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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 늘 있어 왔지만 새롭게 열려질 세상

이선영

늘 있어 왔지만 새롭게 열려질 세상

  

이선영(미술평론가)


  

김경자는 국내외의 각지를 다니며 그림 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건져온다. 사진은 그곳에 있는 것을 여기로 비교적 온전히 담아올 수 있는 매력적인 매체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으로 ‘사진과 그림의 접목’을 말하면서, 예술은 ‘색의 공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이미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수려하면서도 환상적인 풍경이 담긴 김경자의 작품은 낭만주의 풍경화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형태와 서사를 강조하는 고전주의에 비해, 색과 분위기를 강조하곤 했다. 이러한 성취가 그저 상상이 아니라 실재와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회화와 사진의 차이점이다. 나무, 산, 마을, 물안개 시리즈로 나뉘는 다양한 작품들은 비슷한 장소이지만 작가가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 가령 작품 [숲속의 동화]는 마을 시리즈에 속할 수도 있지만, 환상적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더 강조점을 둘 때 다른 폴더에 속하게 된다. 시리즈를 이루는 소재들은 제목들만 보아도 낭만적이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작가는 장소에 관한 구체적인 좌표는 지워버린다. 




김경자, 그리움(45X60)2017 중국 안도현



겨울에 열리는 전시를 위한 것인지 겨울 풍경이 많은데, 눈에다 물안개까지 함께하는 풍경은 세속의 번잡함을 덮거나 흐릿하게 한다. 카메라를 매고 각지를 다니는 여정 자체가 낭만적이다. 물론 원하는 장면의 촬영을 위해 상황을 가리지 않는 강행군—작가는 물안개 풍경 사진을 찍으려고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뎌야 했다--이 느껴지는 작품들도 많지만, 여전히 사진가는 왔다가 가는 사람이다. 충분히 찍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나 추억을 위해 다시 갈지라도 말이다. 사진을 찍은 이는 그곳에 사는 이가 아니라 그곳을 지나가는 자이며, 그러한 시점은 자유로울 수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일 인간 삶의 시시콜콜함을 무시한다는 무책임보다는, 거주민은 알 수 없는 어떤 시점이 가능함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거리 두기는 예술의 조건이기도 하다. 낭만주의는 어떤 시공간에 한정된 사조라기보다는 예술의 영원한 태도라고 보여진다. 특히 자연이라는 무한대의 시공에 떨궈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감성이자 태도이다. 나무 시리즈는 중국 안도현, 캐나다 벤쿠버, 러시아 앙가라, 선운사 등에서 찍은 풍경이 속한다. 눈 내린 풍경이나 감이 열린 나무 등 계절의 정취가 있다. 




김경자, 동화의나라(45X70)2019 러시아 앙가라



김경자, 장엄함 앞에서(60x120)2007 중국 황산



높이 솟은 나무를 강조하려 둥근 프레임으로 나무들을 담기도 했다. 중국 안도현에서 찍은 [그리움]은 구름과 하늘의 요묘한 색과 그것이 비친 수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을 시리즈도 같은 장소들에서 찍은 것인데 마을이 포함되다 보니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문명은 자연보다 더 독특하기 때문이다. [동화의 나라]나 [무릉도원]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눈 쌓인 숲의 작은 집들이 있는 풍경은 그림같다. 생사고락에 찌든 사람이 아니라, 요정이나 일곱 난쟁이 등이 걸어 나올 듯한 환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물안개 시리즈의 작품 [우주 속의 지구]는 중국 안도현의 눈꽃이 핀 물가의 풍경을 둥근 프레임 안에 담아 푸른 지구같은 느낌으로 재현했다. 작품 [장엄함 앞에서]는 중국 황산에서 건진 절묘한 자연의 무늬가 두드러진다. 그것은 사진적인 정확함과 환상성이 굳이 반대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 [천년의 세월]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암산의 육중한 풍경 위에 살짝 얹힌 구름이 대조를 이룬다. 산 시리즈의 작품 [환상의 상고대]는 일순간의 기상 현상을 영원한 현재로 고정시킨다. 빛과 색의 조율에 집중하는 작품들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사진술의 결정체다. 김경자의 작품은 늘 있어 왔지만 작업을 통해 새롭게 열려질 세계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출전; 구리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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