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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문화강국으로 가자 ③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자

편집부

中 자국미술 싹쓸이 `피카소 급`으로 값올려… 韓은 국내거장 외면


◆ 新 문화강국으로 가자 ③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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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대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 '상을 타려거든 조각을 하고, 밥을 굶으려면 서양화를 하고, 돈을 벌려거든 동양화(한국화)를 하라.' 당시 동양화 즉 전통 수묵화가 얼마나 인기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유행어는 1980년대 말부터 순서가 뒤바뀌었다. '밥을 굶으려면 동양화를 하고, 돈을 벌려거든 서양화를 하라'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아파트로 생활 구조가 바뀌고 해외 유학과 여행이 붐을 이루면서 우리 문화의 근간이던 동양화 인기는 푹 꺼졌다. 한국 근대 화단을 점령했던 청전 이상범, 변관식, 허백련, 노수현 작품도 곤두박질쳤다. 


1980년대 청전의 말년 작품은 전지(130×60㎝)가 1억원이 넘었는데 최근에는 5000만~60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물가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반토막이 아니라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다. 이상범과 변관식 경매 최고가는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중국은 어떨까. 이들과 같은 시기 생존하고 활동했던 치바이스(齊白石ㆍ1864~1957)와 장다첸(張大千)의 작품 가격을 알면 아마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치바이스의 수묵화 `송백고립도`는 2011년 5월 중국 가디언 경매에서 무려 6553만달러(당시 환율 718억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한 두 국가의 대표 서양화가 작품값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자오우지의 최고가는 1471만달러며 주더췬과 창위도 각각 911만달러, 1649만달러다. 1950~1970년대 파리 화단에서 중국 작가보다 더 잘나가면 잘나갔지 뒤지지 않았던 남관과 이응노 작품은 1억6000만원과 7200만원이라는 최고가를 보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 작가들의 가격도 중국 작품값의 최소 100분의 1이라는 불문율이 작용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예술성과 국력, 취향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갑부들이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앞세워 자국 미술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김태호 홍익대 교수는 '중국 정부나 부자들은 일부러 자국 그림을 사준다. 외국에서 전시를 해도 화교들이 그림을 사준다'고 말했다. 중국 갑부들이 움직여주니 전 세계 큰손들도 자연스럽게 중국 미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중국 미술 붐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4년째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미술 경매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년 전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았던 중국 근현대 작가들이 지금은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 부럽지 않은 거장이 됐다. 


한국은 중국과 정반대다. 한국 작품을 사주기는커녕 한국 작품을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한국 컬렉터들은 남관보다는 자오우지 그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요즘 그들이 묻는 게 외국에서 유행하는 그림이 뭐냐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경과 시대,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하는 것이면 뭐든지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우리나라 작가들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동남아조차도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대한민국 메이저 화랑과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만 보더라도 한국 미술보다는 전 세계 곳곳의 `핫`한 미술을 소개하기 바쁘다. 우리 작가를 도외시하고 외국 미술에 쏠려 있는 미술판은 문화 사대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환호하는 중국인들도 정작 한국 그림은 외면한다. 대중문화가 이끄는 한류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철학, 정신적 뿌리가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미술 분야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에 어필해야 진정한 문화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옥션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이 추정가 7억5000만원에 나왔다가 유찰됐다. 미술 애호가 A씨는 '중국 같으면 10억원인들 사지 않았겠어요. 100억원이라도 사지. 이게 다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라며 핏대를 올렸다.

 원로 화백 박대성은 '우리 것을 무시하고 외국 미술만 좋다고 하는 것은 밖에서 볼 때는 자존심도 없는 나라인 것'이라며 '스스로 우리만의 가치를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독립된 근대미술관마저 없는 형편이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도 '우리는 스스로 안목을 갖고 우리 작가들을 키우는 자생력이 약하다'며 '정부와 기업, 미술계가 합심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이향휘 기자 / 전지현 기자 /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2014-04-1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568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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