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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 대해

이선영

질문1.(미술세계 편집부) 비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평이란 해당 작품에 대한 서술적 담론이다. 대개 미술작품의 언어는 선적이지 않다. 비평적 담론 또한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는 선적이다. 즉 비평적 담론은 작품이라는 압축되어 있는 것을 풀어서 쓴다. 만약 비평적 담론이 성공적이라면 침묵하는 작품/사물에 대한 한 가닥 빛을 던져 줄 수는 있다. 반대로 성공적이지 않다면 작품에 대한 단선적 이해에나 오해에 따른 왜곡과 혼란, 더 나아가 폭력을 낳는다. 그것은 작가가 작품에 제목을 붙인다거나 전시부제를 정할 때, 그리고 간단한 작가노트를 쓰는 것부터 논문 같은 보다 체계적인 텍스트를 쓰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그 과정이 쉽다고 말하는 작가는 별로 보지 못했다. 자기가 쓰든 남이 쓰든, 작품이 있으니까 당연히 글이 따라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물과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사이를 얼마큼 좁힐 수 있는가, 또는 운명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 난관을 작품과 비평적 담론을 풍부하게 해줄 기회로 뒤집을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필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이는 어떤 소재가 있다고 해서 바로 그에 대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작가는 자신을 자극한 무엇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회로를 거치는가. 비평가 역시 그가 맞딱뜨린 작품이나 작가 외에도, 경험과 지식, 감성과 의지 등이 요구된다. 작품이 총체적이듯 비평 또한 그렇다. 비평가는 작품과 말 사이의 공간에서 제 3의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다. 비평은 그 다음의 질문과 답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행위이다. 비평가가 과제와 해결이라는 실제적 맥락 속에 있지 않는 한, 무거운 바위를 위로 굴리는 듯한 이 생산 활동은 시작되기도 지속되기도 힘들다. 





참고 도판; 장영혜 중공업의 작품,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전시 일부로 열린 아티스트 토크 

 


질문2. 동시대 비평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시나요? 


어느 유명 문학출판사 이름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과 비평’이다. 이를 토대로 소통과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과정은 다시 피드백 된다. 오늘도 수많은 전시장에서 전시가 열린다. 그러나 그만큼 비평도 ‘열리고’ 있을까. 20년 넘게 미술계 현장에서 글을 써왔지만, 어디에 갔더니 내 직함이 ‘독립 비평가’로 되어 있었고, 또 어디에서는 직함란에 미술비평가라고 기입했더니 ‘그냥 미술비평가냐’라는 질문도 한다. 내가 미술계라는 모호한 집단에 속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사회에 속한 것은 분명한데,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왜 미술비평가는 직업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조직에 속하지 않은 생산자를 유령 취급하는  경향은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되는 예술계 또한 마찬가지다. 미술계에는 미술대학을 비롯한 여러 조직이 있지만,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고립과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로움을 선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올인’은 별로 높은 평가를 받지 않는다. 누군가 비평에 올인을 했지만 그 결과가 별로여서라면 할 말은 없다. 한국의 미술계에서 ‘미술평론가’란 조직에 기반 한 더 번듯한 직함과 직함 사이에 잠시 걸어두는 것에 불과하다. 아무 미술잡지라도 한권 뽑아서 펼쳐 보라. 그 안을 채우는 담론들은 비평가 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미술계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작 비평가는 별로 없다. 비평의 입지가 좁기에 이러한 추세는 당연하다. 눈총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비평에 올인한 누군가가 아니다. 올인은 바보스러운 행동이지만, 예술이란 철없고 세상물정 모르는 시기에 잠깐 하고 때려치우기에는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문제는 비평가 뿐 아니라 미술계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원래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에 집중 할 수 없고, 자기 아닌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는 비슷한 일들로 과부하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세파에 둥글려져 서로 비슷해진 우리는 끝없이 ‘나/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출전; 미술세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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