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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콘텐츠 없는 亞문화전당

권경안

광주광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금남로의 기점인 옛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5년 12월 7일 착공식을 한 지 만 7년이 지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인 이곳은 건물을 일부 남기고 지하에 문화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공정은 47%로, 올해 말까지 외형을 만들고 내년에 내부를 마무리한 다음 201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1년 동안 시범 운영하고 나서 2015년 문을 열겠다고 한다.

광주를 '문화 수도'로 육성하겠다며 2010년까지 전당을 짓겠다던 당초 계획에 따른다면 무려 5년이나 늦춰지는 시점이다. 그동안 역사적 장소였던 만큼 옛 전남도청 건물 중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문화 중심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틀과 내용을 놓고서도 논전이 펼쳐졌다. 또 예산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공사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15년 개관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주뿐 아니라 문화계는 정작 개관 이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추진단 등 관련 기관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개관을 해놓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콘텐츠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채우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부실한 콘텐츠를 가지고는 개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유치하자'는 광주시의 제안도 나왔다. 현재의 콘텐츠 개발 속도와 진행 상태로 보아서 콘텐츠 부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나온 위기의식의 산물이다. 마트를 열어놓고 팔 물건이 없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대통령 직속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추진위원회가 관장하고, 문화관광부 소속 조성추진단이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 원으로 구성하는 '신개념 복합 문화시설'을 목표로 하지만 상호 연계하는 콘텐츠나 프로그램, 원별 특성에 맞는 콘텐츠가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문화개발원이라는 콘텐츠 연구 개발과 제작·유통을 맡는 특수 법인을 만들었지만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는 일조일석(一朝一夕)의 산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지나온 시간을 허비한 점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정부가 건물 완성에만 초점을 맞추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용을 채워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에 채워 넣을 콘텐츠는 문화전당뿐 아니라 문화 중심 도시 조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 '건물만 지어놓고 나면 끝'이라며 그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인 전시(展示) 행태를 중앙정부가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시아의 문화 중심 도시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국격(國格)을 상징하는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2012.12.1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0/20121210027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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