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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문예연감] 2부 시각예술: 회화, 조각, 공예

하계훈

Ⅱ부 2009 시각예술 : 회화, 조각, 공예

하계훈(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김달진미술연구소 객원 연구원)


1. 총론
2009년의 미술계는 2008년 후반부터 깊어진 침체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하였다. 미술계의 침체와 이에 따른 위축된 분위기는 미술시장에서부터 그 파장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침체는 국내에서 발생한 자체적인 문제점 때문이기보다는 미국의 부동산 관련 파생 금융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시작하여 국내의 경기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 미술계의 체질은 내재적 역량보다는 외부의 변화에 의해 그 향방이 크게 좌우되는 허약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공공 영역에서의 확고한 정책과 다양한 지원이 불충분하고 미술 저널리즘과 비평 담론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상황은 더욱 더 미술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미술시장의 침체는 공공영역에서의 미술정책을 상대적으로 주목받게 만들어 준다. 2009년 1월 15일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격동 옛 기무사령부 자리에서 미술인들과의 신년인사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 대통령을 초청하여 그 곳을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만들 것을 선포하면서 새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을 특수법인화하는 문제를 공론화하여 연내에 법안제출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임 김윤수 관장이 해임된 미술관의 관장 자리가 미술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후임 배순훈관장에게 넘겨진 것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였다.
기무사령부터 분관 건립사업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은 기관의 법인화 작업이 추진되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11월 24일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독립법인화에 대한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독립법인화 문제는 미술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에 비하여 재정적 안정성의 결여와 상업주의적 운영에 대한 염려, 그리고 직원들의 신분보장 문제 등의 부정적인 예측이 앞선 의견과 서로 대립하고 있다.
독립법인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지역미술관들과의 협력망 구축 사업이 함께 진행되어 왔다. 4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주관으로 전국 미술관장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각 시도의 지역 대표미술관 15 곳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도하는 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예정대로 독립법인화된다면 기관의 성격이 다른 각각의 미술관들이 과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며 운영상 국립기관의 성격이 희석된 국립현대미술관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립미술관들이나 사립미술관을 효과적으로 리드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된다.
중앙정부의 미술정책과 함께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결합된 지방자치단체의 미술정책도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상당액의 예산이 인프라스트럭쳐 확보에 배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사업계획서에서 ‘문화예술 진흥을 통한 삶의 질 선진화 및 국민문화향유권 신장’을 정책기조의 하나로 설정하였고 그러한 목표의 연장선상에서 ‘문화기반시설의 지속적 확충을 통한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하여 서울시립미술관 강북분관을 비롯하여 양주천경자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목포노적봉미술관, 남도전통미술관, 고흥군립천경자미술관, 신안김환기미술관, 영암망향미술관 등 주요 지방도시의 문화시설 확충에 31억여원을 지원하였다.
2009년에는 제주도립미술관과 포항시립미술관이 개관하였고 대구시립미술관도 이듬해로 예정된 개관을 위해 건립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포항시립미술관은 둘 다 지방자치단체의 미술관이라는 성격을 갖으면서도 건립과정에서 상반된 진행절차를 보여주었는데, 제주도립미술관의 경우에는 개관 직전까지 관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외부 기획자에 의존하여 개관기념전시를 치렀던 반면에 포항시립미술관은 개관을 1년 정도 앞두고 관장과 학예연구 인력을 선임하여 건립 단계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수정해가며 장기적인 계획 속의 준비를 비교적 잘 처리하였으며 개관 기념전도 관장과 학예실장을 포함한 내부 인력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치렀던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단에서 미술 공간을 확대하는 사업이 눈에 띠게 증가하였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독산동 인쇄공장터를 리모델링하여 금천예술공장이라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마련하였으며, 이어서 신당동 중앙시장을 개조한 신당 창작아케이드, 서교동 동사무소 자리를 개조한 서교예술실험센터 등의 공간을 작가들의 창작과 작품발표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였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공간이 증가하는 것에 대하여 미술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물리적인 공간의 증가에 머무는 수준이거나 공간의 명확한 목표설정과 기존의 공간과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참여 작가들에게 그저 1년간 공간을 내주고 관료주의적인 행동지침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속에서 서울문화재단은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창작 진흥과 문화향수를 위한 공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아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에도 선감도의 옛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미술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생산될 수 있는 경기창작센터를 10월 29일에 개관하였다. 경기문화재단 측에서는 기존의 창작공간들과 달리 그 규모를 대형화하고 정식 개관 이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시행착오를 수정하는 등의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창작센터는 국제 레지던시의 성격을 강화하여 외국으로부터 다수의 작가가 이곳에 참여하여 국내작가와의 교류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도록 하고 있어서 향후 경기창작센터의 운영에 기대를 거는 시선들이 많은 편이다.
인천시에서는 중구 해안동에 위치한 옛 창고 건물들을 개조하여 작가들의 창작 스튜디오로 만들고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을 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인천 아트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였다. 인천 아트 플랫폼은 기존의 레지던시 공간이 비교적 일률적인 크기의 공간으로 구성된 것에 비하여 대, 중, 소 크기의 다양한 공간을 조성하여 작가들의 작업 특성에 맞게 공간을 배분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작업을 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평론가와 전시기획자들도 함께 이 공간에 입주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2009년 6월 1일에는 문화예술위원회 소속으로 설치된 기존의 인사미술공간이 아르코미술관에 흡수 통합되는 형식으로 하나의 기관이 되었다. 이로써 인사미술공간에서 사용해오던 건물은 신진작가와 독립큐레이터들을 위한 기획전 전용공간으로 활용되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아르코미술관은 기존의 전시사업 이외에 신진작가 인큐베이팅과 국제교류 프로그램, 그리고 미술 아카이브의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되었다.
공공 영역에서의 미술문화 공간의 변화와 함께 민간 영역에서의 공간 변화도 생겨났다. 우선 두산연강재단에서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가 두산레지던시 뉴욕과 두산갤러리 뉴욕을 첼시 지역에 오픈하여 우리 예술가들의 국제적 진출에 교두보 노릇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로 비영리적 바탕에서 국제적인 작가지원과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의 제 1기 작가로는 국내에서 이형구, 최우람, 정수진이 선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1998년부터 일찍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내 미술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던 쌈지스페이스가 경영상의 이유로 4월에 문을 닫게 되어 미술계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6월에는 성보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호림박물관이 관악구 신림동 본관에 이어 강남구 신사동에 분관 겸 호림아트센터를 개관하였다.
2009년은 특히 1909년 창경궁에 문을 연 이왕직 박물관으로부터 시작하는 우리나라의 박물관 역사가 100년이 되는 해로서 이를 기념하는 전시와 관련된 행사가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개최되었다. 한국박물관협회와 한국박물관학회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박물관과 관련된 학회들을 모두 참가시키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우리 박물관의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의 100년에 대한 전망과 미군기지가 이전한 후 조성될 예정인 용산 뮤지엄 콤플렉스에 관한 문제 등을 토론하기도 하였다.
2009년의 미술시장은 전년의 후반기 침체가 이어지는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소위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를 선보이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블루닷아시아2009전』(6.20-6.2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처음으로 열렸는데 신장개업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첫 행사를 무사히 치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에 비하여 부산에서 열린 『제27회 화랑미술제』(3.19-3.23, 부산 벡스코)나 『제3회 아트 대구』(2.27-3.3 대구 엑스코), 『서울오픈아트페어』(4.15-4.29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가을에 열린『한국국제아트페어(KIAF)』 9.18-9.22 코엑스) 등의 행사는 모두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우리 화랑들의 외국 아트페어 참가도 저조한 편이어서 가을에 열린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나 파리의 국제현대미술시장인 피악(FIAC)의 경우에는 예년과 달리 한 화랑도 참여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화랑 밀집지역을 대표하는 두 곳에서 열린 인사미술제(11.18-24)와 청담미술제(11.26-12.5) 역시 두드러진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인사미술제는 ‘한국의 팝아트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15개 화랑이 한국적 팝에 대한 논의를 제기한 반면에 청담미술제는 23개의 국내 화랑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미국계 갤러리들이 동참하여 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한편, 서울 옥션을 통해 낙찰되었으며 2년 가까이 위작논쟁에 휩싸였던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는 마침내 법원에서 진품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진위 논쟁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앞으로 미술시장에서의 거래 투명성과 작품 진위 감정의 문제가 공론화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Making Worlds'를 주제로 열린 『2009베니스비엔날레』(6.7-11.22)에는 작가 양혜규가 참가하였으며 재미 작가 마이클 주의 동생인 주은지가 커미셔너로 활동하였다.
2009년 우리 미술계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는 원로 미술인들의 타계 소식과 미술품 로비 의혹사건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미술계의 개척자이며 초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하였던 석남 이경성 선생이 미국에서 별세하였고, 프랑스와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던 원로 여류화가 이성자 선생도 91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 밖에도 김점선, 신성희 화백이 지병으로 6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신성희 화백의 경우에는 작가 한순자와 함께 서울의 소마미술관에서 2인전을 개최하고 있던 도중인 10월 17일에 운명하여 미술계 사람들 뿐 아니라 관람객으로부터 안타깝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이 저무는 11월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미술품에 대한 정치적 로비 사건이 발생하였다. 국세청의 모 국장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를 통해 그림을 강매하였으며 그렇게 해서 13억원의 불법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 측의 주장이며 그 결과 당사자는 구속이 되었다. 그런데 이 국장이 다시 전 국세청장이 차장시절에 최욱경 화백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가지고 상사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을 폭로하여 미술품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면서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는데 최욱경 작품과 관련된 부분은 당사자가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못하였다.
2. 회화
2009년 우리 미술계의 시작은 2008년 말에 기획된 굵직한 전시가 이어지면서 시작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젊은 모색 2008 I AM AN ARTIST전>은 2008년 12월 5일에 개막하여 2009년 3월 8일까지 열렸다. 1981년 ‘청년작가전’에서 출발하여 2000년부터 ‘젊은 모색전’으로 이름을 바꾸며 격년제로 열려왔던 이 전시는 이전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외부 자문위원들에 의해 출품작가가 결정되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미술관 내부의 학예인력이 중심이 되어 작가를 선정한다는 점을 발전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2009년의 출품 작가들은 24세부터 38세 사이의 17명의 작가들로서 미술관 측에서는 “젊은모색전이 표피적인 대중주의와, 물질 가치 중심적인 미술시장에 함몰되어 질식하고 있는 예술의 다양성과 근원에 대한 사유, 작가의 역할과 자존심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2007년과 2008년 전반에 걸쳐 미술시장이 활황국면을 누리던 시기에 비하여 미술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앞 다투어 선점하려는 분위기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2009년에도 젊은 유망주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국군기무사령부 자리에서 열린『2009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7.29-8.23)는 아시아 7개국의 예비 작가 700여명이 출품한 가운데 2008년의 성공분위기를 이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국군기무사령부 터는 이어서 <플랫폼 2009-플랫폼 인 기무사전>(9.3-25)과 <신호탄-Beginning of New Era전>(10.20-12.6)의 무대로도 사용되었는데 아시아프전이 이곳에서 열린 것에 대해서는 국립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시장 성격의 행사에 분관설립 부지를 대여해준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2009재외한국청년미술제-U.S.B전>(11.5-12.6)은 한국인이라는 특성을 지니면서 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젊은 작가들은 국내에 소개하는 연속 기획전시의 하나로서 외국에서 활동하는 24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가하였다. 그리고 지난 5년 간 세오갤러리에서 주최한 세오 영 아티스트 공모에 선정되어 초대전을 가졌던 영 아티스트들과 세오갤러리가 기획한 그룹전에 초대되었던 작가 가운데 젊은 작가 일곱 명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세오 홈커밍전:Heropia 히어로피아전>(1.13-2.26)은 지난 5년간 세오갤러리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온 결과로 이 사업을 거쳐 간 젊은 작가들이 국내외 미술계에서 어떻게 약진하고 있는가를 중간 정리하는 성격을 가진 전시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밖에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돋보인 전시로는 <내일을 향해 쏴라!2전>(1.21-2.20, 대안공간 충정각), 한지에 수묵을 사용하여 정적이 깃든 밤풍경을 표현한 <이채영전>(6.4-6.27,신한갤러리), 의자를 모티브로 화려하고 섬세한 회화와 설치 등을 선보인 <손진아전>(6.17-6.29, 갤러리아트싸이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모임이나 행렬처럼 드러나는 움직임을 부감법적이고 파노라마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들을 보여주는 <민재영전>(9.16-9.27, 쌈지갤러리), 한 세대 이전의 우리 역사에서 기억되는 중요한 사건들과 장면들을 바탕으로 관람자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담긴 풍경들을 사실적이면서 감상적으로 보여주는 <정재호전>(10.6-10.25 갤러리현대 강남), 일상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는 작품을 보여준 <공성훈전>(6.10-6.27, 아트포럼뉴게이트), 녹색 톤의 천과 흰색의 실을 자르고 붙이고 잡아당기면서 생성되는 가상의 생명체를 그려내는 <송명진전>(3.5-4.5, 성곡미술관),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민정연의 첫 개인전인 <불안정한 아름다움전>(11.10-12.6, 공근혜갤러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는 아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아시아 미술의 미래와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 봄으로써, 현대미술에서 아시아 미술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격년제 현대미술 프로젝트로서 2009년에 4회째를 맞이하였다. 이번 전시는 동경(Mori Art Museum), 북경(Today Art Museum), 이스탄불(Istanbul Modern), 서울(Seoul Museum of Art) 등 4개 도시의 주요 현대미술관들이 참여하여 아시아 주요 도시에 위치한 현대미술관들의 네트웍을 구성하였는데, 각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동시대 지역의 사회문화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와 그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정하고, 선정된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 지역의 정체성과 동시대 미술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도 2008년 말부터 <한국근대미술 걸작전:근대를 묻다>(2008.12.23-3.22)가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의 건국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한국근대미술 걸작전은 한국근대미술을 이끌었던 100명의 거장들의 작품 230여점을 선보였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격동의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근대인들의 삶과 꿈이 어린것으로, 오늘의 우리미술의 지형을 이루는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는 이 외에도 <한국근대서화의 재발견전>(1.7-1.24, 학고재),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인 <여민해락전>(9.28-11.8,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었는데, <한국근대서화의 재발견전>은 근대서화 명작 120여 점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평가가 소홀했던 우리나라 근대기의 변혁 속에서 전통회화의 멋과 맛을 소개함으로써 한국미술사를 새롭게 조망하였다. <여민해락전>은 제목 그대로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고자 왕실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을 개방하였던 순종 황제의 뜻을 이어받은 전시로서 국보 19건 40점 등 150여점의 유물선보였는데, 무엇보다도 일본 천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조선의 화가 안견(安堅)이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린 산수화 <몽유도원도>가 13년 만에 다시 전시되었다. <몽유도원도>는 열흘간 한정적으로 대여전시되면서 이 작품을 보기 위하여 관람객들이 6시간 정도 줄을 서서 대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였으며 마지막 날에는 박물관 정규 폐관시간을 넘겨 밤 12시까지 관람시간을 연장하기도 하였다.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전으로는 정종미의 <역사 속의 종이부인전>(2.6-3.1, 금호미술관)과 <나형민_nowhere전>(2.18-3.1, 갤러리쌈지)을 들 수 있는데 정종미는 우리 역사의 가부장적인 질곡을 극복하고 뚜렷한 자취를 남긴 여성들을 화면에 도입하고 그들에게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한지로 만든 옷을 입혀 형식적으로는 입체적 회화성을 보여주면서 주제면에 있어서는 현대사회에서의 여성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전시를 선보였다. 나형민은 황토색조의 도시풍경과 코발트색 하늘이 대조되는 특이한 화면을 구성하여 산수화가 단순히 산수자연을 재현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인의 산수자연에 대한 귀의를 대신한 와유(臥遊)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도시화(都市化)를 통해 건설된 공간 역시 현실 공간에 지상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화의 현대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전시로는 <유근택_만유사생(萬有寫生)전>(11.4-11.29 사비나미술관)과 한지에 대한 극명한 인식과 그를 통해 구현되는 질료에 대한 관조와 투명한 깊이의 표현을 시도하는 <송수련전>(4.9-4.19 금호미술관) 등이 좋은 평판을 얻었다.
간송미술관에서 겸재서거 25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겸재화파의 전시회인 <겸재서거 250주년기념 겸재화파전>(5.17-5.31)도 주목할 만하였다. 간송미술관은 겸재 서거 250주년을 계기로 김홍도, 신윤복, 심사정, 이인상 등을 포함한 소위 ‘겸재화파’전을 개최하여 관람객들이 정선의 대표작을 거의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제공하였다. 겸재 정선의 서거 250주기를 기념하는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겸재 정선,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9.8 - 11.22)라는 제목으로 개최되기도 하였다.
2009년 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앙 램프코어에 영구 설치되어 있는, 우리나라 출신으로 세계미술계에서 이름을 떨친 고 백남준 화백의 작품과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견작가 강익중의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멀티플 다이알로그∞전> (2009.2.6-2010.2.7)이 국립현대미술관 램프코어 현장에서 열렸다. <멀티플 다이알로그∞전>은 지난 1994년 미국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챔피언 분관에서 역시 백남준과 강익중의 2인전 형식으로 열렸던 <멀티플/다이얼로그전>의 후속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전시에서 강익중은 한 변의 길이가 3인치인 작은 사각형 작품 6만 여개를 나선형의 램프 통로를 따라 벽에 부착하여 중앙에 서있는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多多益善)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2009년에도 외국 유명미술관의 소장품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블록버스터 형식의 전시가 이어졌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아트를 찾아서전>(2.2-5.15)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세기말 빈 분리파라는 반(反)아카데미 운동을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비엔나의 벨베데레 미술관을 주축으로 하여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클림트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기회를 가졌는데 클림트의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작품들과 예술과 일상의 통합을 추구한 토탈 아트 작품들을 선보여 29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였다.
경기도 고양시의 아람미술관에서는 영국의 애슈몰린 미술관에서 온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전>(1.5-3.25)이 열렸는데 애슈몰린 박물관의 피사로 컬렉션은 인상주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컬렉션으로, 단일 작가를 집중해서 다룬 것으로는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와르전>(5.28-9.13)이 열렸으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피카소까지-필라델피아미술관전>(12.16-2010.1.14)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소장된 25만점의 작품들 가운데 선정된 96점의 인상파, 야수주의 및 입체파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외국의 유명 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콜럼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풍만한 인물을 보여주는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전시한 <페르난도 보테로전>(6.30-9.17)과 <인도현대미술전-세번째 눈을 떠라전>(4.17-6.7)을 개최하여 유럽과 북미에 편중된 미술 전시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균형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서울대학교미술관 MoA에서 열린 <체코현대미술전-할루페츠키상 수상 젊은 작가들전>(2.25-5.24)도 체코공화국의 유망한 젊은 작가 9명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체코의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외국의 현대작가 전시로는 영국 yBa의 산파 역할을 한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스마트한 라인과 화려한 색채로 팝아트 계열의 작품을 보여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전시회(2.23-3.31)가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렸으며 윌렘 드쿠닝, 잭슨 폴록 등 미국 추상표현주의 1세대 작가들과 나란히 활동했던 <조안 미첼전>(10.22-11.22)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밖에도 둥근 머리와 간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전신상 속에 뉴미디어시대의 인간의 이미지를 특징적으로 표현한 <줄리안 오피전>(4.29-5.31, 국제갤러리), 프랑스 추상회화의 거장<장 미요트전>(7.17-8.30, 성곡미술관), 빠른 붓터치로 추상작업을 구사하는 <베르나르 프리츠전>(3.4-4.26, 학고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화가 겸 건축가로서 자연주의 혹은 생태주의적 조형을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진 <훈데르트 바써전>(4.10-6.13, 디갤러리), 일본 특유의 만화적 특성을 보이면서 네오팝 계열의 작품을 선보인 <가와시마 히데아키전>(2.26-3.29, 국제갤러리)과 꽃을 소재로 감각적인 설치와 회화를 보여준 <오마키 신지전>(9.3-9.24, 갤러리선컨템포러리), 그리고 앤디워홀을 비롯하여 시그마 폴케, 네오 라우흐, 마크 퀸, 데미언 허스트, 키스 해링 등외국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었던 <아라리오 20주년 소장품전>(11.10-2010.1.10, 아라리오 서울),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작가들로만 구성된 영국현대미술전인 <런던콜링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전>(6.10-7.22, 토탈미술관), 대안공간루프와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일본현대미술전, The Next of Japan>(5.14-6.25) 등을 주목할 만하다.
중견작가들의 작품전도 주목할 만한데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서용선의 <올해의 작가 2009 서용선전>(7.3-9.20)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직을 사직하고 오직 작업에만 몰두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드러나는 의욕적인 전시였다. 우리 전통의 오방색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윤곽선을 구사하며 표현주의적 작품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2008년 미국 산타페비엔날레에 참가하고 돌아온 홍순명이 귀국보고전 형식으로 준비한 <사이드스케이프전>(2.17-3.15, 쌈지스페이스), 회화뿐 아니라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실험 작업을 해왔으며 우리에게 모노톤의 빠른 붓터치로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제공해 온 이강소가 20년의 화업을 정리한 <이강소 1989-2009전>(9.8-9.27, 갤러리현대), 한국화 훈련을 기초로 한국적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청색과 핑크색 등의 모노톤으로 대형 화면을 구사하는 <석철주_신몽유도원전>(7.15-8.20, 학고재), 대형 캔버스에 색채 추상작업을 통해 서예적인 기운생동감과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 온 <노정란전>(11.3-12.4, 표갤러리), 미술사 속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서 인용한 다양한 오브제를 실험한 <한만영전>(10.7-10.24 노화랑), 극사실적인 인물을 대형화면에 담고 눈동자를 강조하여 관람객의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을 선보인 <강형구전>(4.21-5.1, 아라리오 서울), 참을성 있게 화면을 마주하여 일상의 이미지들을 세밀한 묘사로 담아온 김홍주의 <시공간의 빗장풀기>(10.31-12.2, 아르코미술관), 새로운 질료의실험을 선보이는 화면을 보여주는 <김종학_Image et Mmoire>(11.13-12.6, 가나아트센터), 시원한 붓터치로 대상의 특징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최진욱_임시정부전>(10.20-11.15, 갤러리로얄) 등이 눈에 띤다.
원로작가와 작고작가의 회고전 가운데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에 있어 저평가 되었거나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작가의 예술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첫 번째 전시로 기획한 <이병용 유작전>(9.11-10.25),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C에서 ‘한국 근현대 작가 재탐색’ 시리즈의 두 번째 작가로, 한국 근현대 미술의 기틀 마련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타계한 근대 서양화가 박영선(1910-1994) 화백을 기리는 <박영선을 추모하다전>(1.8-2.28), 서울대학교미술관 MoA에서는 소박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듯한 장욱진의 작품을 전시한 <장욱진전>(12.10-2010.2.21), 일본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로 활동해오면서 80년대 초부터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던 <곽인식전>(3.24-4.21, 아틀리에705),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에서 열린 <문신 미공개 펜 드로잉전>(1.30-3.15),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인두의 20주기 추모전인 <오색동행(五色同行)전>(8.5-8.17),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이우환전>(8.28-10.9),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정상화전>(11.17-12.6), 토속적 색채와 단순화된 윤곽선으로 한국 교유의 정서와 순수성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 <이만익전>(12.3-20, 갤러리현대 강남), 효성여대 미대학장을 역임하였으며 영남화단을 이끌어 온 김종복의 화업 60년을 결산하는 <김종복전>(9.9-10.7, 대구 이안갤러리) 등이 개최되었다.
미술계의 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외국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와 함께 우리 작가들이 해외에서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는 기회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40주년 기념 순화전의 보고전 형식으로 열린 <박하사탕-한국현대미술 중남미순회전 보고전>(10.21-2010.2.25)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린 <조우: 더블린, 리스본, 홍콩 그리고 서울:2009 현대미술국제교류전>(1.7-1.21)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했던 전시의 귀국보고전 형식으로 개최되어 우리 현대미술의 해외진출 성과를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작은 큐브를 한지로 싸서 시간과 공간을 집적한 조형적 독창성을 화면 가득히 펼쳐 보이는 작품을 구사하는 전광영의 전시가 미국의 와이오밍대학 미술관(9.12-12.23)에서 열렸으며, 흐르는 듯한 선과 색채의 조화와 동양화적인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두식전>(9.6-10.9)이 갤러리아트싸이드 베이징에서 열렸다.
3. 조각
2009년 한국의 조각은 이전에 비하여 대체로 큰 변화나 부침이 없는 상황 속에서 작가들의 활동이 이어졌다. 회화 장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전시의 양이 적었지만 그러한 가운데에도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보여준 개인과 단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조각 분야의 유망주들을 꾸준하게 길러 온 의 경우처럼 한국 조각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양을 장기적으로 제공해 온 행사에 대해서는 미술인들의 격려와 감사가 전해져야 할 것이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은 9월 22일 스무 번째 시상식을 갖고 기성부 대상에 이철희, 신인부에 정의지를 수상작가로 포상하였다. 이 밖에도 오랜 기간 동안 조각 분야의 수상제도를 시행해 온 기관으로는 1987년부터 ‘김세중조각상’을 시상해 온 재단법인 김세중기념사업회, 1990년부터 여성 조각가들에게 시상하는 ‘석주미술상’을 제정한 석주문화재단, 1995년부터 ‘모란조각대상전’을 시행해 온 모란미술관과 1990년부터 ‘김종영미술상’을 시행해 온 우성김종영미술사업회 등이 있다.
2009년부터 프라임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을 제정하여 젊은 작가 1인과 평론가 1인에게 상을 주기 시작하였는데 그 첫해의 수상자로 조각가 정현이 결정되어 시상식을 가졌으며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포스코청암재단이 철과 스테인리스를 주제로 한 미술작업을 대상으로 우수 작가를 선정하는 '포스코스틸아트 어워드' 대상 수상작에는 이병훈(38)의 <이미지를 쏘는 화포 1ㆍ2>가 당선되었다.
오늘날 조각과 설치나 사진 등의 인접 장르 사이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조각이나 소조보다는 복합적인 표현이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록 전통적인 형식의 조각은 활성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좀 더 확장된 의미에서의 조각 분야의 활동은 인접 장르와의 융합을 통하여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평창동 스페이스 크로프트에서 열린 <유비호_Flexible Landscape전>(1.30-2.15),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함경아_욕망과 마취전>(8.22-10.25), 몽인아트센터에서 열린 <지니서_End of the Rainbow전>(5.21-6.19), 변화와 움직임을 통해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개념과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오유경_날아다니는 꿈전>(12.18-27, 노암갤러리) 등은 한국 현대조각의 확장된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료면에 있어서 점차 무겁지 않은 재료, 자연 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마련하여야 하며 연마 시간이 긴 재료보다 단시간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디지털 가공이 용이하며 장르간의 통섭과 융합이 가능한 자료가 선호되면서 조각예술 전체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심정수의 40년 작업을 종합하여 보여주는 <심정수전>(2008.11.21-1.25, 일민미술관), 돈키호테 시리즈에서 출발하여 동물과 인물 등의 형상을 바탕으로 중후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구사하는 <성동훈_머릿속의 유목민전>(3.25-5.10, 사비나미술관),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정현_From Material to Life전>(2.13-2.20),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로서 40년 이상 금속의 물질성을 탐구하며 깎고 용접하는 장인적 노력을 보여준 <엄태정_쇠, 그 부름과 일전>(성곡미술관 5.20-6.28) 등은 전통 조각의 재료의 물성을 파악하고 매스의 양감과 볼륨에 충실하며 작가의 노동이 작품 속에 진실하게 반영된 사례로서 관심을 끌 수 있었다.
2009년 조각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던 전시들 가운데에는 2006년 제9회 김종영 미술상을 받은 <박선기전>(2008.12.15-2.1, 김종영미술관), 우리 전통의 가위를 재료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 <이영학전>(2.5-2.22, 두가헌), 사실주의적인 누드 인물을 표현하는 <최수앙_ The Persuit전>(2.13-28, 덕원갤러리),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여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출퇴근길을 오가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표현하는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유머와 풍자로 풀어내는 조각 작품을 보여준 <정국택전>(3.3-3.27, 크링),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고립감과 소외감을 표현하며 관람객들이 익숙하게 보아 온 대상의 이미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이환권전>(6.25-7.17, 카이스갤러리), 비누를 원료로 도자기와 같은 골동품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면서 소멸의 시간성을 보여주는 <신미경_트랜슬레이션전>(11.19-12.19, 국제갤러리), <월인천강지곡>을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하여 미술관 입구와 실내의 중앙 공간에 작품을 설치한 전수천의 <전수천_新월인천강지곡전>(10.16-12.12, 서울대미술관 MoA), 회화, 조각,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실재와 환영을 인식함에 있어서 불완전과 모호함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보여준 <유현미전>(11.19-20010.1.17, 몽인아트센터) 등을 들 수 있다.
주제를 설정한 단체전 성격의 전시로는 조각의 전통적 개념이면서 핵심적 개념이기도 한 양감을 결여한 조각, 가급적 실체감과 물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조각을 통해서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그 범주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드로잉 조각: 공중누각전>( 7.9-8.30, 소마미술관), 관람자의 개입에 의하여 작품에 운동성과 반응이 유발되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반응하는 조각전>(10.10-12.10, 모란미술관) 조각적인 것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속성을 지닌 조각과 설치에 집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전>(11.28-2010.2.1 서울시립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의 두 번째 기획전인 <수퍼하이웨이 첫 휴게소전>(3.7-5.16),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작가 30명에 미술관이 위치한 동숭동 대학로의 장소성의 추억하는 형식의 오브제 설치 작업을 가지고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 <대학로 100번지전>(5.21-7.5)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대표 작가로 참가한 양혜규가 선보인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블라인드 룸>과 같은 작품들 역시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작품으로서 조각의 개념을 확대시키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열린 <건축 도자전 Now & New전>(9.5-2010.3.7) 역시 조각 작품일 수도 있고 건축적 구조물이거나 도자 작품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전시 역시 확대된 의미의 조각적 설치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각 작가들의 외국 전시도 적지 않게 열렸는데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정현_From Material to Life전>(2.13-20), 북경의 미술특구 798 내에 있는 창아트와 워터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박성태_인드라의 그물:존재와 신화전>, 그리고 미국 서부의 LA 카운티미술관에서 텍사스의 휴스턴미술관으로 순회 전시된 <당신의 밝은 미래:한국현대미술 12인전>에 출품한 서도호, 전준호, 최정화의 작품 등을 들 수 있다.
외국 작가의 조각 작품이 소개되는 전시도 적지 않게 열렸는데 그 가운데 마치 연극 무대 공간처럼 설정된 전시 공간에서 5명의 작가의 작품을 연극적으로 보여주는 <북유럽 작가 5인전>(국제갤러리>(7.23-8.23), 2001년 터너상 수상자로서 미니멀한 설치에서부터 조각, 드로잉, 사운드, 필림 등의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는 <마틴 크리드전>(10.21-2010.2.15)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마틴 크리드는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개념 미술가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개인전이었는데 이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작가만의 치밀한 구성법으로 반복적인 일상의 삶이 예술과 하나가 되는 작업을 선보였다.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벨기에 작가 <로랑스 데브로전>(1.10-3.1)에서는 인체를 물질로 환원하여 유리용기 속에 붉은 색 액체를 담은 유리조형 작품들이 선보였으며 두산갤러리에서는 중국의 뉴에이지 작가 <치우 샤오페이_보이지 않는 여행전>(2.12-3.12)이 열렸다. 작가 치우 샤오페이는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 중 한명으로 인도주의적인 관점을 대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것들로 일상에 존재하지만 때때로 그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현대 조각과 함께 한국 전통미술 속에서 드러나는 전통조각의 미를 탐구하는 전시회도 개최되었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원한 생명의 울림-통일신라 조각전>(2008.12.16-3.1)은 한국 조각계의 관심이 현대성과 국제성을 추구하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들어 준 전시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이집트 문명전:파라오와 미라전>(4.28-8.30)을 개최하여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고대 이집트 조각을 가까이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조각 분야에서의 의미 있는 회고전도 열렸다. 한국 근대 조각의 거장인 권진규의 일본 유학시기부터 말년에 이르는 작품을 선보인 회고전으로서, 일본에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과 권진규가 수학했던 무사시노미술대학의 공동기획전 형식으로 개최되었던 전시를 한국으로 연장시킨 <권진규전>(12.22-2010.2.28)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었으며 작고 조각가 민복진의 화집 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전(9.25-10.15)이 선화랑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조각은 그 장르의 성격상 미술관 실내 공간에서 전시되는 것과 함께 야외 공간에서 선보이는 방법도 다른 장르의 미술품에 비하여 효과적인 전시방법일 수 있다. <2009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관하여 서울부터 제주까지 21개 지역의 공간에 미술품 장식을 통하여 생활공간을 공공미술이 개입하는 예술적 공간으로 바꾸어 주민들의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을 북돋는 사업이었는데, 이 사업을 통하여 많은 조각가들이 공원이나 산책로 등의 지역의 공공 공간에 자신들의 작품을 설치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10월 9일에는 새로 단장한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에게 개장되었는데 김영원 홍익대교수가 제작한 높이 6미터가 넘고 무게가 20톤을 육박하는 세종대왕상이 광장에 새롭게 설치되었다.
4.공예
2009년 공예부분의 작품 활동과 행사 내용은 비엔날레나 공예를 테마로 하는 대형 전시장에서의 프로젝트성 행사들이 많이 개최됨으로써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풍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술 전반에 대한 침체된 분위기와 신종 플루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행사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전개된 이러한 활동들이 행사규모에 맞는 컨텐츠로 충분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 등 3개 지역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도자비엔날레』(4.25-5.24)는 ‘불의 모험’이라는 주제 아래 본전시 및 분원백자 학술세미나, 국제도자 워크숍,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세계 70여 개국에서 1726명의 작가가 3196점의 작품을 가지고 참가한 세계적인 공모전, 그리고 전세계 유명 도예인, 전문가 400여명이 참여한 학술회의 등 도자의 가치를 문화·예술 산업적 측면에서 조명해보는 테마를 제시하고 급격히 변화하는 국내외 도자 문화 산업계에서 차세대 도예산업을 선도하는 도예 경영인 양성을 목표로 도예인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도자예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된 행사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미술관에서는 흙과 점토의 조형적 표현 가능성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작품들을 가지고 <현대조형 도자전:세라믹스&클라이맥스전>(4.27-7.5)이라는 전시를 조직함으로써 현대미술에서 공예장르가 회화나 조각과 나란히 공공미술관의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경기도미술관은 매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전시를 기획해왔는데 경기도의 대표적 문화 전통인 도예가 현대로 전승, 특화된 측면을 조명하며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경기도의 여러 도시들의 문화지형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기획의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에서는 이 도자전에 이어서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전>(7.23-10.4)을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이 전시 역시 우리 사회에서의 미술과 패션, 혹은 미술과 섬유예술 사이의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로서 미술과 공예의 예술적 인터페이스 뿐 아니라 환경문제도 함께 포함하는 주제를 다룬 전시로서 이채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소위 순수미술 중심으로 컨텐츠를 구성하는 공공미술관에서 공예분야로까지 전시 장르를 확산하려는 시도는 현대미술에서의 장르간의 경계가 해체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하는 경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에는 ‘만남을 찾아서’를 주제로 『2009청주공예비엔날레』(9.23-11.1)가 개최되었는데 53개국에서 3000명이 넘는 작가가 참가하여 동시대 공예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술로서의 공예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본전시 이외에도 아트 페어, 교육프로그램, 시민참여프로젝트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이를 통해 공예개념의 재구조화와 공예를 둘러싼 환경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발전의 모색을 꾀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인공의 지평>, <오브제, 그 이후>, <프로젝트, 생활세계 속으로> 등 3부로 구성된 본전시는 사용가치와 미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전통공예가 현대사회의 맥락에서 어떻게 생활 속에 접목될 수 있는가를 묻는 기회를 가졌다.
2009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장르적 특성을 재해석하여 행사의 내용을 비엔날레의 성격과 아트마켓 형식을 융합하여 크래프트 페어와의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 구성, 현대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전통공예전을 배제하는 등의 획기적인 변혁을 시도하였는데, 행사의 준비 과정에서 예술감독과 공예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사이에 공예의 개념과 참가 범위 등에 관한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이 빚어져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행정당국자인 사무총장이 퇴진하는 진통을 겪기도 하였다.
광주비엔날레 현장에서는 비엔날레가 열리는 짝수 해를 피하여 홀수 해에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세 번째로 열린『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9.18-11.4)에서는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규모로 공예와 디자인 장르간의 융합이 벌어지는 장을 펼쳤다.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한 나라의 문화가 총체적 삶의 관점에서 우리 삶의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필요한 양질의 시각적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삶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개선한다는 공예와 디자인 본연의 목적을 구현할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특성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인간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중심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는 총체적 삶으로서의 디자인의 관점에서 한국 문화 속의 다양한 콘텐츠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나아가 그러한 콘텐츠는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문화의 ‘실마리(clue)'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에서 주제어로 설정되었다. 그리고 이 실마리는 단순히 디자인 콘텐츠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시각적 영역을 넘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삶의 질과 연계된 보다 미래지향적인 산업의 발전의 단계까지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는 두 번째 행사인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10.9-10.29)가 잠실종합운동장과 시청앞 광장, 한강변, 홍대 앞과 신사동 가로수 길 등 서울 시내 여러 곳에서 열려서 디자인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i-Design,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라는 주제로 컨퍼런스, 전시회, 공모전, 페스티벌 등 생활 속 디자인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시민들에게 다양하게 선보였다.
세계 디자인 수도의 첫 공식 지정도시로서 그 위상에 맞는 국제 디자인 행사로서 열린 서울디자인 올림픽은 2010 세계디자인수도(WDC) 지정을 계기로 서울시가 세계디자인, 문화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 해 마련한 세계인의 디자인 문화 종합 축제이며 이번 행사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도심 곳곳에서 더욱 찬란한 디자인의 꽃들이 피어나, 그 디자인을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발전을 유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행사 주최측의 능력에 비하여 행사 장소를 지나치게 확대시킴으로써 행사의 내용의 전달되는데 밀도와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으며 행사의 명칭에서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게 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올림픽 관련 기관으로부터 명칭변경을 강력하게 요구받기도 하였다.
대구에서는 ‘섬유의 원형(Fabric Arche)'이라는 주제 아래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2009 대구텍스타일아트도큐멘타>(11.8-11.29)가 열렸다. 이 행사 역시 텍스타일아트, 패션디자인 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장르를 함께 참여시킴으로써 이러한 장르간의 공통적인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였으며 패브릭아트라는 좁은 틀을 넘어서서 조형예술의 근본을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김해에 있는 클레이아크미술관은 (9.5-2010. 3.7)을 개최하였다. 원래 생활도예의 좁은 영역으로부터 도예 장르를 해방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클레이아크미술관 답게 이 전시를 통하여 미술관에서는 현대건축도자의 현황과 위상을 점검하고 향후 그 발전 가능성을 조망한다는 의미로 전시를 기획하였는데, 행사는 창작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건축도자-예술>, 건축도자 부분의 산업체에서 생산한 건축 내장재 인테리어 제품과 도자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건축도자-디자인>, 그리고 친환경 최첨단 건축 외장재로 구성된 <건축도자-도시> 등 3부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이 행사는 도예부분의 작가, 큐레이터 뿐 아니라 공간연출가나 타 장르의 예술 관련자 및 도예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참여를 유도하여 공예와 타장르 예술과의 적극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예술과 관련 산업이 우리사회에 함께 기여할 가능성을 모색한 전시라는 평을 받았다.
이와 같은 대형 행사 이외에도 공예전문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치우금속공예관에서 열린 <오디세이아-컨템포러리 크래프트와 드로잉전>(5.15-6.13), <크라프트 드림 2009전>(10.9-11.7) 등은 작품의 완성과 오브제에 대한 관심보다 기획 의도나 작품 제작과정의 사유체계 등을 조명한다든지, 혹은 젊은 공예작가들의 가능성을 적극 발굴하여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미술관MoA에서는 <말하는 손-현대금속공예의 세계전>(6.3-6.20)이 열렸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19명의 유럽 및 미주의 작가들과 서울금공예회가 장신구, 실용기물, 조각품 등 200여점의 작품전시 및 학술행사를 갖는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서울금공예회가 1983년에 창립한 이래 2년마다 정기회원전을 개최하고 특강, 워크숍의 학술행사를 통해 현대금속공예의 대중적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활동의 맥락 속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말하는 손- 현대금속공예 세계>전은 과거로부터 공예가 특수하게 유지하고 있는 수작업의 특징과 공예를 현대 미술의 문맥 속에서 작가의 발언을 위한 표현매체로 활용하고 또 하나의 특징이 합쳐진, 현대 금속공예의 다면적 모습을 총체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전시기간 중 개최된 학술행사는 세계적인 공예저술가, 작가인 브루스 메트케프(Bruce Metcalf 미국), 루돌프 봇(Rudolf Bot 독일)의 초청 강연이 있었는데 강연자들은 강연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서 공예의 의미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논의함으로써, 공예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 공예의 가능성에 대한 모색과 대중적 이해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대형전시 프로젝트, 워크숍, 강연, 포럼 등과 함께 주목할 만한 소규모 전시나 개인들의 전시활동도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도예분야에서는 <이정섭과 친구들 part1. 신동원전>(내촌목공소), <조영국전>(통인화랑 3.11-3.17), <이지혜전>(인사아트센터 6.3-6.9), <민영기 찻사발전>(부산시립미술관 9.5-11.22), <김미경전>(한국공예문화진흥원 9.23-9.29), <고경욱전>(스페이스15번지 10.30-11.14), <양명심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1.2-11.6), 예술원 회원이며 원로 도예가인 권순형의 50년 작업을 결산하는 <도예 50년의 여정전>( 1.3-1.31, 서울대미술관MoA), <최정윤전>(11.11-11.17, 갤러리아트싸이드)등을 들 수 있다.
금속공예 분야에서는 <박성숙전>(3.20-3.29, 갤러리담), <국제현대장신구전>(4.14-4.28, 갤러리아트링크), <한국의 금속미술-두드리고 다듬다전>(5.19-7.24, 이화여대박물관), <금속공예-전통과 현대의 만남전>(9.22-10.18, 국립청주공예박물관), <고욱전>(10.14-10.23, crafts아원), <신혜림 장신구전_마음의 지도>(11.11-11.17, 가나아트스페이스) 등을 들 수 있고 섬유예술 분야에서는 <김혜란_바늘땀:여성, 치유, 생태전>(3.25-4.3, 한전프라자갤러리 ), 유리공예 분야에서는 <이후창_상실의 시대:타자의시선전>(4.22-4.28, 가나아트스페이스), <한․중․일유리예술교류전>(4.30-5.30, 갤러리스클로), <이상민전_공시성의 풍경전>(6.6-6.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허혜욱전>(7.8-7.14, 갤러리소나무), (7.14-8.16, 목금토갤러리) 등이 열렸다.
두 가지 이상의 공예분야가 함께 선보이는 전시들도 열렸는데 그 가운데 류수현과 주소원이 가구와 금속공예를 협업 전시한 (4.28-5.12, 갤러리로얄), 김태환이 기획한 <기억의 방식전>(7.8-7.14,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조각 분야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된 (7.17-8.8, 아트컴패니 에이치) 등을 들 수 있다.
외국작가의 한국 전시로는 <피엣 스톡만전>(5.7-5.17, 통인옥션갤러리), 생동하는 다양한 이미지의 형상들을 오롯이 수백 수천의 날실과 씨실로 일일이 손으로 짜 넣으며 만들어낸 색감과 형상을 회화적 사실성으로 표현한 <존 에릭 리스 태피스트리전>(6.15-8.14, 숙명여대박물관), 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 겸 건축가인 장 프루베의 <20세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중심, 장 프루베 회고전>(9.18-11.29, 대림미술관), 유리재료의 특성을 잘 응용하여 미술장르의 작품으로 확대시키는데 성공한 <데일 치울리전>(9.1-10.31,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갤러리) 등이 있었다.

-2010 문예연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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