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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회화 30년 ‘하이브리드-흐르는 색채’ 전

이선영

이해균의 회화 30년 ‘하이브리드-흐르는 색채’ 전

 

이선영(미술평론가)


회고전 성격을 띄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의 면면이 두루 반영되어 있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이 작품들은 이해균의 관심사가 현실에 있음을 알려준다. 피상적인 화려함이 가득한 SNS 속 현실과 달리, 그가 보는 현실은 묵직하다. 다소간 어둡고 우울하다. 작품 속 낡은 집이나 마을은 생동하는 터전이기 보다는 다시 대지로 되돌아가려는 듯하고, 인간은 가혹하면서도 낯선 현실 앞에서 고뇌한다. 대지에 깊이 뿌리 박은 거목조차 삶의 중력을 버거워하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몸부림친다. 그의 많은 도상들이 거칠고 힘든 삶을 은유한다. 작품들은 현대사회의 모든 것들이 실재의 무게를 덜어내고 보다 날렵한 코드가 되어 유통의 회로에 편입되려는 대세에 역행한다. 이해균의 작품들은 사실적이지만 통상적인 ‘리얼리즘’과도 다르다. 리얼리즘의 키워드였던 주체와 역사, 사회와 현실, 전형성이나 전망 등 또한 코드화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화가로 살아온 그에게 회화적 현실 또한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추상회화에는 산세나 대지, 거목 등을 표현했던 속도감 있고 강렬한 붓터치가 적용됐다. 무엇을 가리키거나 의미하는 투명한 언어는 지양된다. 그것은 현실을 직시할수록 불확실해지는 역설을 동종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창덕리엄나무.130.3x162.2.oil on canvas.2003



작품 [샤머니즘적 내재율-창덕리엄 나무]는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인 나무를 통해 샤머니즘이라는 종교적 주제를 표현한다. 종교(religion)라는 어원 자체가 ‘다시 잇다’, ‘여기와 저기를 잇다’는 의미를 가진다. 일상이 지배하는 속세는 성스러움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작품은 종교에 내재된 수행성, 이 경우엔 샤먼의 행위를 떠오르게 하는 잠재적 동감이 있다. 어두운 배경 때문에 가지가 뻗은 형태들이 더 자세히 보이는데, 동질이상의 형태를 가지는 가지들은 정지된 매체인 회화 속에서 움직임을 표현한다. 의식(儀式) 중에 있는 샤먼들의 몸짓, 즉 탈혼망아의 상태는 자신을 가상적으로 죽임으로서 다시 살아난다는 논리를 가진다. 샤먼은 다시 살아나온 경험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무 또한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난다. 나무는 순환이라는 관념을 인류에게 주었다. 인류학적 상상계에서 나무는 부활을 상징하며, 여러 민속적 전통에서 종교적 위상을 가지는 도상이다. 오래된 나무의 신성한 기운을 표현하는 이해균의 작품은 인류의 보편적인 상징과 접속한다.  




격량의 스펙타클 165x405cm oil on canvas 2023



작품 [격랑의 스펙터클]은 화면 가득히 바다의 표면이 잡힌 풍경화다. 작가는 작품 제목을 통해 자연에 역사를 투사한다. 바다로부터 시작된 생명은 육지에서 오랫동안 진화해왔지만, 자연의 주기를 통해 다시 바다로 간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바다는 역사의 무대가 된다. 근대의 해양강국은 자본주의를 보다 선제적으로 완성했다.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은 전쟁이 되어 바다는 그자체가 병사들의 무덤이 되었을 것이다. 국가 간의 빈부격차가 큰 세계화 시대에 부국을 향한 빈국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넜을 것이며 소리소문없이 수장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바다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더 특별한 도상이 되었다. 이해균의 바다는 자못 고요한 듯하지만 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의 또는 인간의 역사 또한 파도치는 바다처럼 무수한 반복과 차이를 통해 진행된다. 작가는 섬세한 바다 표면의 표현을 통해 반복과 차이의 유희를 행한다. 스펙터클하게 포착된 바다는 화면의 제한된 표면을 넘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듯하다. 그의 바다 풍경은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확장성을 가진다.    


출전; 한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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