 하는 영상 또한 AI의 지원을 받은 컴퓨터만으로도 가능했다.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학부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으나, 석사는 전자음악을 전공했다. 전자음악의 작업 도구인 키보드는 작가가 입력한 음원 정보를 구현하는 버튼에 불과하지만, 고전적 악기인 피아노같은 느낌으로 작곡과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 창작된 곡을 연주해 주는 연주자가 또 필요하기에 박지수같은 청년 작곡가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자음악의 경우 곡을 재현해야 하는 제 2의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림과 비교하자면, 캔버스가 아닌 태블릿 PC에 직접 그린 이미지에 해당된다. 




neo concerto for piano 2



neo concerto for piano 4



neo concerto for piano 7



그림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물감으로 그려진 작품 또한 인터넷 같은 매체를 통해 더 많이 소통되는 형편이니, 아예 정보기기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단, 그 경우에 작가는 전자펜 등을 붓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구사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음악에서는 작곡가가 연주도 할 수 있다. 작곡가 홀로 무대 위에서 음향합성기를 여러대 놓고 기기를 조작하는 것이 연주를 대신할 수 있다. 실제로 대중음악 부문에서는 작곡가가 전체 연주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뮤지션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작곡가의 작업실에서 태어난 음악파일이 실제 연주로 구현될 때는 오케스트라나 세션맨들이 동원되어 ‘실제의’ 악기들로 다시 합주가 이루어지곤 한다. 작곡가의 뇌리에 떠오른 영감을 오선지에 옮기는 차원을 넘어서, 정보로 구현되는 각 악기 연주를 통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면, 작곡은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연주라는 재현행위가 부가될 경우, 곡에 대한 최초의 악보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재현과정에서의 변화가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보통 오케스트라는 20가지가 넘는 악기가 동원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박지수의 전자음악에서는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가 전자악기로 대체된다. 이는 다시 어쿠스틱으로 호환되어 연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컴퓨터로만 가능한 음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전자음악이 그자체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요소다. 클래식의 어쿠스틱 악기 소리는 자연과 잘 어울리지만, 전자음악은 그 자신의 출발이었던 인공세계와 조응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음악은 새로운 원천을 가져야 했다. 이번 전시에서 음악과 같이 선보이는 영상이 우주선이나 잠수함을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우주나 심해의 이미지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neo concerto for piano 8



neo concerto for pia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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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축을 따라 공간을 탐사하는 항해라는 과정과 음악도 어울린다. 직접 제작한 영상이 함께 어우러진 영상설치 작품은 영상에 배경음악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만든 영상이라서 잘 맞는다. 시각과 청각 간의 공(共)감각은 극대화되어 시공간을 채운다. 우주 공간에 울려펴지는 음악에 대한 상상은 고대 피타고라스 학파까지 그 연원을 가지며, 컴퓨터로도 작곡/연주될 수 있는 현대 음악과도 이어진다. 만물을 수로 파악한 고대의 학파는 만물을 정보로 파악하려는 현대와의 공통점이다. 우주의 이미지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작품 [Neo Concerto for Piano]에 대해 작가는 ‘오케스트라를 기본 구성으로 하되, 조금 더 사실적인 사운드와 미래적인 전자음향과 신디사이저를 활용’했다고 말한다. 우주라는 거시 세계를 표현한 박지수의 피아노 협주곡은 깊고 웅장하며 입체적이다. 


어둑한 우주적 배경에 조응하는 묵직한 분위기다. 또 다른 작품 [The Ocean Choral]은 심해의 이미지가 함께한다. 우주만큼이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심해의 세계는 인간들이 야기한 공해로 신음하고 있다. 각종 쓰레기는 물론이거니와 배나 잠수함 등 인간이 송수신하는 음파들은 수중생물들을 교란시킨다. 작가는 이에 대해 ‘가장 신비한 바다에 헌정하는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물고기가 있는 바다는 만화경 또는 만다라같은 대칭 패턴과 교회의 성가대 이미지와 더불어 인간의 자기반성을 꾀하는 메시지로 거듭난다. 성당 합창단의 노랫소리는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죄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음악 속 타악기는 자연을 대표하는 소리다. 타악기는 유기체의 심장 박동과 어우러진다. 박지수가 만든 영상 속에서 떼 지어 이동하는 물고기들은 율동감을 준다. 생명은 율동이다. 




the ocean choral 4



the ocean choral 6



the ocean choral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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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율동이 둔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재앙이다. 여러 종류의 바다 생명체들이 다가오면서 멀어지는 역동적인 움직임은 시간예술과 조응한다. 시간예술은 공간을 충만하게 채운다. 음악은 그자체로 시간을 공간화하는 힘이 있다. 입체적인 사운드라는 의미 뿐 아니라, 음악은 다소간 중성적인 공간을 활성화시킨다. 여기에 영상이 함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음악은 추상적이어서 그자체만으로도 완벽하고, 그래서 추상미술의 모델이 되기도 했지만, 현대의 대중은 영상과 함께 하는 음악에 친숙하다. 소통하기가 힘들어서 더욱 소통에 매달렸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앞서 열린 프리뷰 전 때 힙합의 리듬과 국악의 서정을 섞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가 모티브를 제공하면 작가가 작곡을 해주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 소통하는 공공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중과 만나고,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존 케이지)는 민주주의적 미학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출전; 대구예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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