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손민광/ 회화와 도예의 접면

이선영

회화와 도예의 접면

  

이선영(미술평론가)

  

타인에 대한 인상을 추상적인 색과 형태로 표현해 오던 ‘화가’ 손민광이 수로요에서 도자를 만났다. 그가 참고하듯이 장욱진, 이응로, 피카소 등 그림과 도예의 만남은 성공적인 선례들이 있다. 가령 수로요에서의 작업에는 장욱진의 철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는데, 철화란 초벌 도자에 철가루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완성한 작품이다. 물감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도자 작품에서도 색감을 결정하는 유약은 여러 방식을 통해 미묘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정통 도예가만큼 기술이 완벽하지 못한 작가는 유약을 ‘서투르게’ 바르면서 그을린 것같은 특이한 효과를 발견하기도 했다. 인간을 포함하여 새로운 만남에 적극적이었던 작가에게 도예뿐 아니라 어떤 매체라도 자신의 기존 스타일에 접붙일 수 있다. 그림에 한정시켜만 봐도, 작업량이 많은 그에게 도예는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바램에 부응하는 매체이다. 수로요에서의 작업은 그저 기존의 표현기법의 하나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선다. 




사람.장소;홍성에서 고성까지, 90.9X72.2cm 캔버스에 아크릴,세라믹 ,가변설치 2018



많은 생각들에 대하여.35.3X22.5X17.8cm  , 35.7X18X19.2cm,청자토, 화장토에 음각,청자유,1250도 환원소성 2018



얼룩-오고 가는 길     27.5X26.8X21.7cm분청토, 화장토에 음각,분청유,1250도 환원소성 2018



함께함에 대한 표현 24.8X24X22.2cm, 산백토,화장토에 음각,청자유,1250도 환원소성  2018



얼룩-맞지 않는 관계,    38X27.3X22.6cm,분청토, 화장토에 음각,부분청자유,부분분청유1250도 환원소성 2018



순차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사람,14.2X27X16cm청자토, 황이라보유,1250도 환원소성 2018



구성적이면서도 촉각적인 느낌을 주는 손민광의 회화에는 이미 도예적 효과가 있다. 레지던시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최종 전시작품에는 없었지만, 수로요에서 그가 100개 이상 만든 도자 작품 중의 일부를 차지하는 판성형 기법은 판 하나하나를 붙여 만든 것으로, 그의 회화적 방법론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회화와 도자를 연결짓는 미학적 방법론은 큐비즘에서 참조할 수 있다. 존 골딩은 [큐비즘]에서 입체파 화가들의 초상에 나오는 소각면(facet-잘게 분할된 각진 면들)들의 예를 든 바 있다. 존 골딩은 피카소가 자기의 캔버스에서 3차원적 형태들에 적용하려고 했던 복잡 미묘하게 짜여진 면이나 소각면에 대한 분석을 브라크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들에다 적용시켰다고 하면서, 입체파의 두 선구자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손민광의 작품은 머리라는 민감한 경계를 유지한 채 촉감적—브라크가 수공적(manual) 공간이라고 묘사한—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선택은 그림의 환영보다는 그림의 표면을 강조하게 한다. 환영적 공간은 만져볼 수 있는 또는 만지고 싶은 공간이 되어 관람자를 향해 전진하게 된다. 회화는 간접적이지만, 도예같은 매체는 이를 직접 실행할 수 있다. 도자기 표면 위에 그리는 문제가 아니라, 회화를 만드는, 또는 흙으로 그리는 듯한 효과이다. 손민광이 모델로 삼고 있는 이응로나 피카소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레디메이드 접시 위에 그림만 그리다가 직접 만드는 도자 조형으로 선회 한 바 있다. 물론 화가로서의 기본인 드로잉은 자유롭게 만들어진 도자기 표면 위에 구현되곤 했다. 가령 그가 새로운 장소에 던져졌을 때, 그곳을 탐색하기 위한 기본 행위인 산책을 표현하기 위해 그릇 여럿에다가 걸어가는 사람을 간략하게 그린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여러 인물일 수도 있지만, 한 인물의 시간적 움직임을 여러 그릇에 연속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    41X18.7X19.5cm, 청자토,철화,무광재유,1250도 환원소성 2018



섬세한 작업을 하는 따듯한 도예가, 65.1X53cm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2018



다정다감하면서도 엄격한 장인, 65.1X53cm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2018



어려운 일을 잘 이끄는 사람1,  90.9X72.2cm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18



이전 작업에 있었던 ‘산책자의 시선’은 수로요가 있는 고성군에서도 구현된 것이다. 산책자는 목적 없이 걷기라는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을 빼고는 우연적 만남에 개방적이다. 도자 작품들과 함께 하는 초상화들은 그에게 있어 만남이란 인간들에 의해 활성화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전시된 작품에는 수로요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 15점이 걸려 있다. 수많은 색면들로 이루어진 초상화들은 다양성만큼이나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말해준다. 작가 손민광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가운데, 다양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타인과 만났을 때 그만의 특성은 알아보는 감식안과 관련된다. 초상에는 상대의 직업과 관련된 요소가 포함되는가 하면, [어려운 일을 잘 이끄는 사람](2018)처럼 추상적인 경우도 있다. 손바닥만한 얼굴은 상대의 인상이 압축되는 광활한 표면이 된다. 마찬가지로 그릇이나 대형 화분 크기로 제작된 도예작품들 또한 그곳에서의 시공간을 담는 용기(容器)가 된다. 용기의 ‘容(용)’에는 ‘얼굴, 모양, 모습, 담다, 그릇 안에 넣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포함되니 만큼, 손민광의 작품에서 초상화와 용기들의 만남은 내재적이다.   


출전; 수로요 도예레지던시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