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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디자인 육성한다더니 청년실업만 키울 판

'휴학생 100만명 시대'를 읽고 책임과 자괴감을 느낀다. 특히 디자인학과에 몸담은 교수로서 더욱 마음이 무겁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한 해 무려 3만6000여명이 배출된다. 디자인 분야 경쟁력 최선진국이라는 일본도 연 2만8000명, 영국 1만3000명, 독일은 4000명가량에 불과하다. 전체 재학생만 10만명이 넘으며, 국내 전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7%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디자인 분야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이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5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 분야 종사자 수는 약 25만명. 현재 재학생 수를 고려할 때 이들이 졸업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차기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최소한 3만개의 디자인 분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그래봤자 취업률은 평균 70%에 못 미친다. 졸업자 2명 중 1명이 실업자거나 비정규직인 '앵그리 397세대(3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에 이어 이제 대학생 셋 중 1명이 휴학하는 '절망의 2080세대(20대, 2000년대 학번, 80년대생)' 등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소위 '프리터족'이 200만명이 넘었듯이, 이러다 우리도 부모에게 생활비를 의존하는 프리터족이 매년 100만명씩 나오게 되는 게 아닐까?

흔히 대졸자들이 제조업은 기피하고 디자인·서비스업 같은 '스마트한 업종'만 선호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디자인을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디자인산업을 육성해 왔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의 전체 인력 중 디자인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5%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졸업해도 일할 자리가 없고 오죽하면 학생들이 디자인을 '노가다'라고 표현할 만큼 평균 임금이나 업무 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디자인 혁신으로 세계적 기업이 됐다는 삼성전자의 정기 임원 승진인사에도 디자인 분야는 고작 1명 포함됐을 뿐이다.

디자인 분야 졸업생들의 취업대란이 불 보듯 뻔한 마당에 이제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등에 흩어져 있는 관련 조직·정책들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디자인청'과 같은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든지, 중국처럼 모든 부처가 공동으로 인력양성 등을 추진하는 디자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 조선일보 2012.12.1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1/2012121103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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