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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만의 현대미술 뒤집어 보기 <32> 황화(黃禍), 그것이 바로 나다

최태만

'백남준, 亞서 온 문화테러리스트'


이번에도 스스로 '황화(黃禍), 그것이 바로 나다'라고 선언했던 백남준이 일으킨 재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황화란 무엇인가? 서양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훈족과 몽골족의 습격을 떠올릴 수 있다. 미국 헤프닝 예술가인 앨런 카프로는 '백남준은 아시아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백남준이 스스로 동아시아에서 나타난 황색 재앙임을 주장했을 때 그것은 기성의 가치와 관습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는 반역자를 자임했음을 의미한다. 그의 이러한 공격적 태도는 점잖고 교양 있는, 따라서 변화와 혁신에 인색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으로 비칠 수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부수는 행위를 통해 음악의 영역을 시각적인 것으로 확장한 백남준은 첫 전시부터 과격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63년 부퍼탈의 파르나스화랑에서 열린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에서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입구에 매달린 황소머리 아래를 지나쳐야만 했다. 이 소머리는 플라스틱 모형이 아니라 도살장에서 가져온 실물이었다. 소머리 뒤의 현관에는 흰색 풍선을 가득 채웠는데 그것들이 터지자 황소머리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즉각 경찰이 출동했다. 독일은 법으로 도살된 소의 두개골을 지하 1m에 묻어야만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소머리는 경찰에 의해 압수되었다. 공교롭게도 파르나스화랑은 백남준의 전시가 열린 지 2년 후 문을 닫았다.

그의 전시 후에도 이 화랑에서 플럭서스 퍼포먼스가 열렸지만 화랑 주인은 백남준에게 '당신의 소대가리 때문에 망했소'라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조용한 고급주택가의 한 집 입구에 소머리를 내걸었으니 이웃주민들이 대경실색했을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백남준의 도발적 행위는 마침내 경찰에 의해 공연이 취소되고 체포, 연행되는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전자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잠시 일본을 들렀던 그는 1964년 미국으로 갔다. 그해 6월, 제2회 뉴욕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서 전위 음악가이자 플럭서스 예술가인 샤로트 무어맨과 만난 후 두 사람은 거의 동지처럼 많은 공연을 함께했다. 백남준은 1967년 2월 9일 무어맨과 성을 주제로 한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를 발표했다. 이 공연의 초청장에서 그는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섹스가 오로지 음악에서만 금기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 음악도 D. H. 로렌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같은 인물을 기다린다'라고 썼다.

무어맨이 출연한 이 공연에는 200명이 초대되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은 경찰이 들이닥쳐 공연을 취소하고 전기가 연결된 비키니를 입고 첼로를 연주하다 브래지어를 벗어버린 그녀를 연행했다. 4일간 수감된 무어맨은 '새로운 생체예술 실험에 돌입한 용기 때문에 내가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하는가?'라고 자문했다. 그녀는 예술적 관점 때문에 예술가를 범법자로 취급해 구금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즉결심판을 내린 판사의 생각은 달랐다. 판사는 상반신을 노출한 공연이 '저열한 욕망을 분출'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뉴욕 예술계에 예술과 외설의 경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예술가들이 백남준을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백남준과 무어맨은 이 공연으로 불온하고 품위를 손상시킨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킨 예술가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지난 글에서 나는 백남준이 직접 작성한 자서전을 고쳐 쓰면서 그가 태어난 해를 1931년으로 잘못 기록했다. 이점 독자들께 깊이 사과드리며 백남준은 1932년 7월 20일에 태어났음을 다시 확인한다.

국민대 교수·미술평론가

-국제신문 2012.1.2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10&key=20120102.2202218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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