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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육영수 기념관, 서두르다 동티 날라

신진호

충북 옥천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다. 육 여사는 1925년 태어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갈 때까지 옥천에서 살았다. 2010년 복원된 생가는 지난해 전국에서 17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옥천군민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 당선인에게 64.49%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충북 전체의 평균 득표율은 56.22%였다.

 옥천군은 육 여사 생가를 중심으로 인근에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육 여사 기념관 이외에 신사임당 등 여성 위인들을 기리고 전통예절을 체험하는 교육문화시설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당초 육영수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가 적정성 논란이 일자 다른 여성 인물을 포함하는 것으로 구상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건물과 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여태까지는 난색을 보였다. 농지 보전이란 기본 방침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입장이다.

 그러다 박 후보가 당선되자 기대감이 일거에 높아졌다.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니 농업진흥구역 해제쯤이야 일도 아니라는 인식이 기대감의 이면에 숨어 있는 듯하다. 건립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국비나 도비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도 군 관계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당장 특혜 시비가 일 것이다. 옥천군은 지난 6월 육 여사 일대기를 다룬 영화 촬영에 협조한다는 보도가 나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당시 “금전 지원이 아닌 장소 협조만 한다”고 해명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의 혹독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옥천군은 재정자립도(2012년 기준)가 15.7%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낙후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육 여사 생가 일대의 관광자원화가 필요하다는 옥천군의 입장에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또 퍼스트레이디 센터 건립은 대선 이전부터 계획해 오던 일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일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당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은 예가 있다. 대구시는 최근 박 당선인의 생가 터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려다 보류했다. 지금 상가가 들어서 있는 생가 터에 안내시설과 쉼터 등을 만들려고 계획을 세웠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늦춘 것이다. 왜 대구시가 그런 판단을 했을지 옥천군도 되새겨봤으면 한다. 서두르면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중앙일보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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