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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문화강국으로 가자 ② 문화 기초체력 기르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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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5만명인 전남 광양시에 사는 회사원 정 모씨는 최근 몇년간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광양에 영화관이 없기 때문이다. 전주에 사는 의사 신 모씨는 클래식 마니아다. 그는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 서울에 올라온다. 전주에선 큰 공연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예술단체들의 참여가 늘고 국민의 반응도 좋아지고 있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사립시설의 참여가 극히 낮고 단체장들도 소극적이다. 문화가 있는 날을 진행할 만한 문화시설도, 마땅한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그의 저서 `문화의 소비자`를 통해 '문화향유는 소득, 학력, 거주공간의 격차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 규정했다. 문화강국으로 가려면 소득과 지역 간 문화 격차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서구 학자들은 문화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한다. 그들은 문화 소외 계층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가. 서울과 지방 간 문화 기반의 불균형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한국인 한 사람의 영화관람 횟수가 4.12편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영화 분야만 하더라도 상영관의 서울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2년 7월 현재 전국 230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영화관이 없는 지역은 절반가량(47.39%)인 109개에 달한다. 전남 광양시는 인구 15만명에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굴지 기업들이 밀집해 재정자립도가 `전남 1위` 도시지만 영화관이 아직도 없다. 

충북 청원군(인구 15만8000명)과 경북 칠곡군(11만8000명), 상주시(10만명), 영천시(10만명), 경남 사천시(11만4000명)도 인구 10만명 이상의 대도시인데도 영화관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반면 서울은 66개 영화관이 운영 중이며 스크린 수로 따지면 430개나 된다.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 전역에 영화관이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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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쪽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시설 등 이른바 `하이컬처` 영역에서 지방은 더욱 취약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의하면 국가, 지자체, 민간ㆍ대학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전체 등록박물관이 740개, 등록미술관은 171개로 집계됐다. 그런데 울산(117만명)은 1인당 소득이 6만3000달러로 전국 지자체 중 최고이며 대한민국 전체 2만4000달러의 2.6배가 넘는 `부자도시`이지만 등록박물관이 8개에 불과하며 등록미술관은 아예 없다. 인구 17만명의 서울 종로구는 등록박물관 37개, 등록미술관 13개를 갖춰 크게 대비된다. 

공연시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공립과 민간 등 총 공연시설은 944개인데 서울 352개를 포함해 수도권에 과반수(53.9%)인 총 509개가 설립돼 있다. 광주(28개), 대전(29개), 울산(14개), 충북(23개), 제주(26개) 등은 30개에도 못 미친다. 

지방은 이처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콘텐츠마저 따라주지 못하면서 가동률이 극도로 낮아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공연장 가동률은 서울이 91.8%인 데 반해 광주 51%, 충남 46.7%, 전북 44.1%, 경북 37.3%, 경남 48.3%, 강원 35.9% 등 지방 공연장의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지방 공연장의 재정자립도가 악화일로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공연장의 재정자립도는 69.3%이지만 비수도권은 17.8%에 머문다. 지방에서 공연관람을 위해 서울로 원정 오는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득 간 문화 격차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화이용권 등 저소득층의 문화체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뮤지컬이며 무용, 연극은 여전히 `먹고살 만한` 계층의 전유물이다. 

문체부의 최근 문화향유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5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 전체의 영화, 대중음악, 뮤지컬, 무용, 연극, 미술전시회 등 예술행사 관람률(문화향유 수준)은 64.4%였다.
 

그러나 소득별로는 월수입 400만원 이상이 82.1%에 달한 반면 100만원 이하는 26.9%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영화 등 대중문화를 뺀 하이컬처 분야 저소득층 관람률은 극도로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흥재 추계예술대 교수(문화예술경영대학원 원장)는 '영국 등에서 문화향유 기회가 늘어나면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을 만큼 사회 안정성을 높이는 문화의 역할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문화복지 차원에서 저소득계층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메우기 위한 지속적이면서도 획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미술관 가봐도 외국인은 `가뭄에 콩나듯`

지난해 11월 서울 삼청로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주말에 관람객이 3000~4000명이 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개관한 지 다섯 달 동안 관람객은 32만5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외국인 비중을 따져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8일 현재 외국인 누적 관람객은 4139명이었다. 과천 본관은 말할 것도 없다. 연간 관람객 수는 110만~120만명 수준인데 외국인은 1% 안팎으로 말 그대로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현대미술관인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은 어떨까. 

2012년 관람객은 530만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이다. 전체 관람객 수도 전년에 비해 9.5%나 상승했다. 선진국에 가면 그 나라 현대미술관에 가는 것이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현대미술관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소장품이나 전시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문을 연 테이트모던은 개관 12년 만에 재정 자립도를 20%에서 60%로 끌어올렸다. 민간 기증의 힘이다. 미국 미술관 소장품의 80%도 개인 기부로 이뤄졌다. 

[기획취재팀 = 배한철 기자 / 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2014.4.11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56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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