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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 소와 닭이 만든 점입가경의 풍경

이선영

소와 닭이 만든 점입가경의 풍경

 

이선영(미술평론가)

 

김경원의 작품에는 동물이 가득하다. 소와 닭이다. 그것들은 그냥 동물이기보다는 인간과 친숙한 가축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에 그것들은 생각만큼 친숙하지 않다. 어릴 적 닭이나 소가 나왔던 동화를 잊어버린 성인들은 대부분 그것들을 고기, 즉 단백질 공급원으로만 알고 있다. 아르멜 르 브라 쇼파르는 [철학자들의 동물원]에서 ‘집 근처에서 키우는 동물들’이라는 가축의 정의를 넘어서, 이제는 대규모 기업적 사육의 대상이 되어, ‘인간세계로 붙어 완전히 고립된 채 인간세계와 단절된 공포에 가까운 혼잡함 속에’ 갇혀 있다고 묘사 바 있다. 밝고 경쾌한 색과 리듬을 가지는 작품에서조차 비극적 분위기를 씻을 수 없는 이유이다. 김경원의 작품은 익히 우리가 알고 있지만, 막상 잘 모르는 그 동물들의 면모를 활용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젖소의 얼룩이나 닭의 벼슬 같은 부위는 수 천 번을 반복해도 똑같을 수 없는 기이한 형태를 가진다.



Overlapping Cows, 65.1x45.5cm, acrylic & oil on canvas ,2016~2017



Overlapping A ,100x80.3cm,  acrylic & oil on canvas, 2016,2017


overlapping curves acrylic on canvas 25x162.2cm 2018


 overlapping curves 확대이미지2 acrylic on canvas 25x162.2cm 2018


얼룩과 얼룩이 엉키거나 벼슬과 벼슬이 엉키면 기이한 게슈탈트를 만들어내고, 보는 이의 심리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변형되어 나타날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작품에 따라 리좀처럼 줄줄이 연결되어 특정할 수 없는 보다 더 자유로운 형태가 되기도 한다. 얼룩이나 벼슬은 다른 부위에 비해 강한 질감을 가지며, 그것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입체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소 닭보듯 한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소재로만 본다면 소와 닭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다. 말 그대로 관객은 소 닭 보듯이 작품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스펙터클의 시대에 얼마나 자극적인 것들이 우리의 눈을 공략하는가를 생각할 때, 소와 닭은 그 자체로 특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체로 아름다운 축에 끼지 않는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예쁜 동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소와 닭은 그림 한 장에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천 마리가 빼곡하게 자리하여 추상적 패턴이 되고 장관을 이루지만, 어떤 부분은 징그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황을 뒤집는 것이 김경원의 작품의 1차적인 목표이며, 작가는 그러한 불가능해 보이는 기획을 상당 부분 성공시킨다. 거기에는 잡아먹힐 뿐 아니라, 생물체로서의 자생성을 잃은 채 전염병에 옮아 대량 살처분되는 닭과 소의 비극적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이 두드러진다. 산뜻한 배경색을 가지는 동물들의 율동감 있는 배열은 경쾌하다. 그것은 고기의 절단면 등에서 나타나는 부분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아니라, 온전한 전체가 만들어내는 패턴이라는 점과 관계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작품들이 가득 걸려있는 전시장은 일단 거기에 투입된 막대한 노동력 때문에 놀라게 된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연동되듯이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이 연동될 수 있으며, 단독의 조각작품이기보다는 그림이 삼차원으로 튀어나온 듯한 입체작품 또한 그러한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작품에 투여되었을 엄청난 노동력은 김경원의 작품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Overlapping Wave, 72.6x60.6, acrylic & oil on canvas, 2016,2017 



 Overlapping Wave 확대컷



입체작품의 경우, 마릿수가 많지는 않지만 부피에 비해 묵직한 중량감을 부여했다. 그것들은 보기와 다르게 육중하다. 반면 어떤 것이 상품이라면 보기와 다른 이러한 낭비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한 작품 제목 [Labor of learning]에서 암시되듯, 김경원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눈속임이 아니라, 밀도와 강도인 것이다. 밀도와 강도에서 나오는 의미는 특정 소재의 의미만큼이나 강하다. 잠시 다른 분야의 사회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삶은 예술이 다른 분야와 달라야 하는 이유를 매 순간 자문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중력적인 시공간 속으로의 초월을 지향하지 않는 이 작가는 일상, 또는 노동하는 삶에서 야기되는 반복을 작품으로 변주한다. 예술 속 반복은 차이가 있었다. 노동 같은 반복이지만 되돌아오는 지점은 같지 않다. 수천 마리의 동물은 한 화면에 집어넣는 작품의 주인공은 엄청난 편집증 환자는 아닐까.


 그러나 그녀가 편집증 환자라면 미술대학 졸업 후 10여 년 간 여러 직종을 섭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직장생활이야말로 ‘그것만이 내 세상’이 아닌, 사회적인 마인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에 대학원 진학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업에 다시 몰두하면서 참여한 전시만 무려 18회임을 본다면, 원래 몰입과 실행의 강도가 매우 쎈 작가로 생각된다. 작업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겨난 이상 확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어릴 적부터 미술을 해왔다는 사실에 질질 끌려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37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하게 되었지만, 이 추세라면 금 새 ‘잃어버린 10년’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문에 왕도가 없듯이 예술에는 지름길이 없으며, 그 어떤 우회로도 풍부한 자산으로 만드는 잠재력이 있다. 그래서 환상적으로만 보이는 김경원의 그림에는 치열한 현실성이 담겨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Re-production, 90.9x72.7cm, acrylic & oil on canvas, 2016~2017



Re-production  확대 이미지



중요한 것은 현실 속의 환상, 또는 환상 속의 현실이다. 현실과의 동어반복, 아무런 필연성이 없는 유희가 무가치할 뿐이다. 다양한 삶을 살아왔던 작가의 이력은 작업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전시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소와 닭의 이미지는 몇 년 동안의 관심사일 뿐, 고착될 필요는 없는 소재이다. 어떤 생물체로 그 자체로 주목해보면 기이한 아름다움이 없지 않지만, 소와 닭의 경우는 인간 자신도 속하는 생물이나 동물을 넘어서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는 하나의 품목이 되었기에, 작가의 선택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소나 닭들은 관심을 가질수록 회피하고 싶은 잔인한 현실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경원의 촘촘한 동물 그림은 A4 한 장 크기의 생육환경 속에서 몇 개월 살지 못하는 닭의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분홍빛 거대한 젖통이 있는 젖소의 경우, 젖만 짜이다가 고기로 마감하는 현실이 가혹하다. 가축의 비참한 현실은 인간의 현실과도 관계된다.


난 멜링거는 [고기]에서 가난한 국가에선 부자 나라에 지속적으로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소를 사육하는데 필요한 목장의 확대로 인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진다고 고발한다. 난 멜링거에 의하면, 모든 다른 소비재처럼 고기도 가능한 한 저 생산 비용의 시장 법칙에 따른 중요한 생산품이 되었다. 고기로서의 일부분이 아닌 온전한 형태의 닭과 소는 그것들이 그런 취급을 당한 만큼 되돌려 놓고자 한 의지도 읽혀진다. 한 작품에 꼬박 몇 달이나 걸리는 작품들은 유제품을 좋아하는 아주 단순한 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화가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리고 나면 좋아하게 된다. 작업을 통해 대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최초의 관심은 단순했지만, 갈수록 깊이 빠져드는 모든 것에는 예술적 면모가 있다. 학부에서 동양화과를 다녔으니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것이다.




 Daisy, 72.6x60.6cm, acrylic & oil on canvas, 2017



Daisy-확대 이미지



 overlapping rules acrylic on canvas 53x45cm 2018



김경원의 작품에는 수천마리의 소와 닭이 만들어내는 진기한 풍경이 있다. 수천마리의 소와 닭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배치되면서 다양한 서사를 이끈다. 조형적으로는 동물 한 마리 한마리가 마치 원자처럼 이합집산하면서 세계를 이루는 광경을 연출한다. 전시된 작품 속 소와 닭들은 한쪽 방향 만을 보고 있는데, 그것은 밀집 사육의 방식에 의해 한 방향만 보게끔 되어있는 상황을 암시한다. 그것은 불편한 현실이지만 전시된 작품들은 어둡지만은 않다. 풍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낙차가 있어야 한다. 즉 가벼운 것은 무겁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말이다. 방법론상으로 보자면 가벼운 소재를 노동집약적인 무거운 기법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품마다 크기가 같거나 다른 측면 상들은 젖소와 닭의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다는 조형적 편리함도 있다. 종적 특징을 금 새 알아보게 하는 벼슬이나 얼룩무늬는 측면 상에서 극대화될 수 있다.


 그에 버금가는 편의성을 줄 동물 소재로는 원래 납작한 어류 정도일 것이다. 김경원의 그림에서 복잡하게 조합된 부분만을 주목하면 무엇인지 모호할 정도로 추상적 측면이 있다. 기하학적 구성이 있는 작품에서는 같은 크기가, 좀 더 유동적인 구성인 경우에는 크기의 차이가 있지만, 한 방향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발전이란 곧 생산력의 증대를 의미하게 된 현대에 한쪽 방향만을 향한 배치는 그 자체로 풍자적 메시지를 가진다. 정보화 사회에서 작품의 생산이란 전시장에서의 직접적인 만남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미지, 특히 디지털 기기에 맞춰진 축소된 이미지로만 볼 때 김경원의 작품은 회화같지가 않다. 하나하나 잘 그린 것도 있지만, 그것이 반복적인 배치를 통한 구성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것은 작가 말대로, ‘디지털 화면의 정지 되거나 복사된 상태로 멈춰지는 렉(lag) 걸린 모습’ 같은 일련의 패턴을 만든다.




 Labor of learning,162.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7



 Labor of learning- 확대 이미지



그러나 실제로 보면, 또는 확대해서 보면 ‘손으로 그려 만들어진 터치와 마띠에르로 인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속 동물의 반복은 그것들이 하나의 개체이기 이전에, 상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면을 반영한다. 난 멜링거는 [고기]에서 고기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라고 말한다. 2차 대전 이후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개막된 즈음이다. 오늘날 보편화 된 정보의 혁명도 비슷한 시기에 싹텃다. 전쟁은 대규모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며, 일상에 편재한 전쟁같은 경쟁 또한 그러한 근본적인 진실을 함축한다. 대량 생산/소비의 덫에 걸린 생명과 대중은 비슷한 운명을 가진다. 과도함은 김경원의 작품의 첫인상이기도 하다. 붓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몇 달에 걸쳐 한 화면은 완성하는 일은 디지털 문화의 시대의 엄청난 복제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이다. 생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회화를 통한 이미지의 생산이란 고비용 저효율이다.


물질적 정신적 육체적 낭비, 더 나아가서는 자학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화적 반복은 그 자체로 차이를 내장한다. 과학기술이 정확한 재현(재생산)을 꾀한다면 예술은 차이를 내재한 반복이다. 21세기 정보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화가의 작품에는 많은 기계적 반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수작업으로 행해지는 회화는 아무리 정밀해도 기계적 반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생명공학은 이미지만을 대량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종 자체도 대량 복제할 길을 열어 놓았다. 심리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괴델 에셔 바흐]에서 그 어떤 나비도 다른 것과 동일하지는 않으나 하나의 동일한 종에 속하며, 그 복제가 바로 그 사실을 지탱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김경원의 한 작품 제목처럼 [Re-production] 된다. 그녀의 작품은 디지털 문화 내지 생산지상주의 논리에 내재된 반복과 다른, 차이를 가진 반복이며 치유의 의미를 지닌다.




 Overlapping Line 100x72.7cm, acrylic on canvas, 2017



 Blue Love 72.7x90.9cm, acrylic & oil on canvas  2017



 superstar acrylic on canvas 97x97cm 2017



 superstar 확대 이미지



특히 작가는 물화된 생명의 미적 재생산을 통한 온전함을 꾀한다. 작가는 ‘온전한 그리기를 통해 완성된 개체 개체는 모두 다름을’ 강조한다. 물질적 표면에 직접 그리기라는 작가의 방식은 인류 최초의 동굴벽화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 주술적 의미를 지닌 재현이었던 점을 역설적으로 활용한다. 난 멜링거는 [고기]에서 석기시대의 동굴 벽에 그려진 동물들의 그림은 육류 공급원으로 중요한 구실이 되었다고 본다. 난 멜링거는 원시인들이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을 주로 애호하여 그렸으며, 정복하기 쉬운 동물이나 인간보다 열등한 동물은 그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힘이 세고 강한 동물 종을 흉내내고 이상화한 그림은 일종의 주술적인 것으로,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서, 그 자리에 없는 동물에게 주술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였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동물에 대한 거의 완전한 지배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멸종 위기의 자연은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때 주술은 다른 의미로 변형된다. 예술이라는 주술은 낱낱이 도구화된 그것들을 미적 형상으로 재탄생시키려 하는 것이다. 지금은 서양화 재료를 주로 쓰지만 원래 동양화과를 다녔던 작가에게 선적 드로잉을 통해 말하려는 방식이 발견된다. 선은 색에 비한다면 메시지와 더 밀접하다. 작품 속 색은 의미를 담은 형태를 두드러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푸른 바탕은 하늘이나 바다처럼 그 안의 대상을 위한 중성적인 바탕이 되어준다. 이 매끄러운 바탕 위에서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놀이가 매번 다시 시작된다. 소의 머리 안에 또 다른 소들이 담겨있는 작품 [Overlapping Cows]는 형태 안의 형태라는 프랙털 도형의 원리로 표현되었다. 인지 과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 [괴델 에셔 바흐](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프랙털의 속성을 ‘재귀유사성과 순환성’으로 집약한다. 그것은 순환적인 자기 복제가 끝없이 이루어지는 김경원의 작품에서도 발견되는 속성이다.




 Spring flowers acrylic on canvas 72.7x100cm 2017



 꽃닭40호확대컷



 Cycle acrylic on steel 65x65x10cm 2018



stroll sculpture  acrylic on steel 6x22x11cm 2018



자연에서의 프랙털 형태를 처음 담론화한 만델브로트는 재귀 순환적(recursion)으로 정의된 곡선과 도형들을 다룬 바 있는데, 이렇게 그물구조로 둘러싸인 구조는 자연의 겉모습뿐 아니라 자연적 과정을 모사하는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책 제목 [괴델 에셔 바흐]에 언급된 대로, 마법같은 순환적 방식을 미술, 음악, 수학에서 찾아낸다. 가령 그에 의하면 우리는 음악을 재귀순환적으로 듣는다. 가령 하나의 음계는 약간씩 음고를 달리해서 여러 번 연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음악이나 미술의 예는 1880년대에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에 의해 전개된 것 같은 ‘유한하지만 무한성을 담고 있는’ ‘모든’ 같은 개념에 대한 감각적 예이다. 한 작품에 수천마리의 닭이나 젖소를 집어넣어 다양한 방식으로 펼치는 김경원의 작품에서는 한두 마리의 동물이 아닌 모든 동물에 대한 작가의 바램이 담겨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에 의하면 수학자는 수학적인 개념들 사이에는 일종의 운율, 즉 모든 수학은 엄청난 수의 관계들이 존재하는 결과와 그물조직이 있다는 직관을 가진다. 비슷한 논리로 예술작품은 ‘무한한 과정을 유한한 방식으로 재현’ 한다. 예술은 기호이며, 기호들은 서로 여러 겹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그물을 짠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기호가 다른 모든 기호들로부터 고립된 채로 활성화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김경원이 선택한 닭과 소들은 일종의 어휘가 되어 조합되고 여러 맥락을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은 형태를 겹쳐서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이다. 세상을 이루는 원자같은 작품 속 동물들은 보다 큰 형태의 하위 요소가 되는 경우이다. 하트 모양이나 별, 파동 같은 기하학적 구성에 배치된 동물로 형태로 또 다른 형태를 만드는 것도 비슷한 방식이다. 놀이의 방식은 무한하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더욱 좋아하게 된 그것들을 지휘하여, 경쾌한 음악을 만든다. 지휘봉의 궤적, 음표같은 느낌도 있다.




 Line 2 acrylic on steel 12x15x21.5cm 2018



 Rhythm 4 acrylic on steel 5x28x20cm 2018



 (L)Line 5 acrylic on steel 5x28x16cm 2018, (R)Rhythm 4 acrylic on steel 5x28x20cm 2018



작품 [Daisy]는 붉은 벼슬의 배치가 데이지꽃을 이룬다. 작품 [Spring flowers]는 다른 작품과 달리 배경이 평평하지 않아 마치 조명을 받으면서 매스게임하는 듯한 작품이다. 몬드리안의 그림 속 수직 수평으로 배열된 젖소들이 있는 작품 [Overlapping Line]은 기하학적 구성을 내재한 명화를 차용한 경우이다. 젖과 고기를 위한 가축의 수단화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빽빽한 환경을 야기했는데,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 이러한 밀집을 아파트 촌과 중첩시키기도 했다. 동물에게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인간에게도 되풀이 된다는 메시지이다. 자연을 타자화 한 인간 역시도 타자화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최근 작품에는 무정형적인 구조가 자주 등장한다. 젖소들이 날아가는 새들처럼 배치된 작품이나 붉은 색 닭벼슬의 연결이 물결치는 듯한 작품이 그것이다. 동물이 개별 단위로서 반복됨과 동시에 하나의 주기를 가지는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이다.


 그것은 메아리처럼 돌림노래처럼 공명을 자아낸다. 기계로 깍아 낸 입체작품들은 동물의 외곽선만을 따든지 전체 형태를 따든지와 무관하게, 중첩과 축적의 느낌을 살린다. 좀 더 응집력있게 배열되면 만다라같은 형상이 된다. 그것은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한 방향만을 향하는 선적 사고는 근대에 와서야 보편화 되었다. 그러나 보다 보편적인, 자연의 주기에 바탕 한 순환적 세계관에서 삶과 죽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돈다.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생산중심주의 사회에서 동물이 기계적 반복, 즉 죽음의 상징이라면, 인간 또한 같은 운명이다. 생명공학은 동물을 기계로 본 근대주의의 확장으로 인간 또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역설적으로 동물과 인간을 구별한 근대적 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동일성을 가정하게 된다. 그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김경원은 이러한 폭력적 일 방향성에 역행하여 수단을 목적으로 승화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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