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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평가 방향에 대해

이선영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평가 방향에 대해 

  

이선영(미술평론가)


  

예술이 또 하나의 소통이라면, 공적 지원을 받든 말든 작품 발표의 무대는 공공적 속성일 지닌다. 공공영역과의 차이점은 예술작품의 언어는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그것은 예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공공적 소통이 자기지시적이며 헛돌 때, 좀 더 내밀한 예술은 대안적 언어가 되어준다. 물론 예술 또한 전자의 위험을 반복할 수 있다. 모더니즘의 역사는 극명한 예다. 언어의 투명성은 메시지의 효율적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의 미덕은 전달의 투명성이다. 그것은 언어의 도구적 측면을 말한다. 예술이 소통이기는 하지만 메시지는 아니다. 예술은 언어나 이론, 코드로 환원될 수 없다. 미디어 이론가들은 메시지 자체가 미디어에 의존한다고 본다. 그런데 예술이 선정을 통해 전시, 수집되는 과정, 그리고 사업의 사후평가는 공적인 것이며, 한 점의 불투명함도 없는 공정성을 전제로 한다. 통상적으로 심의는 서류나 인터뷰를 통해, 평가는 현장방문을 통한 모니터링에 의거한다. 


각 지자체 문화재단 발(發) 공적 지원 사업은 높은 경쟁률로 뽑힌 사업이니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있지만, 차이는 있다. 서류나 인터뷰가 작품의 의도나 계획을 말한다면, 사업 이후의 평가는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다. 유감스럽게도 예술 또한 말과 계획은 번듯하고 결과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작가의 역량 한계 외에, 사업이 1년 단위로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가 크다. 그래서 공적 지원 사업은 철저히 준비된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해당 사업을 계기로 새 작품이 나와야 하지만,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같은 작품 목록으로 연도만 바꿔서 지원서를 작성, ‘살포’하는 매너리즘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심사과정에서 이번 작품과 연관되는 이전 작품의 목록을 제시하는 항목이 있다면 선정이나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원금은 착수금에 불과할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더 보태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지원 범위 내에서 알뜰하게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공적 지원금이 낭비됐다는 판단이 드는 경우다. 


마지막 예는 일종의 ‘먹튀’인데, 미술계 자체가 기관, 매체, 작가, 이론 등이 서로 소원한 관계이기에 빈틈이 많다. 한정된 재원에서 누군가의 기회는 다른 누군가의 기회 박탈이기에, 블랙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모니터링 결과물이 다음 선정과정에 반드시 피드백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업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모니터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모니터링은 기획자나 이론가들에게도 공적 참여의 기회가 된다. 발신인만 있을 뿐 수신인이 없는 작품발표가 얼마나 많은가. 작품과 평론의 적절한 순환 관계는 너무도 귀하다. 그래도 공공지원 사업은 평가라는 장치를 통해서 적어도 진지한 평가자 1명 이상은 확보하게 된다. 공공부문에 인재가 몰리다 보니 평가항목들은 대개 무난하다. 그렇지만 내적으로 겹치는 항목이 많고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수원문화재단의 평가항목은 ‘1. 예술창작 및 활동 2, 시민문화 향유 3, 문화예술교육’으로 나뉘어진다. 


전시의 경우 시민의 향유와 교육의 과정까지 다 체크하기가 힘든데 평가점수 비중은 비슷하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예술은 창작에 이미 향유와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지표가 사업 당사자인 작가에게 피드백되어 숙제처럼 해야 하는 뭔가가 덧붙여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공공성일까. 또한 우리 미술계에서 작가지원 사업은 많지만 이론/기획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볼 때, 모니터링 과정에서 형식적인 정량평가 외에 리뷰 수준의 텍스트를 생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정량평가 끝에 붙이는 서류용 의견이 아니라, SNS를 비롯한 다른 매체에도 공개되어 읽혀지는 그런 질적인 생산물 말이다. 그렇게 될 때 전시도 더 자세하게 보고 정량평가 또한 더 정확해진다. 내 세대는 어떻게 지나온지도 모를 만큼 엄혹한 세월을 보냈지만, 새내기 이론가들이 지금 어떤 공적 기회를 통해 성장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평가작업의 실제적 활성화가 미술계의 근간을 이루는 작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출전; 지역 예술의 내일을 위한 고민을 나누다(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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