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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문예연감] 3부 시각예술: 사진/ 판화, 미디어아트/ 설치

김성호

III부 2009 시각예술 : 사진/판화, 미디어아트/설치미술, 서예, 미술이론/미술평론 - 경계를 통섭하는 창작과 비평

김성호(미술평론가, 중앙대겸임교수)


1. 총론
2009년에 상기 장르들은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다양한 면모를 선보였다. 분석 결과 시각예술의 장르별 구분이 상호간 영역을 상호침투하면서 점차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점은 근본적으로 개별 작가들의 창작 활동으로부터 기원하고 있지만, 이것을 시각예술 매개체(자)들이 소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의 범주화가 함께 생성되기도 한다. 대규모의 시각예술 행사나 전시에서는 장르별 구분 자체를 아예 고려하지 않고 주제별로 작품들을 묶어내는 방식을 꾀하면서 주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통합 장르의 개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테면, 〈경계전〉(5.28-7.28, 광주시립미술관)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현대조각을 다양한 매체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여기에는 조각, 브론즈라는 전통적 매체로부터 프로세스 아트, 영상, 소리조각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매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드러냄으로써 오늘날의 지역적 경계 담론에 덧붙여 매체적 경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또한 〈요술 이미지전〉(8.8-9.12, 한미사진미술관)은 사진이 매체의 중심을 차지하면서도 평면, 입체, 설치의 경계를 넘고, 그래픽 이미지, 영화, 연극적 장르의 관심을 조명하고 있는 탈매체적 관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준, 배준성, 임택, 장승효, 전소정, 정연두 등 참여작가 14인 중 사진 전공이 아닌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사진 장르의 최근 변모하는 현장을 가늠케 하는 전시였다. 한편,〈마그네틱 파워전-한, 아세아 현대 사진미디어아트〉(5.20-6.6,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C 외) 은 움직이는 영상예술이 근간이 된 최근의 미디어아트의 개념에 이전에 올드 미디어로 간주되었던 사진 장르를 다시 통합한 전시이다. 그런가 하면, 〈미술시네마전-감각의 몽타주전>(6.6-10.4,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사진, 영상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콜라주와 영화의 몽타주 기법이 상호간 오고가며 다양한 개념들을 제시한다. 또한 〈제2회 아시아 퍼포먼스 아트 인 서울〉(12.7-12, 제로원디자인센터 외) 은 행사의 중심에 11개국 예술가 20인이 참여한 특정 장르 퍼포먼스아트가 자리하고 있지만, 퍼포먼스아트 장르 자체가 지닌 통합장르적 특성 외에도 행사 자체도 사진 도큐멘테이션, 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들이 통합된 행사였다.
따라서 오늘날 장르별, 분과별 구분은 작품을 분석,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주화라는 차원으로만 사용되는 실정이다. 여기의 구분 즉, '사진/판화, 미디어/설치, 서예, 미술이론/평론'도 그러한 차원이다.
2009년, 경계를 통섭하고 다변화되고 있는 상기 장르에 관련한 일련의 행사들을 통해서 주목할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첫째로, 사진/판화 부문.
무엇보다 판화의 재생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사)한국판화사진진흥회가 몇 년 전 출범하면서 사진과 판화의 장르적 구분을 통합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형성된『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의 발전적 설계와 기획은 돋보였다. 다만 3파트로 산재시킨 무리한 전시공간 확장으로 인해 이전의 집결된 힘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그 외『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2009 한국현대판화축제』와 같은 판화계의 거대행사의 지속적 실행은 다양한 층의 판화 인구를 생존시키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보다 더 다양한 판화계 행사가 주요행사로 등장해야만 할 것이다.
사진계로선 다행스럽게 사진 매체의 대중적 친밀도로 인해 사진 인구의 지속적 증가가 가능하다. 2009년 주요행사에서는 전문가적 사진행사와 대중적 사진행사 사이의 접점을 잘 형성시키는 노력들이 잘 드러났다. 또한 주요 전시기획과 개인전들에서는 사진의 다변화하는 매체적 실험들이 지속되었다. 주목할 것은 사진의 매체적 미학 성찰 너머로 노인, 청소년, 제도, 문명, 이데올로기, 환경, 역사 등 예술사회학적 의미를 묻는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이 함께 병존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진계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들로 평가된다. 물론 다양한 사진상의 신설과 진행으로 인해 사진계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킨 영향력도 배제할 수 없겠다. 작가 지원프로그램인〈Photo Print Belt〉는 그런 점에서 2009년에도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로 미디어아트/설치미술 부문.
2009년 주목할만한 현상은 중앙정부 및 지자체 정부가 U-City 시대의 문화정책으로 실현하려는 각종 프로젝트와 맞물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활용되고 그것이 예술행사로 제시되기도 하면서 시각예술계의 미디어아트, 설치미술의 활발한 움직임을 가능케 했다는 사실이다.
일테면 서울시의〈2009 서울빛축제〉, 인천시의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일환으로 마련된『제1회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그리고 강남구의 〈U_스트리트 미디어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나서서 도시 환경 구축에 예술가들의 힘을 빌림으로써 새로운 미디어아트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 전면을 미디어아트로 변모시킨〈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는 주목되는 사건이었다. 특히 예술을 포함한 콘텐츠 차원의 미디어정책과 산학 협력체계가 최근 보다 활성화되면서 미디어아트의 발전적 전개는 괄목할만하다. 미디어테크놀로지가 관건인 몇몇 기업은 아트센터 등 전시 및 활동 매개 기관을 중심으로 한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아트에서 드러나는 통섭과 융합의 모색은 비교적 모던의 범주였던 설치미술의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으로 그것은 회화, 조각, 건축, 미디어아트를 모두 포함하면서 큰 덩치와 작은 덩치를 오고가는 새로운 퍼블릭아트의 유형을 제시한다. 일테면 〈2009마을미술프로젝트〉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가 그런 것이다.
한편, 미디어아트/설치미술의 발전적 전개는『2009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 청년 작가 미술축제』,『플랫폼2009_플랫폼 인 기무사』,『제3회 인천여성미술국제비엔날레』등의 대형미술행사로 인한 동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그 뿐 아니라 설치미술은 자연과 교감하는 『2009 자라섬 바깥미술전』,『2009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2009양평환경미술제』등의 다른 방향성 속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셋째로 서예 부문.
2009년 서예 역시 대규모의 행사인『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2009부산서예비엔날레』등을 통해서 최근 활동들이 집대성되었다. 오늘날 시대에 서예가 필요한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적 영역에서만 행사가 진행되기 보다는 보다 경계를 넘나드는 기획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서 열렸던〈2009문자문명전〉은 그런 면에서 주요했던 기획전이었다.
순수 전문가의 영역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전통의 계승'과 '전통의 현대화'라는 두 가지 화두가 벌이는 양 극단의 모습이다. 서예 고유의 위상을 확인시키는 전통의 계승은 따라야할 원전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발전적 전개의 양상을 놓치는 경향이 다분하다. 반면, 전통의 현대화는 서예의 외형적 변화를 다양한 매체의 사용을 통해서 실험적으로 추구하면서 서예 정신의 훼손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둘 사이의 접점에 대한 이해도 불가피하지만 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논란이 서예계 안에서 충분히 수렴되는 양태로 확장되는데 있다 할 것이다. 주목될만한 것은 '전통의 계승'과 '전통의 현대화'의 두 방향성이 한자 서예와 한글 서예의 두 영역에서 각각 나타났다는 것이다. 상호간 다름에 대한 연구와 비평적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부분이다.
넷째로, 미술이론/미술평론 부문.
2009년에도 미술평론과 더불어 미술경영, 미술행정을 대표하는 미술이론은 정부나 공적 기관 주도의 미술정책과 경영 관련 행사에 활발한 참여를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미술장식 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 『건출물 미술장식 법제도 개선 토론회』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국립현대미술관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분과별 행사로 마련되었던 『아시아미술교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그것이다.
미술현장 응용이 필수적인 미술경영, 미술행정과 같은 미술이론과 달리 미학, 예술철학과 같은 미술이론들은 연구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들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자발적인 이론 생산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반면, 미술경영, 미술행정과 관련한 미술이론은 물론이고 현장에 개입함으로써 언제나 가능한 미술평론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자발적인 이론 생산이기 보다는 비자발적인 이론 생산이 다수인 까닭이다.
미술평론과 함께 현장 참여의 미술이론에 필요한 지점은 자발적 이론 생산에 대한 활성화이다. 물론 미술정책과 경영 관련 행사에 미술이론 및 미술비평 전문가들의 활발한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청탁이나 요구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한, 현장 관련 미술이론이나 미술비평의 한계는 명징하다.
따라서 출판에서도 미술평론집을 표방한 출간은 드물었다. 미술평론의 임시적이고 소멸적인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술비평의 장에는 저널이나 잡지 등을 통해 일회성 비평을 생산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단행본 출판을 통해 반론과 반성적 점검을 시도하는 노력들이 필요해 보인다. 미술평론의 튼튼한 뼈대를 구축하는 일과 더불어 임시성을 벗어나는 새로운 방향성을 검토할 과제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반면, 대중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친대중 미술서적은 미술출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미술이론의 장에서 국내저자에 의한 출판은 동양 및 한국미술사에 치우친 경향이 많았다. 서구미술사 및 미학, 예술학 관련 저작은 번역서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저작이 앞으로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술이론과 미술평론 부문에 가장 필요한 점은 메타이론의 생성과 비평의 순환이다. 미술이론에 대한 반론과 문제제기가 다른 저자들로부터 촉발되어서 다양한 논의와 새로운 이론들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에 대한 비평'과 더불어 '비평에 대한 비평' 즉 메타 비평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메타이론 메타비평 그리고 이론과 비평의 순환체계들이 잘 형성되고 있지 않지만 2009년 미술이론/미술평론의 장에도 그것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2. 사진 / 판화
1) 사진 / 판화의 주요 행사
2009년에도 사진/판화계에는 각종 페스티벌이 풍성했다.
우선 사진계와 판화계가 하나로 뭉쳐 치르는『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9.12-9.1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는 단연코 그것이 아트페어임에도 하나의 축제처럼 기능한다. 에디션아트라는 공유지점이 있음에도 사진과 판화가 다른 장르로 간주되어 온 비교적 오랜 역사 때문에 국내에선 비교적 최근까지도 둘이 함께 치루는 행사로는 이것이 거의 유일하다.
원래 이 행사는 판화아트페어로 출발했으나 최근에 사진계와 힘을 합치면서 판화사진아트페어로 확장된 것이다. 즉 (사)한국판화미술진흥회는 판화계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시대적 위기에 직면해서 2005년부터 사진계의 급증한 미술인구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사진계와 힘을 합쳐 '(사)한국판화사진진흥회'로 개명하면서 판화의 외연을 확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2005년부터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로 변신하면서 글로벌아트페어로 외연을 확장해온지 4회째를 맞아 2008년에는 11개국 63개 화랑 참여를 통해 행사의 덩치를 크게 키워냈다. 2009년 5회 행사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10개국 43개 화랑으로 조금 규모가 줄긴 했지만, 외려 전시공간을 두 곳을 더 늘리면서 에디션아트의 미래적 향방에 대한 실험을 시도했다. 순수예술제는 아니지만 아트페어와 더불어 특별전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제의 성격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판화 및 사진 인구의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이다.
판화계에 국한해서는 『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4.9-5.10, 서울시립미술관)가 대표적이다. 설립 29주년을 맞이한 이 행사는 49개국 364명이 참여한 출품작 677점 심사를 거쳐 100점이 엄선돼 전시를 가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독보적인 판화비엔날레로 정초된 이 행사는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와 다양한 혼합매체의 두각 속에서 판화의 본원적 속성과 미학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9 한국현대판화축제』(8.25-8.30,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가 대표적 행사였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주관한 이 판화제는 협회 회원 130여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포트폴리오전이 메인전시로 열렸다. 고충환, 신수진, 김중걸 등 11인의 기획자가 기획한 11개의 섹션들이 연계된 메인전시인 셈이다. 아울러 특별전으로 원로와 중견 판화가들과 신입회원의 작품을 한데 모은 '화이부동전(和而不同)'을 열었다. 그 외 벼룩시장 및 판화체험마당을 통해서 대중들과 판화의 거리를 좁히는 축제의 장을 펼쳤다는 평가이다.
사진계에 국한해서는 2008년 말에 열려 2009년까지 지속된 주요 행사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인간풍경(Humanscape)이라는 주제 아래 열렸던『2008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2008.12.13-1.15. 구 서울역사), 프랑스현대사진가 21인이 참가했던 주한 프랑스 문화원 개원 40주년 기념전시인〈사진의 힘-21명의 프랑스사진가들전〉(2008.10.30-1.11, 성곡미술관), 그리고 한국의 군사문화의 기억을 화두로 한 〈39조 2항전〉(2008.12.6-2.15, 아트선재센터)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는 최소 한 달 이상의 전시일정을 지닌 기획전이다. 장기 전시의 목적은 오랫동안 준비, 기획했던 의미 있는 전시를 보다 많은 관객과 공유하려는 것인 만큼, 시각예술계 현장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전시 중 제기되었던 여러 비판과 요구들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획 측의 지속적인 노력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한편, 사진계에서 유독 많은 사진상 시상 또한 2009년 사진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대목이다. 2009년 일우재단이 새로 제정한 '일우 사진상'은 300명이 넘는 응모자 중에서 재독 작가 김인숙과 백승우가 수상했다. 박건희문화재단이 주관한 '제8회 다음작가상'에는 총 35명의 응모자 중에서 박현두가 수상했다. 제11호 사진비평상은 작품상 부문에서 총 56명의 응모자 중에서 김선영, 김은지, 문은지, 현준영, 홍진훤 5인이 입상했다.
한편, 최근 5년간 활동을 심사위원들이 검토하여 수상자를 선정하는 '제8회 동강사진상'은 국내부문 수상자로 이상일이 선정되었다. 상금 1천만원의 수혜를 받는 수상자 1인은 최근 5년간의 작품 활동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추천된 사진가들 중 최종 선정된 3인에 대한 토론을 거쳐 선정된다. ‘제4회 갤러리나우’ 작가상에는 파야가 선정되었다.
(사)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의 작가 지원프로그램인 BELT2009의 사진 장르에서는 김소희, 박승훈, 이예린, 이인청, 주현아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들과 큐레이터를 매칭하는 〈BELT2009 Artist + Curator _ Pick & Match〉프로그램을 통해서 전시를 지원한다. 아울러 전시를 통해 각 장르별로 선발된 2인의 우수작가에게 판화·사진전문 국제아트페어인 『SIPA2010: Seoul International Print Photo Art Fair』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판화 부문에서는 총 10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문정희(청화랑), 양재열(갤러리PICI), 임지혜(갤러리PICI), 정진경(유아트스페이스), 허문희(유아트스페이스)와 사진의 김소희(샘터화랑), 박승훈(UM갤러리), 이예린(카이스갤러리), 이인청(이목화랑), 주현아(웅갤러리)가 그들로 각각의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판화작가 뿐 아니라 사진작가들의 전시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기획자들과 매칭을 통해 각자의 개인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그 동안의 Belt프로그램으로부터의 새로운 변화였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 또한 노출하였다. 사진상이 활성화되어 있는 반면 판화계에서 제정된 상은 소수라는 점에서 오늘날 사진 쪽에 치우친 에디션아트의 지향하는 트랜드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진계에서는 최근 들어 아시아를 좌표로 설정하거나 글로벌 지형을 도모하는 국제적 행사가 부쩍 늘었다. 2009년에 열렸던 사진계의 주요 행사는 다음과 같다.
『제8회 동강국제사진제』(7.24-8.23, 동강사진박물관 외 4곳)는 '동강사진축제'로부터 2009년 행사명을 변경하고 국제전으로 확장을 도모했다. 〈Masks-가면을 쓴 사람들전〉이라는 주제전으로 40여 명 사진가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국제전 전환 이전까지 이 행사는 외국 전문가가 참여하기도 했지만, 주로 지역주민과 사진 애호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실천해오면서 지역과 예술, 전문가와 애호가 사이의 문제들을 풀어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국내 행사로부터 국제전으로 변경 기획된 만큼〈동강국제사진제〉는 지역발 국제전들이 담고 있는 지역과 중앙, 그리고 국제라는 고민들을 새로이 풀어나가야만 할 것이다.
반면, 『2009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9.12-9.20, 울산문화예술회관 외 10곳)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국제전 행사이다. 울산 지역일간지 '울산매일신문사'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산업, 공업도시 울산의 문화환경을 고려하기 위해 기획된 인간과 환경이라는 주제를 매년 지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9년은 자연주의를 내세웠다. 주제전인〈Naturalism전〉에는 40개국의 125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2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제3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12.1-2010.1.31, 가든파이브)은 (사)사진문화포럼이 주최한 행사로 '크로스-현실과 가상의 교차'라는 부제로 첨단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주도하는 사회문화현상들을 반영하는데 주력했다. 미국, 북미, 아시아를 포함하는 등 10개국 사진작가 50여명과 더불어 1800여명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참여했다.
작은 규모이지만 아시아작가들이 참여한 행사로 〈제9회 포토페스티벌_What is Real?전〉 (6.12-7.19, 가나아트센터)가 있었다. 전시는 배준성, 유현미, 류 이타다, 황 신 치엔 등 한국, 일본, 대만 작가 총 9인의 대표작 40여점으로 꾸려진 주요전시였다. 사진의 근본적 속성과 이를 개척해나가는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함께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부산에서는 규모 작은 〈국제사진영상기획전〉(2.8-3.13 고은미술관)이 열렸다. 한국사진학회가 주최한 전시로 회원 96명과 해외 11개국의 작가 47명의 사진과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주로 교육현장에 있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한편 사진시장에서는『2009서울포토페어』(4.8-4.12, 코엑스)는 2008년 아시아지역 최초의 포토페어를 표방하며 출발하여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사진전문지 포토넷이 주관한 이 행사는 이미 조명된 작가와 조명되지 않은 작가들을 비평적 시각으로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작품 소장의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전문 컬렉터 외에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의 사진작품들을 선보임과 아울러 2009년 주빈국으로 초대된 스웨덴의 대표작가 13인의 129점의 작품을 대거 소개, 판매했다.
2) 사진 / 판화의 주요 기획전
2009년에도 과거의 사진계 역사를 정리하는 시도가 없지 않았다.
〈사진비평상 10년의 궤적전〉(12.17-12.29,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은 1998년 창간된 계간지 『사진비평』이 제정, 진행해 온 사진비평상 10주년을 맞아 그 동안의 성과를 총정리한 전시이다. 10년간 작품 부분에서 63명, 평론부문에서 11명 등, 총 74명의 신인들을 배출한 사진비평상은 이전과는 달리 제11회부터는 수상자 가운데서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방식 등의 다양하고도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10주년 기념전은 그 동안의 수상작가 중 30인의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역시 지난 10년간 한국 사진 현장을 조명한다는 취지를 내세운〈2009 포토코리아전-슈팅 이미지〉(8.1-8.27, 코엑스)는 총 52명 작가 300여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자가 한 단체의 10년간의 비영리적 지원활동을 점검한다는 취지의 것이었다고 한다면 후자는 한겨레 신문사와 (주)마르델아르떼가 공동 주최했다는 점에서 영리적 사업이라는 취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깔끔한 전시 구성이나 연출은 관람객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반면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 10인전_2009 오디세이〉(7.14-8.1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고명근, 구본창, 배병우 등 유명 사진가들을 내세움으로써 주제에 근거한 기획전임을 무색케 했다. 취지야 어떻듯 대표작가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사진계의 현재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반은 공정하거 반은 불공정하다.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은 한국의 현대사진의 대표작가가 정녕 아닌가라는 반문을 기획측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만 할 것이다.
사진이 지니고 있는 매체적 한계와 더불어 사진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소 규모의 전시도 많았다. 일테면 〈모호한 층 애매한 겹전〉(2.11-3.10, 갤러리룩스)은 다양한 재료기법을 통한 사진 창작 방법론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지에 컴퓨터 프린트, 금속, 대리석이나 유리판에 사진인화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은 물론이고 사진의 표면을 긁기, 지우기, 바느질하기, 입체화하기 등의 실험적 모색을 검토한다. 평론가 박영택이 기획한 이 전시에는 '1부 사진의 질료화', '2부 사진적 리얼리티의 제거'로 구성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전〉(3.6-5.24,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또한 현대사진의 전통적 창작으로부터 다양한 기법에 의한 창작 등을 검토함으로써 사진예술의 새로운 미래적 비전을 검토한다. 김아타, 김준, 민병헌, 육명심, 이형구, 황규태 등 사진작가 25명이 참여했다.
아울러 〈요술 이미지전〉(8.8-10.1, 한미사진미술관) 역시 사진의 다양한 연출기법과 더불어 사진의 매체 확장으로서의 의미를 알아보는 전시였다. 특히 발전하는 테크놀로지가 예술에 끼친 영향력을 고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이조차 하다. 전시는 젊은 작가 14인이 참여해 사진에 기초하되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작품 50여점을 선보였다. 회화와 사진, 입체와 사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이미지, 영화 같은 사진, 연극 같은 사진이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더 포토그래프 에즈 컨템포러리 아트전(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7.9-8.20, 두산갤러리) 역시, 제명에서 드러나듯이,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 현대미술이 되어버린 사진계의 변모지점을 살펴본다. 현대미술 같은 사진이란 결국 찍기 대신 만들기라는 과정이 개입한 디지털 메이킹 포토로부터 그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변모하는 사진의 미래적 위상을 예견한다. 권두현, 권순관, 김도균, 박형근 등 12인이 참여했다.
반대로 〈Unreal전-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사이〉(12.2-2010.1.16, 더컬럼스갤러리) 는 사진의 매체적 한계를 끌어안고 사진 이미지의 존재론적 입장을 현상학적 방법으로 고민한다. 즉, 존재와 부재, 현실과 비현실, 사실과 허구의 문제를 시각성에 기반한 이미지의 차원에서 검토한다. 기획자는 그것을 상상력으로 검토한다. 다니엘 부에티, 마이클 웨슬리 등 해외 작가 7인의 작품으로 꾸려졌다.
사진에 관한 미학적 성찰로는 〈스피킹 위드 핸즈_불 컬렉션전〉 (3.5-5.24, 대림미술관)이 돋보였다. 미국의 컬렉터, 헨리 불(Henry Buhl)의 소장 사진 116점과 조각 32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손'에 집중하는 이미지들로 특히 앤디 워홀, 헨리 무어, 테레사 수녀 등 유명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1840년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사진에서부터 만 레이, 비토 아콘치, 바바라 크루거에 이르는 160여 년 간의 사진의 역사가 거장들의 작품들을 통해 펼쳐졌다. 여기에 대중적 기호가 덧붙여진 전시들로는 세계유명인사들의 초상사진전 <카쉬전〉(3.4-5.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패션사진의 거장〈사라문전〉(9.25-11.29, 예술의전당 V갤러리)이 대표적이었다.
한편, 사진의 매체적, 미학적 성찰 너머로 예술사회학의 의미를 묻는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도 열렸다.
〈세로토닌전〉(3.18-4.7, 갤러리나우)은 사진의 시각 이미지가 지닌 심리적 영향력을 기획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일테면 조용하고 명상적인 화면이 끼치는 안정의 효과와 같은 것이다. 전시는 예술 작품이 성장기의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를 모색하면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를 도모한다. 구본창, 서성원, 순리, 원성원, 유현미 외 다수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편 〈세로토닌전 II전〉(10.8-10.15,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은 사진과 더불어 회화와 같은 장르를 포함하면서 예술심리학적 효과 연구 취지를 명확히 했다.
증거로서의 사진이라는 사진의 예술사회학을 성취하는 전시로 〈청소년전〉(6.19-8.23, 일민미술관)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일민문하재단이 발간하는 일민시각문화 총서 4권 째인 「청소년」발간에 맞춰 진행되었다. 산업현장을 시각이미지로 구상화하고 풀어낸「공장」,「새마을」과 같은 총서의 시리즈의 후속을 기념한 전시라 하겠다. 고정남, 권우열, 박진영, 양재광, 오석근, 이지연, 최은식, 최종규 등의 작가가 참여하여 촬영한 700여 컷의 이미지들의 일부를 전시로 꾸려냈다. 실제로 전시 결과물보다는 이와 같은 통합 사업의 취지가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의 문제도 조명되었다.〈지구를 인터뷰하다전-사진으로 본 기후변화)(6.19-8.23, 대림미술관)가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발생되는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에 관한 여러 내용을 담은 총 90여점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자연과 사물전〉(1.7-2.3, 물파스페이스)은 환경운동의 취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객에게 자연, 환경, 생태의 문제를 되새기게 한다. 산, 나무, 달, 풀 등 자연을 소재로 한 남성작가 5인과 도시생활 주변의 일상과 사물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한 여성작가 5인이 참여했다.
그 외, 다큐멘터리 사진과 관련한 기획전으로는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전〉(12.9-12.19, 평화박물관)이 대표적이다.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이 개개인에게 있다는 자각을 보여준다. 김흥구, 노익상 외 11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편, 포스갤러리에서 30, 40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12명을 선정하여 한 달에 한 번씩 개인전으로 개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만나다전〉이 주목할 만하다. 이규철, 최향영, 안해룡, 석재현, 정은진, 백지순, 박태희 등이 참여했다. 또한 사회성 있는 다큐멘터리 작가의 개인초대전으로 기획된 ‘클래식으로의 초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박하선_천장전〉(4.23-5.6, 갤러리엠),〈이상일-망월동전〉(5.7-5.20, 갤러리엠),〈강용석_동두천기념사진1984전〉(5.21-6.3, 갤러리엠), 〈성남훈_루마니아 집시전〉(6.4-6.17, 갤러리엠)으로 개인전이 마련되었다.
판화계의 주요 기획전은 특별히 많지 않았다.
앞서 주요행사로 살펴본 판화〈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2009 한국현대판화축제〉,〈Print BELT2009〉외에 다음의 전시가 눈에 띈다. 〈예술의 두 가지 꿈전 : 세계의 거장들과 이탈리아 판화공방 2Rc의 만남〉(9.16-10.29, 서울대학교미술관 MoA)이 그것이다. 전시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27인과 유명한 이탈리아 판화공방인 2RC의 40여 년간의 협업 작업 121점을 소개했다. 197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세계적인 공방과 세계적인 작가의 만남 자체로 판화계의 신선한 전시로 평가된다. 전시는 전통적 판화기법과 현대화된 판화 사이에서 판화적 정체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 사진 / 판화 주요 개인전
회고전이나 기념전이 2009년에도 있었다. 구왕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무성의 시(詩) 전〉(6.16-6.21,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대표적이다.〈이형록 회고전>(12.7-2010.1.31, 갤러리제비꽃)은 사진 인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생존하는 최고령 사진작가의 전시였다. 1950-60년대 삶의 현장을 담은 〈김한용_희망의 연대기전〉(1.13-3.8, 동강사진박물관), 우울하고도 낭만적 분위기 풍경사진을 담은 〈홍순태_우울한 겨울전〉(3.30-4.12, CBL갤러리), 〈류경선_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전〉(2.11-2.17, 인사아트센터), 원로 사진가 주명덕의 장미와 차이나타운 사진전인〈주명덕전〉(6.13-7.25, 한미사진미술관)과 풍경전인 〈주명덕_풍경전〉(12.17-2010.2.7, 대림미술관)이 대표적인 회고전이었다.
중견사진가들의 전시로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전시한 〈배병우전〉<10.1-12.6, 덕수궁미술관)을 비롯해〈박종우_히말라야 모노그래프전〉(3.4-3.24, 고은사진미술관),〈이상일 사진전〉(8.14-10.31, 고은사진미술관),〈박영숙전〉(11.7-2020.1.1, 고은사진미술관), 〈윤건혁_베이징, 원 월드 원 드림전〉(11.5-11.11, 광주 롯데아트갤러리), 그리고 분단의 흔적을 간직한 현대사를 보여주고 있는〈강용석_한국전쟁기념비전〉(11.28-1010.2.20, 한미사진미술관) 등이 선보였다.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작가군들을 포함한 젊은 감각의 전시들을 일정별로 간략히 살펴보면, 포지티브를 반전시킨 네거티브 화면으로 잘 알려진〈고상우_돈과 조건보다 사랑이 소중하다 믿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전〉(2.6-2.28, 갤러리선컨템포러리), 개인사적 동기와 공동체 인류의 담론으로 확장하는 〈천경우_Thousands전〉(3.3-3.29, 토탈미술관, 가인갤러리), 현대사회의 소소한 일상의 내러티브를 위트 있는 진중함으로 드러내는 권순관의〈2009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권순관_A Practice of Nehavior〉(3.6-4.5, 성곡미술관)이 있었다.
〈이일우_박제의 초상전〉(3.12-3.30, 세오갤러리)은 죽음 이전과 이후의 문제를 관객에게 되돌려 주고,〈인효진_불안정한 질서전〉(4.10-5.5, 성곡미술관)은 미성년자들의 제도 속 욕망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고정남_연분홍 진달래전〉(4.24-5.7, 갤러리브레송)은 진달래와 대전차 장애물의 콘크리트 물성이 맞닥뜨리는 대립과 공존, 삶과 죽음이 문제를 되뇌게 한다. 돌의 생명력을 보여주는〈황선구_Stone, Beyond the Wall II전〉(4.27-5.10, CBL갤러리)이나 거울의 반영이미지가 야기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노순택_거울정치전〉(5.14-6.16, 트렁크갤러리), 현대의 소비적 일상이 희화화된 채 클로즈업된 〈구성연_사탕전〉(6.8-7.28, 트렁크 갤러리)도 빼놓을 수 없다.
〈김미루_나도의 우수전〉(8.25-9.13, 갤러리현대)은 용도 폐기된 도시의 공간에 은닉한 알몸을 통해 환경 속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고, 〈신선주_Manière-noir-Beijing Photos전〉(9.4-9.17, 스페이스캔)은 사진과 검은 오일 파스텔 사이를 통해 새로운 매체적 실험을 거듭한다. 〈김병걸_오래된 질문전〉(10.7-10.20, 유엠갤러리), 휴대용 인공 자연을 소비하는 〈이민호전〉(10.8-11.4, K&갤러리), 사물들의 비현실적 공존을 다루는〈임안나전〉(11.3-11.20, 두인갤러리), 〈이단_벗겨진 전통전〉(11.11-11.21, 갤러리더케이)은 인간 육체가 담고 있는 내면의 본질과 욕망의 다루고, 〈이원철_유기체적 공간전〉(11.17-11.30, 갤러리진선)은 산업화 과정을 거친 현대의 자화상을 만들어낸다.
시각예술의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사진예술의 경계를 오고가는 작가들의 사진전도 주목할 만하다.〈이강우_석탄풍경전〉(1.3-2.22, 태백 석탄박물관)는 철암과 사북에 남아있는 탄광촌 원형을 정직한 눈으로 재현하고, 〈강홍구_사라지다:은평 뉴타운에 관한 기록전〉(3.13-5.3, 몽인아트센터)은 은평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일상의 단면들을 제도, 이데올로기의 문제와 겹쳐놓는다. 설치미술로부터 사진계로 깊숙이 들어온 <이상현_삼천궁녀전>(6.11-6.30, 갤러리선컨템포러리)은 근대사의 원전과 교차하는 현대의 대중문화식 해학이 흥미롭다.〈유현미_Bleeding Blue전〉(11.19-2010.1.17, 몽인아트센터)는 단연코 시각예술 언어와 사진예술 언어의 의미를 꿰뚫어내는 전시였다. 퍼포먼스, 회화, 조각, 사진으로 전개되면서 최종 마감된 오브제 사진은 더 이상의 무생물의 무엇이 되기를 거부한다.
3. 미디어아트 / 설치미술
1) 미디어아트 / 설치미술의 문화계 주요행사
2009년에도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복합매체의 영역은 주요 시각예술행사에서는 물론 문화행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해볼 수 있다. 그만큼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이 표방하는 혼성의 조형언어가 이미 시각예술현장에서 보편화된 까닭이다.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은 최근 각 지자체 정부의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이나 기업의 사회공헌 콘텐츠와 맞물려 이전에 주로 조각이 담당했던 퍼블릭아트의 새로운 유형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 송도 U-City, 창원 유비쿼터스 시티 동탄 U-city 뿐 아니라 오늘날 첨단을 지향하는 도시정부에 있어서 예술, 테크놀로지, 사회가 통합되는 양상은 일상을 예술과 구별이 없게 만든다. 미래적 과제였던 유비쿼터스 서비스는 오늘날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날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은 양자가 통합되는 형태로 이러한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일환으로 현실의 장에 도입되곤 한다. 지금까지는 DB구축 등 정보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테크놀로지가 우선했지만, 문화관광 자원의 지능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콘텐츠 영역과 결합한 미디어아트의 유형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의 대표적인 예는 서울시 지원으로 강남구가 기획한 〈U_스트리트 미디어폴〉일 것이다. 하루의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달하는 강남역에서 교보타워사거리의 760m구간이 ‘유비쿼터스’를 테마로 하는 첨단 미디어 거리로 탈바꿈한 것이다. 12.4m의 미디어폴(media pole)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가로시설물 22개는 지역, 교통, 뉴스 등의 정보 키오스크(Info-booth)의 기능과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서의 역할을 한꺼번에 담당한다. 이것은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이 도시에서 일상의 테크놀로지를 만나 창출한 ‘미래형 도시의 퍼블릭아트’로 평가된다. 이것은 일상을 예술화시킨 비근한 예중의 하나이다.
그런면에서 『2009 서울빛축제』(12.19-2010.1.24, 광화문 일대) 역시 ‘일상의 예술화’에 관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예이다. ‘문화의 빛_세종문화회관의 미디어퍼포먼스’, ‘소통의 빛_KT빌딩의 미디어퍼포먼스’ 그리고 ‘창조의 빛_미디어타워과 일루미네이션’이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진행된 서울시의 문화행사는 가히 도시를 예술화를 성취하는 단계까지 넘본다. 실제 백남준의 유작인 〈프랙탈 거북선〉이 광화문 광장의 투명 유리박스 안에서 전시될만큼 예술작품과 문화행사를 조우하는 전략이 실행되었다. 따라서 이전의 조명기술의 범주에 한정되었던 ‘루미나리에’와 같은 거리 조명의 단계를 넘어서 빛 그 자체를 예술작품화시켜 퍼블릭아트의 개념을 확장시켰다는 평이다.
이것이 일회적 행사를 거친 미디어-설치 퍼블릭아트였다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옛 대우빌딩)는 항구적인 미디어-설치 기반의 퍼블릭아트라 할 것이다. 2009년 타임스퀘어는 1년여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4층부터 23층까지 건물 외벽에 가로세로 99×78m에 이르는 면적에 4만 2000개의 LED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 초대형 LED 미디어 캔버스를 설치했다. 가나아트센터 기획을 통해 줄리안 오피의 〈워킹 피플〉, 양만기의 〈미메시스 스케이프〉가 상영되었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캔버스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타임스퀘어 미디어캔버스는 첨단도시의 미래형 퍼블릭아트임에 분명하다. 예술 컨텐츠를 담고 있는 하드웨어가 시각예술을 면모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향후에도 창의적인 프로그램들로 활성화하는 작업이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제1회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8.7-10.25, 인천세계도시축전 주 행사장)는 외형적으로는 시각예술 현장에서 기획된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한 부분으로 할당된 인천의 문화행사로 치러졌다. 물론 일회성인 도시축전과 상관없이 2010년에도 지속될 계획이지만 다분히 일상 속에 예술의 형식을 끌어안으려는 지자체 정부의 문화 페스티벌 유형의 일면을 잘 드러내준다. 도시축전 주 행사장 안에 가건물로 성급하게 마련된 전시장은 규묘의 효율성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출품작을 통한 주제전은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Inter-time, Inter-face, Inter-space'라는 주제로 디지털아트의 존재론적 위상과 더불어 미디어 사이의 매개자로서의 역할, 테크놀로지, 일상, 예술 사이의 맥락 그리고 예술가, 예술작품, 관객 등의 관계의 문제 등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한편, 미디어폴이나 대우센터빌딩의 미디어캔버스, 디지털아트페스티벌이 미디어아트의 유형이 앞선 것이라면 2007년 이래 2009년에도 지속되고 있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설치미술의 유형이 앞선 것이라 하겠다. 장소성, 공공미술, 참여형으로 범주화될 수 있는 3가지의 방향성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늘 공원 희망전망대에 마련한 임옥상의 〈Growing Sculpture_하늘을 담는 그릇〉, 이은화의 해치 퍼레이드인〈Haechi, Haechi, Haechi〉, 김석의 환경조형물인 〈함께 일어서自〉그리고 노일초등학교의 학교갤러리로 기획된 내일의 도시팀의 〈천개의 집〉 등 많은 프로젝트형 퍼블릭아트가 실현되었다.
아울러, 문화체육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와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한 〈2009마을미술프로젝>는 자유 공모를 거쳐 선정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전국 21개소에서 실행되었다. 마을 단위의 퍼블릭아트가 지향하는 참여와 소통 그리고 문화환경 개선이 한데 어우러진 대형 설치미술이라 할 것이다.
한편,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에 설치한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렘 쿨하우스의 건축사무소 OMA가 설계를 맡아 그 외형이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인 모션'을 주제로 한 〈웨이스트 다운-미우치아 프라다의 스커트전〉과 같은 친대중 지향의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였다. 이처럼 규모는 크지 않아도 일상의 장에 미디어아트 혹은 설치미술을 유입하려는 문화프로젝트가 상업적 영향력과 만나는 행사들도 그 외에도 많았지만 여기서 생략한다.
2) 미디어아트 / 설치미술의 예술계 주요행사와 전시
시각예술 현장에서의 미디어아트/설치미술의 행사의 규모나 위상은 문화프로젝트와 맞물린 것보다 예산 외 여러 문제로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르별로 특화되지 않는 상태로 기획된 시각예술 현장에서의 행사와 전시는 그 규모가 크다 할 것이다. 일테면, 기무사 부지에 서울관 분관을 건립하기 위해 지속된 일련의 미술행사들, 즉 『2009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 청년 작가 미술축제』(7.29-8.23), 『플랫폼2009_플랫폼 인 기무사』(9.3-9.25, 구 기무사), 〈신호탄-Beginning of New Era전〉(10.22-12.6, 구 기무사) 등은 그 규모나 시각예술 현장에 대한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미디어아트/설치미술의 유형이 대거 포함된 대표적 행사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제3회 인천여성미술국제비엔날레』(8.1-8.31, 인천아트플랫폼 외)는 오늘날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여성성의 문제를 검토하게 했고, 아시아 동시대 미술 소개하는 격년제 프로젝트인『아시아현대미술프로젝트』(9.30-11.22, 서울시립미술관)는 서울, 이스탄불, 도쿄, 베이징 4개 도시의 주요 현대미술관이 참여해 작가 40여 명의 다매체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또한〈2009재외한국청년미술제-USB〉(11.5-12.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는 한국 특정 지역성을 지니면서도 각기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정체성을 지닌 24명의 재외 한인 작가의 다매체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전_숨비소리〉(6.26-9.30), 〈포항시립미술관 개관전_철기시대의 대장장장이〉(12.22-2010.3.14, 포항시립미술관) 그리고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전〉
(7.23-10.4, 경기도미술관) 모두 회화, 조각 외에도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이 어우러진 복합형 시각예술전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미 시각예술이 다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르별 범주화로 전시를 특정화시키지 않으려는 기획자의 노력들을 우리에게 검토하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시각예술현장에서 최소한의 장르별 범주에 관한 위상을 탐색한 전시들이 주목되었다.
사진과 미디어아트의 장르별 혼합을 주전략으로 내세운 경우로,〈마그네틱 파워전-한, 아세아 현대 사진미디어아트〉(5.20-6.6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C외)가 주목되었고, 조각과 미디어아트의 장르별 범주를 주요 화두로 제시한 경우로, 〈경계전〉(5.28-7.28, 광주시립미술관)이 주목받았다. 특히 후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현대조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했는데, 조각, 브론즈에서부터 프로세스 아트, 영상, 소리조각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조각을 기초로 한 상태에서의 미디어아트/설치미술로의 확장의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제2회 아시아 퍼포먼스아트 인 서울〉(12.7-12.12, 제로원디자인센터 외)은 퍼포먼스아트가 중심이 되면서도 총 11개국의 예술가 20명이 참가해 퍼포먼스아트, 사진 도큐멘테이션, 영상 등 다양한 내용으로 펼친 행사였다.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공간을 표방하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전시 또한 미디어아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전〉(6.12-10.4, 백남준아트센터) 은 설치미술과 오늘날의 미디어아트 장르가 혼합되었던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를 의미하는 만큼, 참여작가들의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아트가 다양하게 제시된 복합 장르형 전시로 꾸려졌다.
〈미술시네마전-감각의 몽타주〉(6.6-10.4,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는 영화 기법인 몽타주 기법을 주제로 한 전시로서 사진과 영상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미디어아트의 근원을 더듬는다.〈어반&디스어반전(Urban&DISurban)〉(8.7-8.20, 통의동 옛 보안여관)은 경복궁 앞 서민들의 임식 숙소였던 여관의 퇴락한 모습 자체가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시각의 궤적을 타고 있는 문화지층이 지금, 여기에 다른 언어들에 의해서 되살아나게 만든 설치, 영상전이었다.
삼성특검 여파로 2008년부터 상설전에 돌입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개관5주년이 되는 2009년 말 상설 특별전인〈미디어상설전〉(10.6- 삼성미술관 리움)을 기획했는데 미디어설치, 미디어조각, 미디어영상을 포함한 백남준, 빌비올라 등 7인의 작가의 다매체 작품들로 구성된 미디어아트전이었다.
2009년 앞서 언급했던 행사 및 전시 외에, 미디어아트전을 표방한 기획전을 일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브 온 아시아2009전〉(2.6-3.11, 대안공간 루프)은 14개국 21명의 기획자가 추천한 비디어아트 작가 35명이 참여한 전시로 미디어아트의 초기유형이 오늘날에 가지는 위상을 검토하는 전시였다. 〈크로스 애니메이트전〉(4.2-5.10,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C)은 현대미술과 애니메이션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범주를 탐색했다. 〈VIDEO:VIDEO&O전〉(9.4-10.18, 아르코미술관)은 비디오아카이브와 컬렉션 구축을 통해 한국비디오아트의 4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로 꾸려졌다. 초기 작가들과 최근 작가들의 작품을 병치해서 전시함으로써, 비디오아트의 역사와 미디어아트의 현재적 위치를 점검했다. 〈앨리스 뮤지엄_퓨처 스쿨〉(5.1-6.2 소마미술관)은 소마미술관과 아트센터나비가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놀이터를 제시한 미디어아트전이였다. 시각성 외에도 공감각적 소통을 도모한 전시로 평가된다. 〈기계가 꾸는 꿈전〉(6.16-7.2, 스페이스 캔, 숭실대 정보과학과 미디어스페이스)역시 ‘기계와 생명에 대한 확장된 시각과 융합예술의 가능성’이라는 부제처럼 시각 뿐 아니라 공감각을 통한 시각예술의 소통의 국면을 제기함으로써 점차 통합화되는 예술의 변화되는 위상을 검토하고 있다.
〈New Sci-Art Open Lab전〉(7.1-11.30, 사비나미술관)은 과학문화융합포럼 7차 대회의 결과물을 전시함으로써 과학자와 예술가의 결합을 지속화한 사비나미술관의 전통적인 전시기획 방향을 선보였다. 〈라이트월전〉(8.1-9.19, 서울시립미술관 외벽)은 그룹 뮌의 10분 내외의 영상작품을 건축물에 프로젝션한 것으로 다이내믹한 미디어아트의 퍼블릭아트로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편, 2009년 앞서 언급했던 것 외에, 설치미술을 전면에 내세운 주요 기획전을 언급하고 이후 다양한 유형으로 혼성된 설치미술전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전적으로 설치미술제임을 표방하고 나선 『2009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9.18-9.29 울산 태화강 둔치)는 3회째인 2009년부터 예술감독제를 처음으로 도입해서, ‘호흡의 지평’이라는 주제 아래 구영모, 베른트 할프에르, 피오트르 자모스키, 쇼고 키우치, 왕신시에 등 32명의 국내외 작가들과 프로젝트팀의 참가로 꾸려졌다. 주로 설치적 조각, 조각적 설치의 개념이 교차하는 이 행사가 야외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시각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시각예술과 자연, 환경의 상관성에 대한 실천 담론들이 주요하게 부각되었다고 평가할만하다.
『2009 자라섬 바깥미술전』(1.10-2.1, 자라섬)은 ‘씨알 하나’라는 주제 아래 정수, 박형필, 왕광현 등 바깥미술회 회원7명과 김해심, 김용민, 문병탁, 백성근, 정혜령, 최영옥, 기무라 가쯔아끼, 요시노 쇼타로 등 초대작가 18명이 참가해 펼쳐졌다. 특히 처음으로 외국작가가 참여한 올해 행사는 추후 국제전으로서의 위상을 예견해 본 전시라 할 것이다. 서구의 대지미술 유형과 일정부분 공유하면서도 자연미술의 특성을 표방하는 이 전시는 매년 야외의 미술현장으로부터 뛰쳐나가 벌이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야외설치미술제 혹은 자연설치미술제라 할 것이다.
『2009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10.17-11.7, 금강자연미술센터)는 『2010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행사로, 38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공모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내온 작품 스케치와 실제로 자연물로 만들어진 소품들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자연과 평화’라는 주제로 열리게 될 2010비엔날레의 참여 작가를 선정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서 열리는 것이다. 이 행사는 자연미술 프로젝트전을 비롯, 자연미술체험학습, 비엔날레 국내홍보전시, 자연미술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2009양평환경미술제』(10.17-11.1, 한강생태학습장 외) 역시 양평의 지형적 특성과 자연, 환경의 문제를 시각예술로 풀어보고자 하는데 집중했다. 권남희, 금중기, 김승영, 이재효 등 다수의 조각가 11명(팀)이 참가한 조각적 설치, 설치적 조각이 대세를 이룬 설치미술제로 꾸려졌다.
대구아트스퀘어의 일환으로 열린 『2009청년미술프로젝트』(11.11-11.29, KT&G별관)는 광대한 전시공간을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서 회화, 조각, 영상, 설치가 한데 어우러진 그 자체로 하나의 스펙터클 설치미술이었다. 사진이 주를 이루었던 그 동안의 대구미술계의 잠재된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을 불러낸 전시 기획으로 평가받기에 족하다.
그 외에도 〈이머징9전〉(1.15-2.8 쌈지스페이스)은 당시 폐관 전에, 그룹 김과현의 공동작업과 박은영, 이철현 작가의 설치, 미디어아트 작업을 선보였다. 〈신오감도전〉(3.18-6.7,서울시립미술관)은 시각성 만이 아닌 후각, 촉각, 청각 등 비시각성의 공감각적 상상력을 도구로 쓰고 관객에게 그것을 드러낸 전시였다. 시각에 대한 후각이나 촉각을 강조하는〈코스메틱 잼전〉(3.25-3.31, 인사아트센터)은 간략하게 화장품 브랜드인 클리오가 주관한 ‘미술과 화장품과의 만남’으로 정리해볼 수 있지만, 시각에 덧붙이는 후각, 촉각, 상업적 속성 등이 부가된 전시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참여, 재미와 해학, 만화적 상상력과 위트를 담아내었던 〈2009미술관봄나들이전_미술관 습격사건〉(4.30-6.14, 서울시립미술관)은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복합매체 미술 40여점을 선보였다.
3) 미디어아트 / 설치미술의 주요 개인전
개인전으로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2009시각예술계의 화제였던 양혜규가 참여했던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6.7-11.2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한국관 설치작품은 설치미술에 관한 발전적인 논의를 전개시켰다. 작가 자신이 거주하는 독일 베를린 부엌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조각 〈살림〉, 빛과 불라인드를 소재로 한 설치 작업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 그리고 영상 작업 〈쌍과 반족-이름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등 총 3점이 그것이다.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해체적 설치였다는 평가였다.
나아가 국립현대미술관은 강익중의 〈멀티플 다이얼로그 ∞전〉(2.6-2010.2.7, 국립현대미술관)을 마련했다. 백남준 작고 3주기를 기념하는 전시로 기존의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배경으로 한 나선형 벽면에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함께 참여하는 설치미술전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과 어우러진 강익중의 다양한 오브제 설치작업이 함께 조화를 시도하는 전시였다.
〈천대광전〉(3.5-3.22, 브레인팩토리)은 전시장 전체를 커다란 격자무늬터널로 바꾼 전시이다. 경복궁을 향한 공간으로 열려있는 출입구와 연결된 구조물의 숨통 틔우기가 상호교차하는 거대한 설치구조물이다. 공간, 시간, 예술의 문제를 넘나든다.
개념적 조각 설치의 <안규철_2.6평방미터의 집전〉(3.11-4.16, 공간화랑)은 작가가 오랫간만에 선보인 개인전이었다.〈지니서전_End of the Rainbow〉(5.21-7.19, 몽인아트센터)는 철이라는 재료가 가진 질료적 힘을 통해 전시장 전체를 작가의 내적 에너지가 투영된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전시장, 1, 2층의 유기적이거나 기하학적인 설치구조물로 대비시켜 설치미술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2009년 빼놓을 수 없는 전시로 차기율의 〈세 개의 장소전〉(9.23-10.30, 공간화랑)을 꼽을 수 있겠다. 작가가 태어난 화성, 성장한 인천, 활동 중인 서울 등 세 공간에서 각기 진행되었던 고고학적 발굴 프로젝트의 결과를 선보인 전시는 역사와 공간이 내접한 삶에 대한 성찰을 지속되게 요구한다. 일일이 꿰매 만든 상처받은 심장들을 설치적 어법으로 제시하여 애증과 욕망의 커뮤니케이션을 고스란히 드러낸 <오혜선전>(10.21-10.27, 관훈갤러리) 역시 주목할 만한 전시였다.
설치와 접목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개인전이 주목된다.
〈오인환전〉(5.15-7.19, 아트선재센터)은 언어, 개념, 설치미술과 영상미술이 넘나드는 가운데 이데올로기의 제도적 장치를 비판하고 〈함경아전-욕망과 마취〉(2009.8.22-10.25, 아트선재센터)에서 작가가 세계 각지의 커피숍, 호텔에서 훔쳐온 컵, 그릇, 후추, 접시 등 오브제의 무덤을 한 장소에서 경험함으로써 관객들은 약탈된 문화재와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미술관의 역사를 성찰한다. 〈전수천_新월인천강지곡〉(서울대미술관, 10.16-12.12)은 작가의 일관된 우주, 문명, 생명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존재와 의미론 탐구의 일단을 드러낸다.
〈줄리안 오피전〉(4.29-5.31, 국제갤러리) 역시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이 복합적으로 제시된 설치, 미디어전으로 선보였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아트 작가 줄리앙 오피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현대의 매스미디어 이미지와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가벼운 어조로 묻고 있다.
〈강애란전_The Sublime:The Sapce of Heteropopia〉(5.15-6.15, 갤러리시몬)에서는 관객에 의한 디지털북의 이동과 그로 인한 텍스트 내용의 자동재생 등 관객과 상호작용을 벌이면서 설치와 미디어아트가 교류하는 새로운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보인다.
그 외에도 모션 그래픽 작업에 기반한 〈김영진전〉(7.3-7.16, 김진혜갤러리), 사진과 영상작업으로 선보인 〈이영호전〉(8.27-9.27, 대안공간 루프), 움직임을 부과한 로우테크놀로지를 오랫동안 구사해온 〈안수진전〉(10.30-12.3,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상 수상전'으로 꾸려졌다. 내러티브의 영상 언어로 현대인의 일상을 재조명한 〈이진준 전_Your stage〉(11.6-11.27, 갤러리선컨템포러리)도 주목할 만하다.
〈양아치전_Middle Corea:Yangachi Trilogy〉 (12.4-12.8, 아트센터나비)은 아트센터 나비의 뉴씨어터 시리즈의 4번째 전시로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작가의 에피소드 시리즈의 최종 편으로 기획된 전시는 24점의 영상, 사운드, 입체, 사진작업 등으로 구성되어 파괴와 교란이 침투하는 주목할 만한 미디어아트전으로 평가된다.
-2010 문예연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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